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이유
수년간 글을 쓰지 않았다. 바빴기 때문이기도 하고, 한번 손을 놓으니 다시 글을 쓰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 다시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을 하게 되었다.
글을 쓰기로 결심하게 된 것은 'AI 때문'이었다.
AI가 우리 세상의 판도를 크게 뒤바꿀 거라는 이야기들이 많다. 이것을 피부로 생생하게 느끼고 있다. 나는 지금 취업 준비생 대상의 기술 강의를 하고 있는데, 올해 들어 두드러지게 나타난 변화는 AI의 사용이 아주 일상화되었다는 점이다. 기술 강의를 하다 보니 커리큘럼 상에 실습과 프로젝트가 굉장히 많은데, 이때 학생들이 AI를 100% 사용한다고 봐도 될 정도로 AI의 사용은 이제 상수가 되었다.
어떤 시점에서는 강의 시 AI를 사용하는 것을 허용해야 할까 말아야 할까 고민을 했던 적도 있었지만(그러나 고민은 아주 잠시였다), 이제는 사용을 해라 하지 마라 금지할 수도 없을 상황이다. 쓰지 말라고 해도 쓸 것이고, 썼는지 안 썼는지 실제로 구분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차피 현업을 하더라도 앞으로 AI와의 협업은 기본이 될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된 마당에 'AI를 잘 쓰게끔' 유도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확실한 것은 AI로 인해 앞으로 강의의 형태나 교육의 판도는 엄청난 변화를 맞이할 것이고, 이것이 위기인지 기회인지는 아직 다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AI의 대중화와 함께 나 역시 AI를 아주 가깝게 사용하게 되었는데, 실제로 엄청난 효용성을 느끼고 있다. 강의를 준비하는 시간도 엄청나게 단축되었고, 단순 작업들을 위임하고 더 중요한 부분에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문득문득 위기감이 찾아왔다. 이대로 AI가 더 발전하면, 내가 있을 자리가 아예 없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앞으로 강사의 존재가 과연 필요할까? 교육은 어떻게 변할까? 내가 가진 능력을 쓸 곳이 없어지지는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고민 끝에,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글을 쓰긴 써야겠는데 내가 속한 기술 분야를 다루는 글을 쓰는 게 너무나도 싫었다는 거다. 강의를 하는 것에 나름 보람도 느끼고 재미도 있다고 생각해 왔는데, 이걸로 글까지 쓰려니 이상하게 속에서 싫은 마음이 올라왔다. 차라리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즐겁게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한동안 글을 쓰지 않으며 잊고 살았던 브런치가 떠올랐다. 내가 좋아하는 이야기로 나를 위해 글을 쓰기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단 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당장 쓸 수 있는' 글의 주제를 고민해 보았다. 대표라는 직함으로 살았던 세월 속에서 겪었던 실패의 경험을 풀어내는 것이 아주 의미 있을 것 같았다. 코로나 시기에 영화 해석 유튜브를 잠깐 했었는데, 지금도 여전히 영화를 좋아하고 철학을 좋아하기에 다시금 그런 글들도 쓰고 싶어졌다. 어쩌다 보니 기술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었지만,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들을 글로 풀어내야겠다 생각했다. 그래야 뭐라도 쓰기를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 AI가 대체할 수 없는 나만의 고유한 빛깔을 드러내고 싶었다. 그래서 나의 가치관, 정체성, 지향점을 담은 글들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고유함을 세상에 흔적으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AI를 잘 쓴다는 건 무엇일까? ChatGPT 같은 것들을 계속 쓰다 보니 느끼는 것은 한 번의 프롬프트로는 내가 원하는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AI의 답변을 보고 부족한 부분을 발견하면, 다시 물어보고 답변받는 과정을 반복하는 '상호작용'이 더 나은 결과를 만든다. 여전히 AI의 답변에는 할루시네이션이 섞여있는 경우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있어야 잘못된 정보를 잡아내기가 수월하다. 더 나아가 AI가 던져주는 답변 자체를 피드백할 수 있다면 더 좋다. 이런 능력들이 충분히 뒷받침되면 AI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결과물의 품질이 훨씬 향상된다.
그래서 AI를 '증폭기'라고 부르나 보다. 증폭기라는 것은 쓰는 사람에 따라 그 효과의 정도가 천차만별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그래서 AI를 접할수록, 더 나은 내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AI 덕분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기술의 발전이 눈부시다. 관련한 기술 분야를 가르치고 있지만 변화를 따라가기에 숨이 찰 정도로 빠르다. 이렇게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변화를 부정하거나, 이미 존재하게 된 기술을 애써 사용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뒤 따르는 질문, "이 변화의 시대 속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나는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아주 많은 것이 바뀌고 있지만 나라는 사람 자체로 온전히 존재하고 싶다. 글을 써야겠다.
AI야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