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설지만 반갑고, 고마웠던 그 날
보통은 출산 경험자들이 말하길, 첫 아이는 일주일이나 빠르게는 보름 정도 일찍 나온다고들 하던데 어찌 된 일인지 우리 아기는 예정일이 다가올수록 아랫배 쪽으로 내려오지 않고 풍선만 하게 두둥실 잘 놀고 있었다. 병원에서는 아이가 아랫배로 내려오지 않으면 그다음 주 월요일 유도분만을 진행해 보자고 제안을 했고, 일단은 유도 날짜를 예약을 해놓은 상태에서 예정일만 기다리고 있는 날들이었다. 처음 임신을 알게 된 날부터 예정일이 계산되는데 공교롭게도 아이가 태어날 예정일이 나의 생일과 같은 날짜여서 태교를 하는 내내 생일이 같지 않게 되길 하는 바람이 있었다. 나는 생일을 한 해 중 가장 특별하게 생각하는 환경 속에서 자라났고, 생일이 다르게 되면 케이크를 2번 먹을 수 있는데 같은 날이 되면 케이크가 하나가 될 것이라는 아쉬운 마음에 내 아이와는 생일이 다르게 되길 출산일까지 빌고 또 빌었다. 간절히 바라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왜 여기선 적용이 안 되는 건지..
생일 전 전 날인 24일 심야에 아기가 나올 신호탄(이슬)을 확인하게 되었고, 25일로 넘어가던 그 날 새벽은 진통으로 잠을 제대로 못 이루고 옆에서 챙겨주던 신랑도 4시간 정도 자는 둥 마는 둥 새벽을 보내고 아침이 되어서야 출근을 했다. 예정일 기준 2주 전부터 출산이 앞당겨질 상황을 대비해 부산에서 올라왔던 친정 엄마도 걱정이 되어 발을 동동.. 엄마는 이미 겪어본 고통이어서 딸의 그런 고통을 겪는 게 더 공감되고, 더 안타까워하셨다..
진통은 규칙적이진 않았고, 한 번 크게 왔다가 잠잠.. 몇 시간 뒤 또 크게 왔다가 잠잠한 상황이 몇 번 더 반복되었다. 오후 4~5시쯤부터 규칙적으로 진통이 오기 시작해 이전에 미리 공부해 두었던 가진통이 이건가 싶어 진통 주기를 측정하는 어플을 켜놓고 상태를 측정하기 시작했다. 10분 단위였던 주기는 7분, 6분으로 점점 줄어들었고, 신랑이 퇴근할 무렵 5분 정도로 규칙적이기에 병원 갈 준비를 하자고 엄마에게 알렸다. 서둘러 신랑에게 전화해 병원 갈 준비를 해야 할 거 같다고 말하고 엄마랑 같이 그동안 싸놓았던 출산 가방과 함께 병원 갈 준비를 마쳤다. 준비를 다 마치니 딱 맞춰 신랑 도착! 차를 타고 가는 도중에도 5분에서 3분 단위의 규칙적인 진통이 와서 이제 아가가 나올 건가보다-라고 마음속으로는 아기를 맞을 준비와 기쁨, 그리고 출산에 대한 두려움이 같이 공존했지만 진통을 줄이기 위해 배워두었던 호흡도 같이 하니 신기하게도 진통 차차 나아졌다.(이 날 호흡으로 인해 느꼈던 효과로 주변에 임신한 친구들이 있으면 지금까지도 호흡의 중요성을 전파하고 있는 중이다.)
병원에 도착해서 간호사들이 나의 컨디션을 체크해 주었고,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겠단 말과 함께 대기 중이었다. 저녁 8시부터 진진통 시작! 앞서 겪었던 가진통과는 강도부터가 다른 진통이었다. 나름 아픈 것도 잘 견디는 체질이다고 자부했었는데 출산 직전의 진통은 내 예상보다는 훨씬 고통의 파워(?)가 강했고, 감내하기엔 한계가 있었다. 진통을 겪느라 체력도 많이 소진되고 땀도 흠뻑 이었다.(엄마랑 신랑을 불러 자연분만이 아닌 제왕절개 하고 싶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그 고통은 아는 사람만 짐작되리라..^^;) 진통을 잠깐 가라앉혀줄 무통주사를 맞고는 잠깐의 휴식을 얻었지만 그것도 2시간 정도만 효과가 지속되었다. 무통주사 효과가 끝나갈 쯤엔 다시 진통의 세계로 찾아들었고, 출산 수술 준비도 같이 들어갔다. 그토록 바라지 않던 출산일이었던 내 생일 26일 새벽 1시 51분, 진통 6시간 만에 3.69kg의 건강한 남자 아기를 맞이할 수 있었다. 정신도 없었던 그 와중에 그 상황은 너무도 조용했다. 아기 울음소리가 우렁차게 나던 매체 속 상황과는 달리 아가도 첨에 나왔을 때만 잠깐 울고 진정되고 나서 내 배 위에서 눈만 꿈뻑꿈뻑 가만히 있던 모습은 아직도 생생하다.(이건 옆에 있던 의료진분들이 얼른 아기 영상 찍으라 해서 신랑이 소장용 영상으로 촬영하여 남겨놓았다.) 나와 생일이 같은 나의 아들은 10달을 꼬박 지나고 분만예정일에 딱 맞춰 그렇게 태어났다.
지금은 돌이 지나고 건강하게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지만 그 당시엔 출산하면 모든 게 다 끝나고 아이도 자라고 나도 육아하는 엄마들과 다를 게 없는 엄마가 되겠구나 했는데 사실 출산이 끝이 아니었다. 출산하고서도 마음 놓을 수 없던 날들이 있었다. 여기에 다 풀어놓기엔 너무 긴 이야기임으로 일단은 여기서 끝을 맺을까 한다. 출산을 경험하면서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었고, 아이를 낳음으로써 또 다른 세계가 확장됨을 느낀다.(지금도 방금 우리 아이가 컴퓨터 전원을 꺼버려서 내가 다시 재부팅을 하고 들어와서 글을 쓰는 사고(?)도 간혹 일어나지만..^^;)
세상의 모든 엄마들 존경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