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유산에서 국제회의 중심지로
1. 서론: 실크로드의 심장이 다시 뛴다.
중앙아시아 우즈베키스탄의 고대 도시 사마르칸트가 2,750년 역사를 딛고 21세기 국제도시로 재탄생하고 있다. 기원전 8세기 소그드 문명의 중심지로 출발해 티무르 제국의 찬란한 수도를 거쳐, 2001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후 20여 년간 문화유산 보존에 집중해왔던 이 도시는 2022년을 기점으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2022년 9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면서 사마르칸트는 국제사회의 주목을 받았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이를 계기로 'Silk Road Samarkand' 프로젝트를 본격화하며 2026년까지 5성급 호텔 20개 건설, 연간 관광객 500만 명 유치라는 야심 찬 목표를 설정했다. 고대 유적과 현대 인프라가 조화를 이루며, 사마르칸트는 '살아있는 박물관'에서 '미래 지향적 문화도시'로 진화하고 있다.
2. 유네스코 유산: 2,750년 역사의 결정체
2.1. 세계유산 등재의 의미
2001년 사마르칸트는 '사마르칸트-문화의 십자로(Samarkand - Crossroad of Cultures)'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됐다. 유네스코는 등재 이유로 "기원전 7세기부터 이어진 도시 역사", "페르시아, 그리스, 이슬람, 몽골 문화가 융합된 독특한 건축양식", "실크로드 교역의 중심지로서 동서양 문화 교류의 증거"를 제시했다.
특히 1415세기 티무르 제국 시대에 건설된 기념비적 건축물들은 이슬람 건축의 정수로 평가받는다. 티무르(재위 13701405)는 정복 전쟁을 통해 페르시아, 인도, 아나톨리아의 최고 장인들을 사마르칸트로 불러모았고, 이들이 만든 청색 타일 장식, 거대한 돔 구조, 정교한 모자이크 문양은 '티무르 양식'이라는 독자적 건축 전통을 확립했다.
2.2. 대표 유적 3대 보물
레기스탄 광장(Registan Square)은 사마르칸트의 상징이다. '모래 언덕'을 뜻하는 레기스탄은 15~17세기에 건설된 세 개의 마드라사(이슬람 신학교)로 둘러싸인 광장으로, 울루그 베크 마드라사(1420), 쉐르도르 마드라사(1636), 틸랴 코리 마드라사(1660)가 대칭을 이루며 서 있다.
2024년 레기스탄 광장 보존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3개 마드라사의 외벽을 장식한 청색 타일은 총 46,000㎡에 달하며, 이 중 1920년대 소련 시대 복원 과정에서 교체된 타일이 약 18%를 차지한다. 2020~2023년 이탈리아 문화재청과 협력한 복원 프로젝트로 균열이 발생한 타일 8,200㎡가 전통 방식으로 교체됐다.
구르에미르 영묘(Gur-e Amir Mausoleum)는 티무르와 그의 후손들이 잠든 곳이다. 1404년 완공된 이 영묘는 높이 12.5m의 벽 위에 지름 15m, 높이 36m의 청록색 돔이 얹힌 구조로, 페르시아-이슬람 건축의 걸작으로 꼽힌다. 내부에는 세계에서 가장 큰 단일 옥으로 만들어진 티무르의 관석(길이 2.5m)이 있다.
1941년 소련 고고학자 미하일 게라시모프가 티무르의 무덤을 발굴했을 때, 관 뚜껑에 "나를 깨우는 자에게 전쟁의 재앙이 닥칠 것"이라는 경고문이 새겨져 있었다. 발굴 3일 후 독일이 소련을 침공했고, 1942년 유해를 재안장한 후 스탈린그라드 전투에서 전세가 역전됐다는 일화가 전해진다.
샤히진다 묘군(Shah-i-Zinda Necropolis)은 11~19세기에 걸쳐 건설된 20여 개의 영묘가 모인 복합단지다. '살아있는 왕'을 뜻하는 이름은 예언자 무함마드의 사촌 쿠삼 이븐 압바스가 이곳에서 순교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2023년 우즈베키스탄 고고학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샤히진다의 타일 장식은 시대별로 8가지 기법이 확인되며, 14세기 '마이올리카 기법', 15세기 '하프트랑 기법'은 각각 이탈리아와 페르시아에서 유래한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티무르 시대 사마르칸트가 국제적 장인 네트워크의 중심이었음을 증명한다.
3. 2022년 전환점: SCO 정상회의와 국제도시 도약
3.1. 역사적 회의의 무대
2022년 9월 15~16일 사마르칸트에서 개최된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는 이 도시의 국제적 위상을 극적으로 변화시킨 사건이었다.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등 8개 회원국과 14개 참관국 정상들이 모인 이 회의는 코로나 19 팬데믹 이후 최대 규모 국제행사 중 하나였다.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회의 준비를 위해 2020~2022년 사마르칸트 인프라에 12억 달러를 투자했다. 사마르칸트 국제공항을 확장해 연간 탑승객 처리 능력을 150만 명에서 500만 명으로 늘렸고, 레기스탄 광장 인근에 SCO 전용 컨벤션센터(면적 42,000㎡)를 건설했다. 또한, 타슈켄트-사마르칸트 간 고속철도 '아프로시압'의 운행 편수를 하루 4편에서 12편으로 확대했다.
회의 결과 채택된 '사마르칸트 선언'은 다자주의 강화, 경제협력 확대, 테러 대응 공조를 주요 내용으로 담았다. 정치적 성과와 별개로, 국제 언론에 사마르칸트가 집중 조명되면서 관광 홍보 효과가 발생했다. 영국 BBC는 "2,500년 역사의 도시가 21세기 국제정치 무대로 귀환했다"라고 보도했다.
3.2. 회의 이후 변화 지표
SCO 정상회의 이후 사마르칸트의 변화는 구체적 수치로 확인된다. 우즈베키스탄 관광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2022년 사마르칸트 외국인 방문객은 180만 명으로 2021년(72만 명) 대비 150% 증가했다. 2023년에는 285만 명, 2024년에는 380만 명으로 지속 성장했다.
국제회의 유치 실적도 급증했다. 2019년 사마르칸트에서 열린 국제회의는 3건에 불과했지만, 2023년 18건, 2024년 32건으로 늘었다. 2024년 주요 회의로는 '중앙아시아 경제포럼(4월)', '실크로드 관광 장관회의(6월)', '이슬람 협력기구(OIC) 청년 포럼(9월)' 등이 있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