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가을 설악산의 단풍과 힐링, 일석이조 템플스테이!
2024년 10월 16일, 지인의 추천으로 4박 5일 속초 신흥사 리트릿에 참가하게 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미국 불교 수행 1세대 스승인 라마 앤, 라마 하비 방한 행사로 진행된 명상 프로그램이었는데, 명상은 처음이라 설악산에서 잠시 쉬다 올 거라는 기대만 있었다..
그래서였을까? 신흥사 템플스테이는 예상밖이었다. 웅장한 설악산을 배경으로 교육을 받으며, 자율시간엔 초보자도 가능한 산행을 즐길 수 있었다. 서울과는 완전히 다른 자연 속 체험이었고, 시골 나들이처럼 느껴졌다.
설악산이 이렇게 아름답고 웅장한 줄 미처 몰랐고, 외국인들이 왜 그렇게 방문하는지도 이해가 갔다. 4박 5일간의 단체 프로그램이었지만, 템플스테이의 기본 방침은 유사한 듯하여 템플스테이를 계획하는 분들께 도움이 될 몇 가지를 적어본다.
출발: 아침 6시 50분 분당 출발
설악산 공원 입구 도착: 공원 주차장에 주차, 입구 식당에서 아침식사
신흥사 입구인 '일주문'을 지나 우측에 위치한 설다원 방문: 정혈차 한잔 (무료 찻집)
설운당 방문: 템플스테이 수련복과 방 배정을 받는다.
오후 오리엔테이션: 강당에서 식사/취침시간, 퇴실 지침, 주변 등산 정보 안내
저녁 식사: 산나물과 과일로 이뤄진 건강식단으로 구성. 공양 그릇은 본인이 씻는다.
취침 시간: 저녁 9시
혹시 막힐까 싶어 새벽 6시 50분에 설악산으로 출발했다. 평일이어서였을까 생각보다 빨리 오전 10시 전에 도착했다. 일단 공원 입구에서 주차장 직원분에게 "신흥사 템플스테이 왔는데요."라고 말하면 주차 안내를 해준다. 이른 시간이어도 관광버스들이 많아 조금 혼동이 있었지만, 일단 입구 근처 무료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저녁에 다시 템플스테이 설선당 근처 주차장으로 이동해 주차를 했다.
[Tip] 템플스테이를 하면 기본적으로 주차를 용이하게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번에 안 사실이지만 설악산이 문화재 구역으로 지정되면서 2023년 5월부터 입장료가 무료다.
잠시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니 아래와 같은 재미있는 지도가 보인다. 아직 약속시간 전이라 일단 아침식사를 위해 공원 입구 쪽 식당에서 순두부찌개와 황탯국을 시켰다.
식당 이모님들이 너무 친절하고 오래된 맛집인가 기대했지만, 음식이 나왔을 때 친구와 마주 보고 그저 웃고 말았다. 물이 많고 다시다 맛이 났지만, 배가 고파 그냥 먹었다. 외국인 손님들이 들어오는 것을 보며 정말이지 말리고 싶었지만, 이모님들 친절함에 차마 말을 못 했다.
[Tip] 공원 안쪽으로 들어가면 음식점과 카페도 있다. 입구 식당에서의 식사는 추천하지 않는다.
공원입구를 지나 안쪽으로 쭉 걸어가다 보면 '일주문'이라는 기둥 또는 문을 볼 수 있다. 신흥사의 입구라고 할 수 있다. 입구를 지나 왼쪽에는 템플스테이 '선체험관'이 보이고, 우측에는 '설다원'이라는 무료 찻집 (실상, 불교 용품 및 기념품가게다)이 보인다. 신흥사 템플스테이 방문 시에는 우선 '설다원' 뒤편에 위치한 '설운정'이라는 템플스테이를 방문하여 갈아입을 의복(노란 조끼와 회색 바지)과 방배정을 확인하고 이동한다.
카페인줄 알고 들어가 앉았는데 무료 찻집이라고 한다. 뽕잎과 대나무잎으로 만든 '정혈차'를 주시는데 향과 맛이 참 묘하고 맛있다. 먹어보고 원하면 구매할 수도 있다.
설다원은 불교용품이나 기념품을 판매하는 가게다. 얼핏 보기에는 한옥 카페로 보이는데, 아침 일찍 문을 열고 사람이 많지 않아 잠시 시간을 내어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기에도 좋다. 그래도 가게인지라 오래 머물기에는 미안함 감이 있어, 연꽃빵을 구입했는데 차와 함께 먹기에 딱 좋았다. 매일 와도 상관없다고 가게 매니저님이 말씀은 하셨는데, 사람이 많을 때는 그래도 오래 머물지 않는 것이 예의일 것 같다.
설다원 뒤편에 위치, 설악산 신흥사 템플스테이 방문 시 먼저 방문해야 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템플스테이 수련복과 방배정을 받는다. 숙소는 '설운정'과 '선체험관' 두 곳이 있는데, 참여한 프로그램 내용에 따라 머무는 곳이 달라지는 것 같다.
숙소배정을 선체험관으로 받았다. 설다원 맞은편에 위치한 한옥인데 설악산을 배경으로 풍경이 너무 좋고 시냇물 흘러가는 소리도 들린다. 숙소는 온돌에다 삼중문으로 되어 있어 매우 따뜻하다. 욕실 바닥마저 온돌인 듯 따뜻하고 물기가 없다. 참고로, 욕실에는 비누만 있어 필요한 욕실 용품 및 세면도구는 개별로 가져와야 한다.
선체험관의 문이 참 재미있다. 종종 관광객들이 관광지로 착가하고 들어오는 경우가 있어,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문을 잠가야 한다. 이 문은 아래 사진 우측 마지막 사진처럼 작은 문을 통해 손을 넣어 나무 걸쇠를 직접 밀고 닫는 방식이다. 처음엔 살짝 들여다보는 용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꽤나 지혜로운 설계라 감탄했다.
공간이 꽤 넓고 따뜻해 반팔이나 가벼운 긴팔 정도만 입어도 충분하다. 좌측으로는 설악산의 멋진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마침 비가 내려 산허리에 안개가 걸린 모습이 시시각각 변하며 신비로움을 자아낸다. '이것이 정말 자연이구나!' 하며 감탄하게 된다. 강당에서 바라보는 설악산 전경과 옆으로 흐르는 시냇물 소리가 우렁차 휴식시간마다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다.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다.
신흥사 스님이 템플스테이 관련 정보를 미리 안내해 주신다. 식사 시간, 취침시간, 예불 시간 및 퇴실 시 지침사항뿐 아니라 주변 등산 정보까지 간단히 알려주셔서 생활하는데 많이 도움이 되었다.
템플스테이에서 수련복으로 조끼와 편한 바지를 제공하기에 조끼 안에 입을 얇은 긴팔이나 반팔만 준비하면 된다. 내가 참가한 10월 중순에는 낮에는 더워 반팔을 입었지만, 아침과 저녁으로는 쌀쌀해 두꺼운 점퍼가 필요했다.
숙소와 강당 실내도 꽤 따뜻한 편이어서 반팔을 입고 지냈고, 가을에는 아무래도 기본 긴팔과 두꺼운 점퍼, 좀 더 따뜻한 상의 한 두벌을 챙기는 것이 좋다. 하의는 수련복 한 벌로도 충분한데, 4박 정도의 머무를 경우 수련복을 한번 교체해 준다.
등산을 계획한다면 등산복과 등산 물품(스틱, 신발, 모자 등)을 챙기고, 평소 운동을 많이 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등산 후 근육통이 있을 수 있으니 파스를 준비할 것을 추천한다.
식단은 주로 산나물, 버섯, 두부, 가지, 김치, 장국 그리고 후식 과일이 함께 나오는데, 특별할 것 없는 메뉴임에도 참 맛있다. 참가자들 대부분이 맛있다고 느끼는 걸 보면, 사찰음식의 담백함 때문인지 아니면 배가 고파서인지 정말 모두 맛있는 것 같다. 특히, 산나물과 장국은 시골 음식 그대로의 맛이라 더욱 좋았다. 가끔 특식으로 떡볶이와 떡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 또한 별미다.
간혹 이 식단이 다이어트가 될지도 모른다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만, 밥을 많이 먹기에 건강한 메뉴일 뿐 다이어트와는 그다지 관련은 없을 듯하다. 그리고 달달 커피를 좋아하는 분은 식당에 화이트골드 커피믹스가 있으니 참고하길.
신흥사 스님이 알려준 등산 정보를 간단히 정리해 보면 코스는 아래와 같다.
초급: 비선대, 비룡폭포 (2시간), 권금성(케이블카 이용)
중급: 토왕성 폭포 전망대, 흔들바위 (3시간)
상급: 금강굴, 울산바위 (3시간 이상)
비선대는 무장애탐방로가 있을 정도로 거의 평지에 가깝다. 보통 걸음으로 걸어서 왕복 2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로 주변 시냇물과 숲도 구경하면서 산책하기에는 추천할만하다. 비룡폭포도 초보자가 갈 수 있는 등산코스로 중간에 돌길 등산로가 있기는 하지만 쉬어갈 수 있는 다리들이 있어 올라가는 재미가 있는 코스이다.
한편, 비룡폭포를 지나 올라가는 토왕성 폭포 전망대는 900 계단이 있어 이 900 계단(왕복 1시간)을 오를 수 있으면 도전해 봐도 좋다고 한다. 40년 만에 개방된 곳이라 외국인들이 주로 가는 코스라고 하는데, 비가 온 뒤에 가야 폭포 줄기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금강굴과 울산바위는 조금 난이도가 있어 등산 경험이 적은 사람의 경우, 시간을 여유롭게 가지고 천천히 가야 한다고 하는데 금강굴은 고소공포증이 있으면 조금 어려울 수 있다고 한다.
신흥사가 설악산 중심에 있어 비선대, 비룡폭포, 울산바위 등 주요 등산 코스와 케이블카, 극락보전까지 걸어서 가기 편리하다. 산책이나 등산 후 쉬어갈 수 있는 위치라 남녀노소 걷기에도 좋다.
단풍철에도 템플스테이를 하는 사람에게는 숙소 인근에 무료 주차가 제공되어 주차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숙소는 깔끔하고 쾌적하며 온돌이라 따뜻하다. 자연 속에서 힐링을 원하는 분께는 추천할 만하다.
당일 예매를 해야 하는 케이블카도 예매 장소가 가까워 아침 일찍 방문해 원하는 시간대를 예약하고 탈 수 있어 효율적이다. 그리고 스님의 친절한 오리엔테이션 안내 덕분에 처음 템플스테이 하는 사람도 쉽게 적응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전 예약 필수
신흥사 홈페이지를 활용한다. (홈페이지 : 신흥사 템플스테이 )
예약 문의
09:00~11:20 am, 13:00~17:00 pm 휴관일:수요일
010-4179-7994, temple7393@templestay.com
참가비용
프로그램마다 일정과 내용이 달라 비용이 상이하다. 당일인지 숙박 체험인지, 그리고 숙박 체험의 종류에 따라 명상, 예불, 다도 등이 포함될 수 있어 미리 홈페이지를 통해 원하는 프로그램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주의사항
숙소는 기본적으로 <2,3인 1실>을 원칙으로, 1인 예약 시 다인실 사용이 어려워 1인실로 옵션추가 예약해야 한다고 한다.
준비물
템플스테이 수련복 (조끼와 바지)을 제공하지만, 조끼 안에 입을 옷이나 양말, 방한용품을 준비해야 한다. 등산을 계획한다면 등산복과 물품(신발, 스틱, 모자 등)도 챙긴다. 산 속이라 벌레들이 종종 있어 벌레 퇴치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
욕실용품
비누만 비치되어 있어 욕실 용품은 모두 개별로 준비해야 한다. 예, 샴푸, 린스, 바디용품, 수건
주차
템플 스테이 참가자는 공원 입구 산문 앞에서 주차장 직원에게 <템플스테이 참가자>라고 알려주면, 주차장 사정에 따라 무료 주차장을 안내해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