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내가 결혼을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한 사람과 평생 함께 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몰랐다고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사실, 결혼을 앞두고 미국을 입국하면서도 내 마음 한편엔 '돌아갈 수 있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어찌 이런 생각으로 결혼을 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살다 헤어지는 한이 있어도 이 남자와 살아보고 싶었기에 결혼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이 남자, Sam과 결혼을 한 지 2년 차. 이제는 이 남자와 평생 살 수 있을 것 같다. 누나가 사랑해줄게! 이젠 내가 살아가는 동안에 내가 가진 모든 마음과 힘을 다해 사랑해주고 싶다.
어린 시절이 행복하지만은 않았다. 그렇다고 불행한 것도 아니었다. 엄마의 사랑도 받았고 아빠의 사랑도 받은 것 같지만 어른이 된 지금 되돌아보면 바른 사랑이었는지는 모르겠다. 내가 아빠의 외도 사실을 알게 된 건 7살, 엄마를 통해 알게 되었다. 친구랑 놀고 싶었던 내 어린 시절, 친구는 필요 없고 운동이나 열심히 하라는 관심인지 사랑인지를 받으며 자라왔다. 어른이 되고 보니 엄마도 아빠도 이해가 간다. 엄마가 내게 남겨 준 것은 그녀의 최선이었고 아빠가 남겨준 것은 미숙했지만 노력이었다. 그래서인지 '만약, 아주 만약에 결혼이란 것을 하게 된다면' 생각을 할 때마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었다. 바른 관계와 바른 사랑.
이 남자의 모든 것을 안다고 말할 수 없지만 남편은 자신의 가장 친한 친구는 친 형과 아버지라고 말한다. 그리고 조언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전화하게 되는 사람은 부모님이다. 좋은 일이 생겨도, 뿐만 아니라 시시콜콜한 이야기마저도 주기적으로 나누는 유일한 사람은 부모님과 형이다. 남편의 롤모델은 부모님이며, 자신의 부모님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한다. 형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다며 형과 자신처럼 우리의 아이도 그런 자매, 형제, 남매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 그렇기에 내 입장에선 남편은 가족으로부터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자라왔다고 생각했다.
며칠 전, 침대에 누워 여러이야기를 나누다가 "남편, 나는 어린 시절 사랑을 못 받아서 그런지 사랑이 그리웠어. 지금은 충분한 사랑을 받고 있지만 그래도 당신은 사랑이 부족하지 않았잖아. 그러니까 나를 더 사랑해줘!!" 했더니 "무슨 소리야. 나는 평생 사랑을 받으며 자라왔어. 우리 모~든 가족이 날 사랑해줬지. 그래서 난 더더욱 사랑을 받고 싶어. 당신한테도. 그래서 나는 동. 쌩. 이. 야. (한국어로)"
아, 사랑은 부족함을 느꼈던 사람이건 충분함을 느꼈던 사람이건 사람은 사랑받고 싶은 것이 본질이구나 생각했다. 모든 사람은 사랑을 필요로 하는구나. 다시 한번 느꼈다. 이 순간 갑자기 널 평생 사랑할게!!라는 다짐을 한 것은 아니다 그와 쌓아온 4년의 시간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감정이지만 다시 한번 다짐했다. 당신 하나만큼은 사랑하겠다고. 동쌩. 누나가 그 사랑 주겠노라고. 그 사랑이 한 사람과 평생 함께 할 수 있는 힌트인지, 또 우리에게 무슨일이 생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살아가는 동안만큼은 당신 하나만은 최선을 다해 사랑하겠노라고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