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안도로를 달리고, 돌고래 떼를 만나다.
오늘은 해안도로를 달렸다. 머무는 여행도 좋지만, 도로를 달리는 것만으로도 좋을 때가 있다. 이전에 제주 여행객에게 받은 지도를 보면서 해안선을 확인하고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돌았다. 해수욕장을 따라가다보면 그 길이 해안도로이기에 뷰가 마냥 시원하고 멋지다. 제주는 정말 하루면 한 바퀴를 돌 만큼 크지는 않지만, 볼거리, 쉴거리, 할거리가 참 많다. 물론 자연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4일차 여정
2023.04.01 (토) 10:00 숙소 출발
아침 식사 : 10층 카페에서 간단히 커피한잔과 브런치, 정리
점심 식사 : 섭지코지 근처 '청해원' 솥밥에 갈치조림 (12:29)
고성리 섭지코지 : 돌고래 떼를 만나는 행운을 갖다.
- 달콤 하우스 > 바람의 언덕 > 하얀등대 > 글라스하우스
하와이안 비치카페 : 뷰카페, 한라봉주스, 휴식
해안도로 드라이브 : 멋진뷰, 세화~종달리 해안도로, 하도리로
김녕 해수욕장 (구좌읍 월정리)
함덕 해수욕장 (조천읍)
신창 풍차 해안도로 : 노을을 드디어 보다.
저녁 식사 : 서귀포 올레시장의 야시장(9시까지 함)으로 가다.
숙소 도착
1. 점심 식사, 솥밥에 갈치조림
고성리 섭지코지를 가기전에 '제주로운 청해원'이라는 식당에서 점심을 했다. 그래도 제주인데 갈치를 먹어봐야 할 듯하여 갈치 조림을 주문했다. 솥밥에 진한 양념의 갈치조림. 맛없기 힘든 조합이 아닐까! 생각보다 양이 많았지만 걷는 시간이 많을 것 같은 섭지코지 여행을 위해 깨끗하게 비웠다. 특별히 검색을 하고 간 곳은 아니었는데, 맛집이 아니었나 싶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특별자치도, 성산읍 신양로 101
영업시간: 매일 08:00~21:00
2. 섭지코지
입구에서 돌고래 떼를 만나고 > 달콤 하우스(그냥 지남) > 바람의 언덕 > 하얀등대 > 글라스하우스
섭지코지! '바다에서 나온 좁은 땅'이라는 의미가 톡특해서 찾아보니, 설명은 복잡해도 알고 나니 기억하기는 쉽다.
섭지란 재사(才士: 재주가 뛰어난 사람)가 많이 배출되는 지세란 뜻이며 코지는 제주 방언이 아니라 '섭지의 곶'→ '섭짓곶이' → '섭지코지'이다. 즉, 곶을 전국에서 곶, 곶이, 곶아 등으로 부르는데, 섭지코지는 앞의 조사격 사이시옷을 이어서 소리나는데로 쓴 것일 뿐, 표준어 곶과 같은 말이다. 본래는 섭지코지는 반도 끄트머리의 해안 절벽만을 가리키는데, 반도 전체로 이름이 확장된 것이다. (출처: 나무위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성산읍 섭지코지로
주차: 섭지코지 공영주차장에 쉽게 할 수 있는데, 입장권이 없는 대신 주차비는 받는다. 최초 30분이내는 무료이고, 30분을 초과하면 1000원. 이후 15분마다 500원이 추가된다.
섭지코지에 도착했을 때 기대가 컸는데, 그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도착한 시점에 앞바다에 돌고래 떼가 나타나 한동안 신나게 구경하게 영상을 찍었다. 돌고래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그것도 여러 무리를 본 것은 정말 운이 좋았다. 복권을 샀어야 했나 싶을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돌고래 구경 후 본격적으로 섭지코지를 걷기 시작했다. 길을 몰라도 사람들을 따라가다 보면 모든 볼거리를 만나게 된다. 마치 바다 한가운데에 위치한 공원 같았다. 다른 바다와는 확연히 다른 느낌.
달콤하우스
걷다 보면 '달콤하우스'라고 과자집 같은 건물이 보인다. 드라마 <올인>에 나와서 '올인하우스'라고 불린다는데, 헨젤과 그레텔이 살았을 법한 그 모습이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을 듯하다. 하지만, 섭지코지라는 자연경관이 주는 분위기와는 살짝 어울리지 않아 나는 그냥 지나쳤다.
하얀 등대
산책길을 걷다 보면 왼편에 삼석총이라는 돌로 쌓은 세 개의 탑이 눈에 띄고, 그 옆으로는 말에 사람을 태우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관광객들에게 말타는 경험과 함께 사진을 찍어주는 관광 상품인 것 같았다. 이런 관광지의 풍경을 지나 걷다 보면 하얀 등대로 오르는 길이 보인다. 하얀 등대 정상에 오르면 많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찍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등대 위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정말 멋지다. 내려올 때는 계단이 조금 가파르게 느껴져서 천천히 내려오는 게 좋다.
바람의 언덕
사실 여행 중 지도를 보긴 하지만, 마냥 산책하듯이 걸으면 어디쯤 왔는지 모를 때가 많다. 이번에도 그랬는데, '아, 여기가 바람의 언덕이구나!' 하며 특별히 신경쓰지 않고 지나쳤다. 지도를 다시 보니 유채꽃밭이 있는 이곳이 바람의 언덕쯤인 것 같다. 유채꽃밭이 꽤 넓고, 배경을 다양하게 바꿔가며 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뒤로는 성산일출봉이 보이고, 탁 트인 공간 덕에 시원한 바람도 불어 산책하기엔 좋았다.
글라스하우스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 (Ando Tadao)가 설계한 것이라 유명하다. 섭지코지 언덕에 오르면 콘크리트 건물이 눈에 띈다. 내부에는 잠시 쉴수 있는 민트 카페가 있고 전시나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고 한다. 잠시 쉬고 싶기는 했으나 시간상 멀리서 바라보는 것으로 만족했다.
포토존
사실 포토존은 곳곳에 많지만, 꼭 찍어야 하는 필수 코스 같은 곳들이 있다. 처음엔 굳이 찍어야 하나 싶었지만, 다시 이곳을 방문할 기회가 또 있을지는 모르니 나도 한 컷 남기기로 했다. 결국, 남는 건 사진이니까. 찍어두면 추억이 되지 않을까!
3. 하와이안 비치카페, 바다뷰에서 잠시 휴식
잠시 쉬어갈 곳을 찾다가 발견한 카페다. 많은 제주 카페들이 그러하듯 전망이 좋다. 마침 사람도 별로 없어 2층 전체를 나 혼자 쓰는 듯한 기분이었다. 제주에 왔으니 한라봉 주스를 주문하고 잠시 쉬기로 했다. 섭지코지에서 바닷바람을 맞고 나니 잠시 휴식이 필요했다.
그 틈을 타 사진을 한두 장 찍고 있는데, 카페 사장님이 다가와 포토존이 있다며 알려주신다. 심지어 직접 찍어주신다고 하셔서 처음엔 부담스러워 괜찮다고 거절했으나, 다들 찍는다며 그냥 찍어주셨다. 그런데 사진을 보고 찍길 잘했다 싶었다. 그 사진은 제주에서 찍은 사진들 중 마음에 드는 사진 중 하나였다. 사장님이 사진을 많이 찍어 주신 경험이 흠씬 풍긴다. 실내외 장소에서 여러 각도로 찍어주셨는데 모두 잘 나왔다. 득탬!
주소: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로122번길 57 2층
영업시간: 10:00~19:30, 주차 공간도 편리
4. 해안도로 여행 시작
섭지코지 > 성산세화~종달리해안도로 > 하도리 해안도로 > 김녕 해수용장 > 함덕 해수욕장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아 여행 3일차에 만났던 여행객이 추천한 함덕 해수욕장으로 가기로 했다. 여기서 선택한 해안도로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섭지코지에서 시작해 세화~종달리 해안도로를 지나 지미봉을 왼편에 두고 하도리로 향하는 길은 정말 제주다운 풍경을 담은 해안 시골길이었다.
모든 해안도로가 비슷할 것 같지만, 사실 느낌은 다 다르다. 특히, 지미산을 돌아가는 그 길은 제주 특유의 소박하고 자연스러운 시골스러움이 묻어났다. 사람도 많지 않고 꾸며진 흔적이 없어, 일상 속의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이런 길에서의 여행도 충분히 즐길 만하다.
5. 김녕 해수욕장
바닷가가 펼쳐져 있다는 게 이런 느낌일까 싶었다. 비슷한 바닷가는 많지만, 풍차가 배경으로 한 곳이 흔치 않을 것 같다. 차량이 많았지만 주차 공간이 넓어 다행히 무리 없이 주차했다. 인상 깊었던 건 젋은 사람들이 강아지들과 함께 마치 집 앞 바닷가에 나온 듯한 편안한 차림으로 돗자리를 펴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 여유로운 풍경이 부럽기도 했는데, 그 모습은 내가 여행객이라는 사실을 더 실감하게 됐다.
6. 함덕 해수욕장
에메랄드 물빛 해수욕장으로, 왜 사람들이 추천하는지 알 수 있다. 해수욕장이 크기도 하지만 주변에 상점이나 맛집, 숙소도많아 보였다. 차량이 많아 주차를 할 때 시간이 조금 걸리기는 했지만, 여름 휴가 시즌같지는 않았다. 주변에는 플리마켓도 진행되고 있어서 오가며 볼거리도 있다.
아직 봄이라 바람은 간혹 쌀쌀하기도 했는데 수영하는 외국인도 보인다. 에메랄드 물빛만 본다면 바로 수영을 해도 될것 같이 이국적이기는 하나, 춥지 않을까 싶었다.
함덕 해수욕장에는 오션뷰가 멋진 '카페 델문도'라는 대형카페가 있다. 안팎으로 자리가 많고, 눈앞에서 바다를 볼수 있어 사람들이 많다. 이날도 너무 사람이 많아 오래 기다리기 어려워 주변 구경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만약 자리한다면 야외석에 자리자을 것 같다. 24시간 운영이라고 한다.
7. 신창 풍차해안도로, 드디어 노을을 보다.
셋째 날 여행에서 놓쳤던 그곳이다. 오늘은 좀 더 일찍 출발해 노을 속 풍차를 뚜렸하게 볼 수 있었다. 주변에 산책로가 많아 걷기 좋은 장소이다. 가까이서 본 풍차는 생각보다 너무 커서 약간 무섭기도 했다. 그 하얀 풍차 모습이 영화 'AI'의 로봇을 떠올리게 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풍차가 얼핏 AI 로봇같게 느껴졌다.
풍차해안도로 중간중간에는 주차 공간이 많고, 캠핑 준비를 해 온 차량도 있었다. 저녁에 잠시 머물려는 것으로 보였는데, 풍차와 노을을 배경으로 간단한 음료와 저녁을 즐기는 모습이 그림 같았다. '나도 간단히 준비해올 걸'하는 생각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다음에 온다면 한번 시도해 보고 싶다.
저녁 7시쯤 배가 고파져 '풍차로 가는 길' 카페에 들렀지만 문이 일찍 닫혔다. 알고보니 근처 카페들은 대부분 일찍 문을 닫는다고 한다. 아쉬움을 안고 저녁을 먹기 위해 유명한 고깃집 '숙정로(중문점)'로 향했으나, 웨이팅이 40팀이나 되어 바로 포기하고 가보지 못한 '올레 야시장'으로 향했다. 계획과 사전 예약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낀 순간이었다.
8. 서귀포 올레시장 '야시장' (야시장은 9시까지)
올레시장 주차장에 차를 대고 나오니, 환한 낮처럼 밝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특히 횟집 앞에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다양한 방식으로 회 접시가 전시되어 있어 흥미로웠다.
먹거리로 많았지만 혼자라 이것저것 먹기 어려워 간단한 길거리 음식을 선택했다. 네거리 롤가츠 흑퇘지 고사리, 제주벨미 육포, 한라봉과 천혜향 100% 착즙 주스 (맛 차이를 몰라서 두 종류 다 구입). 혼자 여행할때의 아쉬움이 느껴졌다. 회를 거의 않지만, 더 다양한 음식을 맛보지 못한 점은 좀 아쉽다.
숙소, 제주 웨스턴 그레이스 호텔 (세안 호텔 그룹)
전날과 같은 숙소에 머물렀다. 편안하기도 했지만, 서귀포 올레시장을 가고 싶어 서귀포에 숙소를 잡았다.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 없이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주소: 제주도 서귀포시 김정문화로 27번 길 9-7, 주차 가능
여행은 인간을 겸손하게 만든다. 세상에서 인간이 차지하는 영역이 얼마나 작은 것인가를 깨닫게 해준다.
- 프리벨 -
제주도는 독특한 매력이 있는 여행지다. 한국이지만 이국적인 느낌이 강하다. 생각해보면 많은 여행지의 중심에는 자연이 있다. 자연의 웅장함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실감하게 된다.
오늘은 해안도로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제주의 시골다움과 소박한 매력을 느꼈다. 계획하지 않은 목적지를 향하면서 중간중간 우치를 검색하느라 시간이 걸렸지만, 무계획 여행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다. 단, 정말 꼭 가고 싶은 맛집이 있다면 예약은 필수!
'여행의 좋은 경험은 날씨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하는 나는, 맑고 청명한 오늘의 날씨에 감사했다. 덕분에 기분 좋게 알차고 꽉 찬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