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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인장 Dec 14. 2023

프로젝트 안암(安岩)

#35.  연말, 최근

현재 안암은 나를 제외한 직원들끼리 운영을 테스트 중이다.

북촌의 비수기인 겨울에 운영 및 수정할 내용들을 여러모로 확인하고 있으며,

나는 그 과정에서 운영효율을 만들 방법이나, 플레이어로 진행하면서 신경 쓰지 못했던 부분들을 다듬어야 한다. 다음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공부들도 마저 해야 하고.

해서 최근 내 스케줄을 큰 카테고리로 정리해 보자면,


1. 브랜드 수집 및 분석

    -브랜드 수집

    -브랜드 디자인 수집

    -상권의 매물 확인 및 상권 분석

   

2. 안암 디테일

    -홀 시즌 디테일

        -크리스마스/연말

        -대기 관련 이슈

        -주문 관련 이슈

    -운영 디테일

        -적자 감소

        -메뉴 구분

    -주방 디테일

        -메뉴개발

        -설비개선

    -인사

등이 있다.

맛있었는데 아는 사람은 별로 없는 항정살 구이


1. 브랜드 수집과 분석

    현재의 나는 새로운 아이템으로 시기에 적합한 브랜드를 만드는 기획을 꼼지락꼼지락 하고 있다.

나야 물론 기획에 재미를 느끼지만, 그렇다고 재능이 있다 말하긴 어려우므로 전문가들의 기획내용을 분석하고, 그 메시지를 이해하려는 노력에 힘을 쏟는다.

필요한 정보를 구분해서 수집한 후, 어떤 것을 어떤 식으로 해석할 건지, 그 해석이 내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전달에 도움이 되는지, 그 타깃이 명확한지 등을 고민해야 한다.

초단위로 구분하여 재료준비를 하고 서비스를 치는 게 익숙한 내겐,

디깅과 리서치로만 집중된 업무는 사실 무엇을 얻었다는 느낌이 잘 안 들거나, 시간낭비네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아마추어인지라, 광산 파듯 정보수집을 해서 걸러보면 사금가루 조금 손에 잡히면 고마운 일이고, 버린 돌무더기들에 사파이어 하나라도 섞여있어 봤자 알아챌 숙련도 따위 없으므로 여러 번 확인하는 것 말곤 할 수 있는 게 없어 더욱 그렇다. 어떤 것에 대한 정보가 필요한지 알지 못한다면, 더 힘들었을 테지.

책을 읽는 일도 마찬가지, 글쓴이가 전달코자 하는 내용의 시선과 면과 선을 구분해 정보를 습득하지 않으면, "현재의 기획"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일이 있을 때 글을 읽어 내려가는 것과 없을 때 글을 읽는 것은 깨달음과 스트레스의 갭이 크다. 이 모든 일을 하지 않을 순 없으면서도, 그 정보를 질 좋게 구별해 꺼내어 쓸 숙련도와 혜안을 갖지 못했음이 뼈저리게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언제나 그랬지만, 미숙함에 낮아지는 자존감을 달랠 방법은 나아질 거라는 믿음 외엔 없다.

  그런 정보수집엔 디자인 역시 수집 대상이 된다. 어떤 색으로 무엇을 표현하는 게 더 눈에 띄는가, 잘 전달되는가, 사람들은 어떤 색을 지금의 트렌드에 겹쳐 보고 있는가, 그렇다면 내가 전달코자 하는 것엔 무엇이 더 잘 어울리는가 등을 고민한다. 역시 문외한에 가깝기에, 간접 경험을 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게 전부다. 전시회를 보거나, 전문가의 분석을 이해해 보려 노력하거나, 그를 받아들이는 사람의 무의식을 이해하려고 한다거나 하는. 넓게 보면 원래 하던 업무의 연장이면서도 또 그렇기에 여전히 아마추어인 아이러니함을 끊임없이 이겨내야 하는 작업이기도 하다.

  무엇에 관한 정보가 필요한가? 에 여러 기준이 있겠지만, 타깃과 상권 분석이 지속돼야 한다. 우리가 있는 안국과 북촌 상권의 변화와 시즌별 운영방식만 봐도 알 수 있는 게, 한 시즌 운영계획만 가지곤 의미가 없다. HIP 함은 Classic이 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고, 새로운 힙에 클래식보단 올드해진다. 해서 아이템의 수명을 2-3년으로 보고 운영하는 영리함과 기민함을 가진 분들도 계시지만, 아직 난 어리석어 그런 혜안을 가지지 못했기에 꾸준히 상권을 보는 방법밖에 없다. 이번 타깃은 안암과 조금 달라 여러모로 구분해야 하나, 연말연시의 특성과 경기침체 예고들은 참 상권 보기 어렵게 한다.

그렇대도 이렇게 분석하고 데이터를 모으지 않으면, 실패했을 때 어디서부터 수정해야 할지 알 수 없다.


좋은 건지 나쁜 건지. 요즘 나와 같은 시선을 가진 사람들의 시장 진출을 목격한다.
아이템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잘되길 바라야 하는 건지 안되길 바라야 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어느 쪽도 내게 미칠 장단이 확실한데, 우둔한 나는 상황이 닥쳐봐야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판단이 가능하다. 그래서 이럴 땐 그냥 개인으로 돌아가서 그들이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걱정되고, 모두가 아픔을 겪지 않길 바랄 수밖에 없다.


    아직 이런저런 결과물 없는 일들을 하고 있어, 오늘 뭐 했지 싶은 생각도 종종 든다. 거르고 걸러 내가 원하는 결과물로 핀셋 세팅이 되기까지 시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단 느낌도 들어 초조하다.  차곡차곡 운이 좋게 잘 해내면, 언젠가 이런 일들에도 나보다 잘난 사람들과 일할 기회가 오겠지 하는 생각과 기대를 한다.


2. 안암의 디테일

  그러면서도 놓지 말아야 할게 안암의 디테일 작업. 좋은 직원들이 좋은 운영을 해주길 바라고, 또 그러고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이들은 간접경험을 지속하고, 책임의 크기를 늘려나가고, 우애를 쌓을지도 모르지 하는 장밋빛 기대를 한다. 어차피 걱정해 봐야 달라지는 건 없고, 좋은 사람들을 뽑았다는 믿음이 내게 더 중요하다. 내게 유일한 장점은 사람을 이해하는 법인데, 누군가 잠깐 해이해질 순 있어도 책임을 다하지 않을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안다.

  해서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과, 그 과정의 실패에 예비책으로 준비해 둔 네이버 주문과 기타 QR 키오스크 주문 방식에 대한 대안 준비가 한 달이었다. 거기엔 근로계약과 직원의 업무 효율 및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기물 교체나 환경 개선 역시 필요한 일이었고, 차곡차곡 일을 넘겨 퀄리티를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도 꽤 성공적으로 흘러갔다 믿는다.


해서 요즘 꽤 큰돈 쓰면서 여러 가지 개선을 하고 있다. 업무 퀄리티에 집중하고, 필요하다면 운영경험을 쌓고,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판단력을 키울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하고, 그런 것들이 포괄적으로 문화로 자리 잡는 영업점이 되길 바란다.


그 과정에서 예상되는 매출하락 시즌이 왔으므로, 새로운 아이템을 선보이기에 나쁘지 않은 시기이기도 하므로, 새로운 메뉴를 개발하거나 주류와 묶어보기도 한다. 몇 가지 메뉴를 개발해 보았으나,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로 안암에서 선보일 수 없게 되었고, 개선 중이다. 새로운 음료와 기타 여부도 연말 연초 내로 좀 운영할 수 있게 고민 중이고, 이런 메뉴들은 예약판매를 할 수 있는 시스템도 그 나름의 갈무리 중에 있다. 시즌에 맞게 사소한 변화들로 색을 변화시키진 않으면서도 포인트를 준다거나, 그런 경험들이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여러 생각을 고려하고 운영한다거나.

운영과정에서 변수는 정말 수도 없이 많고 그 경험은 이제 우리 직원들과 골고루 분배될 것이며, 그들이 사장이 된 새로운 가게가 언젠가 생길 테고,  그곳에선 안암에서의 경험을 기반으로 좀 더 개선된 환경을 만드는 사장님들이 계시겠지. 나의 개선은, 나의 동료들의 언젠가의 개선에 기반이 되어 줄거라 믿는다.

안암과 안암을 운영하는, 그리고 내 동료들이 목표로 하는 좀 더 이해도 높고 질 좋은 음식이 풍성한 외식업 역시 그리 먼 미래는 아닐지도 모른다. 물론, 시장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긴 하지만.

그렇대도, 미들급 포지션의 음식점들이 많아지는 미래는 소비자의 다각화된 취향의 미래와도 연관이 깊다. 말하다 보니 갑자기 무슨 소린가 싶다.


어찌 됐든 나는 안암을 운영하면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한 길 위에 있다.

지금 들이는 시간의 양에 비해 질이 낮아 보인대도, 좀 더 섬세히 벼를 수 있을 때까지 참아낼 수 있길 바라본다. 꿈이 여러 개라 누가 꿈을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할지 잘 모르겠다. 꿈은 목표인 걸까?  

지금 내 사고를 정리해 보자면,

물질적으론 포르셰 타는 직원이 있는 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고, 취향의 다양화가 구체화된 시장에서 점유율 싸움을 하는 시장이 이상적이므로,  그 시장을 성장시키기 위한 다양한 목표를 생각하며, 그런 일들을 이야기하는 게 헛소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이 되는 게 인간으로서의 꿈입니다.


갑자기 어렸을 때 몽상가라는 소리 듣던 게 생각난다. 사람은 역시 나이 들어도 변하지 않는 걸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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