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베크 영화, 중앙아시아 스크린을 장악하다

소련 영화 전통에서 독립 영화 르네상스로

by Miracle Park


우즈베키스탄은 소련 시절부터 '우즈베크 필름(Uzbekfilm)' 스튜디오를 중심으로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영화 산업을 구축해왔다. 1925년 타슈켄트에 설립된 우즈베크 필름은 400여 편의 장편영화와 100편 이상의 애니메이션을 생산하며 지역 문화적 정체성의 핵심 축으로 자리잡았다. 독립 이후 침체기를 겪었으나 2017년 이후 미르지요예프 정부의 문화산업 개혁과 함께 제2의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있다.


2021년 재개된 타슈켄트 국제영화제 '실크로드의 진주'는 매년 40개국 이상이 참가하는 중앙아시아 대표 영화제로 성장하고 있으며, 얄킨 투이치예프 감독의 '파리다의 2000개 노래(2020)' 같은 작품들이 국제 무대에서 주목받고 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의 중앙아시아 진출과 한국 콘텐츠 협업 논의는 우즈베크 영화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1. 소련 유산과 우즈베크 필름의 역사적 토대

1-1. 중앙아시아 최초의 영화 스튜디오

우즈베키스탄은 중앙아시아 국가 중 최초로 자국 영화 스튜디오를 설립한 나라이다. 1924년 부하라에 부크키노(Bukhkino)가 세워졌고, 1925년 타슈켄트에 '샤르크 율두지(Sharq Yulduzi, 동방의 별)'라는 이름의 대형 스튜디오가 출범했다. 이 스튜디오는 1936년 우즈베크 필름(Uzbekfilm)으로 개칭되어 현재까지 우즈베키스탄 최대이자 최고(最古) 영화 스튜디오로 기능하고 있다.


이웃 공화국들은 우즈베키스탄보다 뒤늦게 영화 산업에 진입했다. 투르크메니스탄이 1926년, 카자흐스탄이 1929년(다큐멘터리)·1934년(극영화), 타지키스탄이 1930년, 키르기스스탄이 1942년 순으로 자국 스튜디오를 건립했다. 이는 우즈베키스탄이 중앙아시아 영화 역사에서 선구자적 위치에 있음을 보여주는 근거이다.


1-2. 소련 시기: 선전영화에서 예술영화로

소련 초기(1928~1941년) 우즈베크 필름은 이슬람 문화를 겨냥한 반종교 선전영화 제작에 집중했다. 그러나 1945년 타슈켄트 국립공연예술대학교 설립 이후 우즈베크 고유의 연기·연출 인재가 양성되기 시작하면서 영화의 질이 점차 높아졌다. 1958년 음악코미디 '마프투닝만(Maftuningman)', 1977년 '슘 볼라(Shum bola)' 등은 오늘날까지 우즈베크 국민영화로 사랑받고 있다.


소련 붕괴 직전인 1991년 개봉된 '압둘라존(Abdullajon)'은 E.T.를 연상케 하는 SF 코미디로, 소련식 영화 제작 방식과 우즈베크 민족 정서가 결합된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이 작품은 우즈베크 영화가 단순한 선전 도구를 넘어 진정한 예술 매체로 성숙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작품이다.


1-3. 독립 이후 침체와 재건(1991~2016)

1991년 독립 이후 우즈베크 필름은 정부 통제 하의 주식회사로 전환(1996년)되었다. 그러나 재정 부족과 국제 유통망 결여로 인해 연간 장편영화 제작 편수가 손에 꼽을 정도로 줄어들었다. 2000년대 들어 디지털 촬영 기술의 보급과 볼리우드 스타일의 상업영화 수요가 겹치면서 양적 팽창은 이루어졌으나, 일부 러시아 평론가들은 2009년 경 "편수는 늘었으나 질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2. 독립 영화 르네상스: 2017년 이후 변화

2-1. 정부 개혁과 영화 산업 육성 정책

2016년 샤우카트 미르지요예프 대통령 취임 이후 우즈베키스탄은 문화산업 개혁을 국가 과제로 채택했다. 우즈베키스탄 문화부 산하 영화진흥청(Agency of Cinematography)이 신설되어 민간 제작사 지원, 공동제작 협정, 영화 교육 프로그램 확대 등이 체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2026년 현재 정부 지원을 통한 연간 제작 목표는 30편 이상으로 제시되어 있으며, 전국에 700여 개 이상의 소규모 디지털 스튜디오가 활동 중이다.


2-2. 주목받는 현대 작품과 감독들

이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으로는 '스콜피온(Scorpion, 2018)', '핫 브레드(Hot Bread, 2019)', 얄킨 투이치예프 감독의 '파리다의 2000개 노래(2000 Songs of Farida, 2020)' 등이 있다. 특히 투이치예프 감독은 소비에트 시대 중앙아시아 이슬람 민족과 소련군의 갈등을 배경으로, 가부장제에 맞서는 여성들의 삶을 섬세하게 담아내 국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그는 "이 영화는 역사적 장식도, 박물관 전시도 아닌, 살아있는 사람들의 현실과 존엄을 탐구하는 작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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