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삭 속아수다? 진짜 속은건 아닐까?
“서울이 지옥 같아서 제주로 도망쳤는데, 여긴... 천국의 가장자리에 붙은 지옥이더라.”
이 말은 실제로 한 40대 제주 이주민이 남긴 블로그 후기다. 귤은 분명 달았다. 하지만 인생은 쓰디썼다.
1. 제주에 가면, 뭐든 괜찮아질 줄 알았다
지긋지긋한 상사의 잔소리, 아스팔트 위를 떠다니는 미세먼지, 월세만 내면 통장이 텅장이 되는 서울의 삶.
“그래, 제주로 가자. 느리고 자연스러운 삶, 바다 보며 커피 마시고, 귤밭 옆에서 요가하고, 브런치 카페 열면 되잖아?”
그러나 현실은 ‘슬로 라이프’가 아니라 ‘하드 모드 생존 게임’이었다.
2. “귤밭 사서 귀농할래요?”… 그 귤밭, 땅이 아니고 벽이다
귤농사는 단순한 귀농이 아니다.
제주의 농지는 함부로 팔 수 없게 되어 있고, 외지인이 농지 취득을 하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통과해야 한다.
게다가 “육지 사람들이 농사하려면 최소 5년은 각오해야지”라는 도민들의 반응은 심리적 장벽까지 만든다.
또한, 땅값은 이미 하늘을 찌른다. 2024년 기준으로 제주시 애월읍의 일부 땅값은 서울 외곽과 맞먹는다.
‘작은 농가 하나 사서 조용히 살겠다’는 꿈은, 중도금 대출 앞에서 무너진다.
3. 카페 창업? 망하는 코스, 전매특허
최근 몇 년간 제주엔 ‘감성 카페’ 붐이 일었다.
바닷가 뷰, 한라산 조망, 귤로 만든 디저트...
“내 가게는 달라. 인스타 감성 풀장착이야.”
그러나 현실은?
“3개월째 적자예요. 여긴 사람이 주말에만 와요.”
“겨울엔 손님이 아예 없어요.”
“월세는 비싼데, 물류는 느려요.”
제주의 소비 시장은 관광객 중심이고, 도민은 절약형 소비자다. 이 사실을 모른 채 들어온 수많은 창업자들이 철수하거나 심지어 폐업 비용도 감당 못하고 빚만 남긴 채 떠났다.
4. “도민들과 잘 지내고 싶어요” → 하지만 당신은 늘 이방인
지역 커뮤니티의 벽은 생각보다 높다.
특히 조용한 마을에 갑자기 카페, 펜션, 외지인 유입이 늘어나면서 일부 도민들은 ‘제주를 빼앗긴다’는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이로 인해 “이주민 때문에 교통체증이 심해졌다”, “전통은 다 무너졌다”는 비판도 나온다.
아무리 “저는 조용히 살고 싶었을 뿐이에요”라고 말해도, 제주 사회에선 당신은 여전히 ‘들어온 사람’ 일뿐이다.
5. 자연은 아름답지만, 시스템은 낙후되어 있다
비 오면 도로가 잠기고,
병원은 큰 수술이 어렵고,
택배는 느리고,
문화생활은 극히 제한적이다.
차가 없으면 이동도 어렵다.
육지에선 ‘근처’인 거리가, 제주에선 ‘하루 코스’다.
서울의 편의성에 익숙해진 사람에겐, 이 모든 게 슬로가 아니라 스트레스다.
6. 가장 중요한 것 – 일자리
“그래, 서울에선 월세 내며 죽어라 일했지만, 제주에선 적게 벌고 조용히 살면 되지.”
그런데 제주엔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기존 업종이 관광, 농업, 건설 등으로 한정돼 있고,
재택근무나 프리랜서가 아니라면 생계가 막막해진다.
게다가 제주는 섬이다. 즉, ‘갑자기 올라가서 면접 보고 올게요’가 안 된다. 제주로 이주한다는 건, 직장 시장에서 자발적 고립을 택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제주 이주는 ‘낭만적 충동’이 아니라 ‘경제적 분석’이 필요한 이사 이상의 프로젝트다.
충분한 자본
장기적 생계 계획
지역 공동체와의 융화 전략
이 세 가지가 없다면, 달콤한 귤 맛에 홀려 인생까지 말아먹을 수 있다.
다시 말한다.
귤 맛에 속는 건 괜찮다. 한 입 베어 물고 “앗 시다!”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인생은 다르다. 되돌리기 어렵다.
“제주는 놀러 올 땐 천국이지만, 살려고 오면 시험대가 된다.”
바다는 아름답다. 그러나 그 바다를 건너와 산다는 건,
그저 로망이 아니라 의지와 준비, 그리고 현실 감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그러니 이 말을 기억하라.
“귤 맛에 속았다, 인생까지 속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