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아이를 발견한 날
양치기 소년이 아닌 스스로의 아이다움
어린이집 하원 후 아이는 아빠와 함께 공원에서 저녁 어스름할 무렵까지 신나게 놀고 들어왔다.
즐겁게 놀았다는 걸 반증이라도 하듯 아이의 머리카락은 소낙비에 맞고 들어온 듯이 한 올 한 올 다 보일 정도로 흠뻑 젖어있었다. (물론 같이 나갔던 아빠의 티셔츠도 물 맞은 것 마냥 젖어있긴 마찬가지였다.)
아빠와 함께 욕실에서 우당탕탕 샤워를 한 후 벌거숭이 모습을 하고는 나를 지그시 보는 눈빛으로 자신의 옷을 입혀 달라고 애교를 부린다. 이미 스스로 충분히 입을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이때만큼은 아가 때로 돌아간 것 마냥 엄마나 아빠에게 귀여운 때를 부리는 녀석이다.
샤워 후 물기도 마르지 않은 몸을 다시 수건으로 닦이고는 웃고 있는 아이에게 반반 능력(엄마 도움 반+스스로 입는 힘 반)으로 옷을 다 입혀주었다.
아이는 동그란 눈망울을 여기저기 굴리며 돌아다니다가 아빠와 함께 키우는 소라게에 멈추고는 소라게 먹이를 주라는 아빠의 부름에 먹이그릇을 들고 사육장으로 다가갔다. 그 사육장엔 뚜껑이 있었는데 고정되어있지 않아 아이가 다가갈 때 부딪치지 않을까 걱정하기가 무섭게 아이 곁에서 뚜껑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다른 때 같았음 아이가 자신이 그런 게 아니라고 부정하기 또는 엄마아빠에게 혼날까 봐 미리 겁먹고 핑계대기 바빴던 상황에서 야단을 치고 주의를 줬었겠지만 오늘만큼은 아이가 먼저 대뜸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이 소라게 먹이그릇을 넣어주며 머리를 사육장 쪽으로 넣었는데 그 바람에 뚜껑이 떨어진 것 같다고 차분하게 이야기를 해주었다.
사실 뚜껑보다 아이가 다쳤을까 봐 더 걱정이 되었는데 다행히 아이는 다치지 않았지만 뚜껑은 역시나 손상되었다.(아빠의 마음이 쓰라리겠지..) 그보다도 용기 있게 자신의 상황을 설명해 준 아이가 그 순간에는 언제 이만큼 멋지게 성장했을까 하고 대견하게 느껴졌다.
아직 여섯 살 밖에 되지 않은 그저 어리광 부리고 놀기 좋아하는 철부지 녀석이건만. 그래도 어린이집에서 여러 가지 삶의 방식을 배워오긴 하는가 보다.
앞으로 살아갈 아이의 삶 속에서 오늘의 사건 속 작은 의미에서의 용기도 마음속에 배워나갔길 바라며-
잠든 아이 얼굴을 보고는 기특한 마음 한 스푼 담아주며 나도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