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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웃클라쓰 Jul 01. 2020

인간은 돼지와 침팬지의 혼종이다?

[과학이 묻고, 철학이 답하다] 인간의 고유성에 관한 짧은 고찰

"인간의 존엄성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인간은 과연 특별한가?"


위와 같은 질문은 철학의 아주 오랜 질문이기도 하며, 21세기에도 여전히 여러 논쟁의 주제가 되고 있습니다.


작년에 한 기사를 본 일이 있습니다. 아주 흥미로운 주제의 기사였습니다. 주제는 '인간은 돼지와 침팬지의 혼종일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조지아 대학교의 교수이며 이종 교배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유진 매카시(Eugene McCarthy)교수의 연구결과였습니다.


원문링크


이유는 이렇습니다. 인간이 유인원과 유전적으로 매우 가깝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입니다. 다만 인간과 유인원 간에는 몇 가지 차이가 있습니다. 외적인 부분에 있어서 큰 차이점 중 한 가지는, 털이 없는 피부나, 튀어나온 코입니다. 


그런데, 인간과 아주 밀접한 유전적 일치성을 보여주는 동물이 있는데 바로 '돼지'입니다. 돼지는 인간과 유전적으로 90%가 일치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돼지에게는 유인원과 인간의 차이점으로 이야기한 부분이 오히려 인간과의 공통점으로 나타납니다. 위에서 말한 털이 아주 적은 피부라던지 튀어나온 코입니다.


침팬지와 돼지의 퓨전(?)이 인간이다?

아주 간단히 얘기해보았는데, 말하자면 인간은 돼지와 침팬지의 이종교배를 통해 어떤 부분이 혼합되어 탄생한 혼종이란 얘기입니다. 물론 이와 관련해서는 여러 논쟁들도 많기 때문에, 어떤 게 정답이다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제가 말하고 싶은 논의의 핵심은 근대 이후 인간은 우리 자신의 기원에 대해 위와 같이 점점 더 과학적 관점으로 분석하고 접근하는 일이 많아졌고, 여기에서 파생되는 여러 고민거리가 있다는 사실입니다. 


과학으로 바라본 인간

과학의 시각으로 인간을 바라보는 것은 주로 위와 같이 생물학적 분석이 동반되곤 합니다. 그리고 이런 논리를 따라가다 보면 사실은 인간과 동물의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철저하게 어떤 존재에 대해 물질적인 측면의 분석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인간은 '어떤 물질 덩어리'로써의 분석대상이 되는 겁니다. 이 지점에서 인간은 동물과 구분된다는 우리 생각 속 어떤 경계선이 무너지고, 결과적으로 우리는 조금 똑똑한 동물일 뿐이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곤 합니다.


그러나 이런 관점에도 분명히 어떤 불편함과,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오늘 함께 나눠보고 싶은 이야기는 이것에서 비롯되는 문제에 관한 고찰입니다.


인간을 과학적으로'만' 분석할 때 생기는 문제점

당연하겠지만 인간에 대한 분석을 함에 있어 과학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얼마나 우리에게 유용하고 필요한가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영역이 되었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생각해보아도, 우리의 질병을 치료하고 병 없이 건강하게 살게 된 데에는 이와 같은 과학적 접근이 우리 삶에 아주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다만 이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말하자면 '과학으로만' 인간을 바라보는 것에 대한 문제이지요. 인간이 특별할 것 없는 존재라는 생각으로부터 인간에게 특별히 있다고 여겨졌던 '존엄성'의 경계가 무너지는 것은 우리에게 심각한 불안감을 가져다주곤 합니다. 극단적으로 예를 들면, '식인은 왜 나쁜 거지?', '인간은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는가?', 등등, 어디선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고민들이 이로부터 파생됩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러한 문제점에 직면할 때 인간에 대한 과학적 접근만이 아닌, 철학적·종교적 접근을 시도하게 됩니다.


철학이 말하는 인간의 특별함

인간이란 존재가 특별해지는 지점은 어디일까요? 도대체 우리가 동물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요? 애초에 다르다고 전제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는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만,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인간이라는 존재가 전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어떤 개념 체계와 질서가 무너지면서 나타나는 문제점들은 우리에게 있어서는 큰 위협임이 분명합니다.


'인간'이라는 종이 공유하고 있는 고유성은 도대체 무엇일까요?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인 덴마크의 철학자 키르케고르(Søren Aabye Kierkegaard)는 인간의 특징에 대해 아래와 같은 견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정신精神이다. 그러나 정신이란 무엇일까? 정신이란 자기自己다. 그러나 자기는 무엇일까? 자기란 자기 자신에게 관계하는 관계, 바꿔 말한다면 그 관계에 있어서 그 관계가 자기 자신에 관계한다고 하는 것이다. 따라서 자기는 관계가 아니고, 관계가 자기 자신에게 관계하는 관계다. 인간이란 하나의 유한과 무한의 종합, 시간적인 것과 영원한 것의 종합, 자유와 필연의 종합, 요컨대 하나의 종합이다. 종합이란 두 개의 것 사이의 관계다. (...) 

- 키르케고르, 죽음에 이르는 병



인간이란 존재에게는 분명히 물질적 영역이 있고, 그 영역은 필연적으로 물리법칙에 지배를 받습니다. 이것을 필연성 또는 유한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 필연성의 굴레에 도전하는 어떤 '초월적 요소'를 가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것은 무한이자 영원 그리고 자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시각을 긍정할 때 인간을 바라보는 관점은 사뭇 달라집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특별한 것은 바로 이렇게 우리의 물질적 제약조건을 극복하는 어떤 의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키르케고르는 말합니다. 아주 간단한 예를 들면 하다못해 배고픔을 참아가며 다이어트를 하고 있는 저와 여러분의 모습만 보더라도, 인간은 무언가 한계에 도전하는 정신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혹은 한계에 도전하는 스포츠 선수들이나 예술가들의 모습을 떠올려 볼 수도 있겠죠.  조금 더 범위를 넓혀보면 인간은 지구라는 물리적 제약, 나 자신의 신체라는 물리적 제약을 뛰어넘어 전 우주적 스케일을 상상하고 고민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유한과 필연의 제약을 뛰어넘는 '초월적' 영역이 무언가 있는 겁니다.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 키르케고르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적 관점에서만 인간을 바라보고 우리는 그다지 특별할 것이 없다는 생각을 고수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누군가는 인간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통해 인간이 가진 특별함을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이와 같이 인간을 바라보는 데에는 여러 가지 입장이 있지만 생각의 방향을 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개인의 몫입니다. 정답이 어느 것이라고 말하기는 그래서 쉽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가 이와 같은 고민을 한다는 것은, 내가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이 삶 속에서 더욱 인간답기를 원하는 하나의 몸부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런 몸부림을 하고 있는 자체로 우리는 어떤 특별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인간의 고유성과 존엄성은 이렇게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얻어지게 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위 내용을 영상화하여 유튜브에 업로드한 것이 있습니다. 같이 보시면 더욱 재미있게 위 주제에 대해 함께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꾸벅)

https://youtu.be/E3XD38LoJu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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