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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Aug 02. 2023

프로젝트 안암(安岩)

#29. 한계인정, 행복의 조건?

  상황에 따라 우선순위가 달라지는 경험을 한다. 그 다른 우선순위의 기준은 역시 현재 활용 가능한 여러 형태의 자산에 대한 분석이 우선적으로 이루어지고, 그 자산은 재능의 모습을 하기도, 주변인의 모습을 하기도 한다. 그런 것들이 메타인지라고 생각한다. 


  메타인지는 현재의 내가 가진 한계를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내가 얼마나 잘나지 않았는지 이해하는 것은 꽤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한다. 어떤 계기를 통해 나의 작은 그릇을 눈치채거나, 공부가 더 필요하거나, 혹은 내가 발버둥 쳐도 닿을 수 없는 것들을 이해해야만 한다. 메타인지를 잘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좌절해 본 경험이 있다는 게 아닐까 싶다. 내가 날고 싶은 하늘을 훨훨 잘 날아가는 누군가를 봤든, 나는 법을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알고 있든, 날개가 없는 사람에게 날개를 달아줄 자본환경을 타고 태어났든, 내게 주어지지 않은 것들을 한계로 인정하고 나서야 내가 발버둥 칠 자리를 알아낸다. 


  때론 내게 날개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거나, 때론 내가 날고 싶은 하늘과 동떨어져있는 곳의 하늘만 내게 도전할 기회가 주어진다는 걸 인정하거나, 때론 어떻게든 유지하고 있는 창공의 억척스러움을 버텨낼 재간이 없어 내려앉아야 한다는 걸 인정하거나, 그럼에도 내 등에 있는 무엇인가를 지키기 위해 억척스럽단 이야기를 듣는 누군가가 되어야 한다거나. 그리고 내 노력이 작아 보이는 노력을 하고 있는 누군가가 끝내 이뤄내는 모습을 보게 되거나. 


  사람들은 종종 내가 이루지 못한 성취를 누군가 이뤄내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 시기가 다를 뿐 누구에게나 주어진다는 말 따윈 하지 않는다. 노력의 크기가 다를 뿐 모두에게 이뤄지는 성취다, 같은 소린 하지 않는다. 

운이 따랐다 는 말엔 그런 것 역시 내포해 있다. 때론 그 사람의 노력이 나보다 작을 때도 있을 테다. 확인할 수 없지만, 쓴웃음이라도 지으면서 그 성취를 축하해야 한다. 사실 누군가의 성취를 진심으로 기뻐할 수 있다면,  그 역시 복이다. 대부분의 경험에서 배가 아팠고, 대부분의 경우에서 쓴웃음을 지었으나, 몇몇 내 일처럼 기뻤던 경험을 복기해 보자면, 그들은 그 성취를 누릴만한 자격이 있다는 나의 인정이 필요했다. 


  간혹 내가 인정치 못한, 내가 원했던 성취를 누군가 얻어내는 걸 본다. 나와 다른 방법으로 성취를 얻는 것이므로, 틀리다고 말하진 않는다. 단지 그 과정에서 나의 과정을 복기하고, 이해하지 못하는 어떤 능력들이 있음을 받아들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보이는 내 모자람은 어쩔 도리가 없다. 남의 행복의 증거가 내 불행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참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 없다. 모두가 행복한 삶이라는 게 정녕 존재하긴 하는지, 나의 작음을 통해 그제야 그런 종류의 유토피아는 존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나의 한계로 인정한 것들을 누군가는 보란 듯이 잘 해낸다. 나에게 없는 능력이라 모른 척하자니 나의 입장이 그렇지 못하다. 악착같이 하면 다다를 수 있었던 기술적 숙련도와는 다른 것들이 존재한다. 그래서 재능을 gift라고 하는 걸까. 나는 그 악착같은 노력 역시 재능으로 본다. 


  나의 모자람을 나의 최선의 노력으로 채우고, 그럼에도 모자란 능력을 팀을 구성해 채워간다. 그런 팀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노력들을 갈구하고, 다시금 새로운 기준과 필요로 하는 능력을 통찰하기 위해 또 노력한다. 우리는 한계를 인정해야 한다. 서있는 곳을 인정해야 그 자리에서 한걸음 더 나갈 방법을 찾을 수 있다. 

그 과정이 고통스럽다는 것 역시 인정해야 한다. 

아프니까 청춘인진 모르지만 안 아픈 삶은 마취약 때린 삶밖에 없질 않겠나. 

그리고 그것은 인지를 못하는 것이므로 나에겐 필요하지 않다. 


한계를 인정한다고 행복해지진 않는다. 그저 방법을 찾을 때까지 그건 그 자리에 남겨두고, 다른 것들을 치열하게 해내는 게 필요할 때도 있다. 내겐 그러기 위한 메타 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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