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오른 옥녀봉, 청계산에서 만난 카페 사장님
2024년 6월, 옥녀봉에 두 번째로 오르다.
올여름은 더위가 참으로 지독하다. 그래서 더위를 피해 새벽 등산을 시작했다. 청계산 옥녀봉은 두 번째 등산이다. 2시간 정도가 소요되는 곳으로, 초보자에게 적합한 짧은 코스라 부담 없이 산책하듯 다녀왔다.
이번엔 하산할 때 진달래능선 코스를 택했다. 비록 진달래는 없었지만, 가보지 않았다면 놓쳤을 멋진 풍경을 만났다. 피톤치드 숲이 매우 인상적이었는데, 길이 어렵지 않아 초보 등산객이나 자주 방문하는 사람에게 각기 다른 코스를 경험해 보길 추천한다.
또 한 가지, 새벽 등산 시 유의할 점은 청계산 근처에서 아침 식사를 하려면 최소 9시 이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식당이 10시 이후 오픈이라, 가고 싶은 맛집이 있다면 미리 오픈 시간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청계산 옥녀봉 등산 코스 2 (진달래능선 길)
등산 코스: 청계산근린광장 공용주차장 > 원터골 입구 > 원터콜 쉼터 > 옥녀봉
하산 코스: 옥녀봉 > 원터골 쉼터 > 진달래능선 길> 원터골 입구
옥녀봉 해발 375m (왕복 2시간)
준비물/주의사항
생수 한 병, 손수건, 모자, 물티슈
주차정보: 청계산근린광장 주차장
운영요금: 30분 600원 / 1시간 1,200원 /2시간 2,400원 /4시간 4,800원
운영시간: 월~금 09:00~18:00, 토요일/일요일/공휴일도 동일
등산길
06:00 출발, 청계산근린광장 주차장 > 원터골 입구(쉼터) > 원터골 쉼터(정자가 있는) > 옥녀봉 정상
이른 아침이어도 주차장에 차가 많은 편이다. 사람들이 참 부지런하다는 생각을 했다. 1차 등산할 때와 마찬가지로 원터골 쉼터길로 올랐다. 날이 좋아 쉬엄쉬엄 천천히 걸었다. 옥녀봉에 오르니 역시 오르는 여정도 좋지만 정상에서 쉬는 휴식과 바라보는 풍경이 좋다.
인증샷을 찍는데 미리 올라와 있던 부부가 하산을 하려는 듯, 사진을 찍어달라 요청하셨다. 여러 장 찍어드리려 했는데 자주 온다면서 한 장이면 됐다고 하신다. 그리고, 내려가시기 직전 남편되시는 분이 '혹시 내려오면 OO카페에 오세요. 커피 한잔 줄게요.' 하셨다. 카페 사장님이셨다. 사실 아침만 먹고 카페에 갈 것 같지는 않아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지 않았는데, 결국 그곳을 가게 됐다. 그게 인연인가 보다.
하산길
08:30 도착, 옥녀봉 > 원터골 쉼터 > 진달래능선 (피톤치드 숲도 보임)> 원터골 입구
하산할 땐, 경로를 변경해 진달래 능선으로 내려왔다. 흙길이 많고 풀들이 좀 더 가까운 그런 산길이었다. 봄이었다면 진달래가 만발했을 텐데 지금은 초록초록하기만 하여 아쉬웠는데, 피톤치드 숲길을 만나니 무언가를 득탬 한 기분이었다.
내려가는 길은 생각보다 빨리 내려갈 수 있다. 다만 흙길이라 일반 운동화를 신은 나는 조금 미끄러울 때가 있었다. 반면, 등산 스틱, 무릎보호대를 착용한 친구는 오를 때 보다 내려갈 때 휙~휙~ 내려가는 것 같아 신기했다. 혹 무릎에 무리가 될 것 같으면 미리 옥녀봉에서 무릎보호대를 하면 좋을 것 같다.
진달래 능선길
계절이 여름이라 진달래꽃을 볼 수는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흙길이 많아 걷기에 큰 어려움은 없다. 주변의 풀과 나무들이 가까이 있어서 모기나 벌레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예방 차원에서 모기 기피제나 벌레 퇴치제를 뿌리는 것이 좋을 것 같다.
피톤치드 숲길 (추천!)
이번 진달래 능선길 코스에서 가장 좋았던 건 쭉쭉 하늘로 뻗은 피톤치드 숲이었다. 나무 이름은 잘 몰랐지만 지나는 길에 있는 안내문에 피톤치드 숲이라 적혀 있다. 이 길을 선택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탁 트인 풍경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다. 친구도 이곳이 마음에 드는지 사진을 여러 장 찍어줘서 그나마 사진을 남길 수 있어 다행이다.
아침 식사, 9시 이전에 열린 음식점이 없다.
새벽에 출발했던 지라 하산하니 배가 너무 고팠다. 그런데 여기에 복병이 있었으니... 아침 일찍 문을 연 곳이 없었다. 백숙을 먹으려고 했는데, 그곳은 아예 시작도 하지 않았고, 다른 음식점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지라... 주변을 잠시 배회하다 시작 준비를 하는 한우 곰탕집에 들어갔다.
곰탕, 장국, 김치말이 국수 주문! 밥이 꿀맛이라는 어른들 말씀 틀리지 않다. 날은 더웠지만, 시원한 국수와 같이 먹으니 속이 너무 든든하고 좋았다. 우리를 시작으로 다른 동네 손님들이 들어오니 아침이구나 깊었다.
소백관 (한우 곰탕 전문점)
서울시 서초구 청룡마을길 1 (영업시간 09:00-21:30)
청계산 카페, 세컨클락
든든하게 먹었으나 그만큼 배가 불러 주변을 걷다가 정상에서 만났던 카페 사장님 부부가 생각나 생각을 더듬어 그 카페로 갔다. 사실 카페 이름을 둘 다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했었는데, 우연히 하천을 걷다 올라간 길에 그 카페 골목이었다.
이 카페도 일찍 여는 곳은 아니었는데 부부 사장님이 오늘 산에 갔다 오셔서 일찍 열어두고 계셨다. 사장님들이 보이지는 않아 음료를 주문하고 쉬고 있었는데, 그때 나타난 부부 사장님이 기억하시고 다시 직접 커피를 드립하고 다과까지 주셨다.
사장님을 다시 뵈니 꽤나 반가웠고, 그 장소가 특별해졌다. 우연히 만나 좋은 장소에서 맛난 커피를 마시니 이것도 인연인가 싶었고, 하루가 좀 더 보람된 느낌이다.
서울시 서초구 청룡마을길 41 / 영업시간(11:00-18:00, 월요일 정기 휴무)
두 번째로 다녀온 청계산 옥녀봉. 오래전 매봉을 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는 날이 흐려서인지 정상에서의 풍경이 그렇게 매력적이지 않았다. 그 이후로는 소요 시간도 짧고 난이도도 낮은 옥녀봉을 찾게 되었다. 경험이라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다. 처음 접한 모습과 경험에서 내가 어떤 느낌을 받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이후의 경험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다음엔 매봉을 한번 가볼까 싶다. 내년쯤 가게 되지 않을까!
참고. 옥녀봉 등산기 (1)
등산길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