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연 문, 고려인이 넓히다

K-콘텐츠·K-뷰티·K-푸드의 중앙아시아 확산

by Miracle Park


# 한류, 음악과 드라마를 넘어 생활 속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이 발표한 '2026 해외 한류 실태조사(2025년 기준)'에 따르면, 한류의 외연이 기존 음악·드라마 중심에서 음식·뷰티로 확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중앙아시아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K-팝과 K-드라마가 먼저 감수성의 문을 열었고, 이제 K-뷰티와 K-푸드가 그 문으로 들어와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K-드라마와 K-팝 등 한류 콘텐츠가 브랜드 친숙도와 구매 욕구를 높인 덕분에, 뷰티와 푸드 분야로의 확산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구조는 중앙아시아에서 특히 선명하게 작동한다.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의 젊은 세대는 OTT와 숏폼 플랫폼을 통해 K-콘텐츠를 접하고, 그 속에 등장한 제품을 오프라인 매장에서 직접 구매하는 패턴을 보인다.


한류 열풍이 이어지면서 K-푸드, K-화장품 등 한국산 소비재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고 있다. 과거 소비재는 한국 수출에서 '감초' 역할에 그쳤지만, 이제는 정부가 관리하는 수출 15대 주력 품목 진입이 가능한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이 성장의 물결이 러시아·동유럽을 거쳐 중앙아시아 내륙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 고려인: 역사가 만든 최적의 문화 매개자

중앙아시아 한류의 가장 독특한 변수는 고려인의 존재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살고 있는 고려인은 55만 명으로, 우즈베키스탄 20만, 러시아 19만, 카자흐스탄 10만 등 160년 전 연해주·블라디보스톡으로 이주한 난민들의 후손들이다.


이들은 단순한 동포 공동체가 아니다. 1990년대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 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 분야에 뛰어난 소질을 보인 고려인들이 등장하였다. 그 결과는 놀랍다. 카자흐스탄 독립 이후 고려인들이 단연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분야는 경제 분야이다. 전자제품 유통업은 고려인 업체가 1~3위를 차지하고 있고, 자산 규모 카자흐스탄 6위 은행이 고려인 소유이며, 세계적인 구리 생산 업체인 카자흐무스의 경영진도 고려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해마다 포브스지에서 발표하는 카자흐스탄 부자 50위 안에 무려 7명의 고려인이 포함되어 있을 정도로 경제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카자흐스탄에서 생활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플랫폼 '카스피(Kaspi)'을 운영하는 카스피은행의 오너 또한 고려인 김 뱌체슬라프 회장이다.


고려인들이 갖는 경쟁 우위는 단순히 자본력이 아니다. 우즈베키스탄이나 카자흐스탄의 시장에 가면 고려인 반찬 가게도 있으며 한국 요리의 식습관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한국 식문화에 대한 본능적 친숙함을 의미한다. 또한 고려인들은 러시아어, 현지 언어(카자흐어·우즈베크어), 그리고 일부는 한국어까지 구사하며 한국 기업과 현지 소비자 사이의 언어적·문화적 통역사 역할을 수행한다.

# CU 카자흐스탄 1호점: 고려인 네트워크가 만든 합작

이 구조가 가장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례가 편의점 CU의 카자흐스탄 진출이다. BGF리테일은 카자흐스탄 현지 기업인 '신라인(Shin-Line)'의 편의점 전문 신설 법인 'CU Central Asia'와 마스터프랜차이즈 계약을 맺고 카자흐스탄 시장에 진출했다. 신라인은 중앙아시아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는 최대 아이스크림 제조사다.

여기서 핵심은 신라인의 대표가 누구냐이다. 안드레이 신 신라인 대표는 고려인 3세이자 알마티 고려인협회장이다. 단순한 투자가 아니라, 현지 유통 인프라를 장악한 고려인 사업가가 K-브랜드의 물리적 통로가 된 것이다.


CU 아스타나스퀘어점은 알마티의 메인 거리인 톨레비(Tole be)에 오픈했다. 톨레비는 대학가, 관공서, 오피스 등이 밀집해 있어 젊은 층을 중심으로 한 유동인구가 많은 곳이다. CU는 라면, 스낵, 델라페 등 총 800여 종의 K-푸드 상품뿐만 아니라 한국 대표 음식인 떡볶이, 닭강정 등의 즉석 조리 상품으로 현지인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Miracle Pa···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중앙아시아 전문작가. 현지 취재ㆍ르포ㆍ출간ㆍ강연으로 실크로드의 땅, 중앙아시아의 신비를 문장으로 풀어냅니다.

23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24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821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22화한국 ODA와 고려인, 개발협력의 접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