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이 같지 않은 포스트에 댓글을 다는 방법

2025. 1. 13. 10:10

by 가보리다


1.


이 글은,
나름 친한 블로그 이웃이 취향에 맞지 않은 글을 올렸을 때, 어떤 태도를 취하는지에 관한 글입니다.
가보리다도 애초에 뜬금없이 취향에 안 맞는 블로그를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아요.
다양한 분야에 호기심이 많은 가보리다지만, 지적인 한계로 선호하지 않는 분야들도 존재거든요.
그런데, 이미 친분이 어느 정도 쌓여서 그 이웃의 새 글에 늘 출석 도장을 찍으러 가는 '나름 친한 의무 이웃' 이 되었는데, 그날따라, 그 이웃의 새 글이 나의 취향과 전혀 맞지 않을 경우에 어떻게 댓글을 달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됩니다.



2.


그럴 경우, 가보리다는 최대한 이웃의 이야기를 이해해 보려고 하고,
그 입장에서 '덕담' 수준의 댓글을 달아,
'나름 친한 의무 이웃'으로서의 댓글 의무를 지키려는 노력합니다.
그런데, 이 의견에 대하여, 나의 두 딸들은 퀘스천 마크를 달았어요.
특히, 줏대가 뚜렷한 예똥이의 반발이 심했어요.


"왜??
왜 관심 없는 글에 꼭 댓글을 달아야 해?
그 사람에게 꼭 잘 보여야 해?"
"왜냐하면 그 이웃도 엄마 블로그에 댓글을 달아주거든."
"그렇다고 마음에도 없는 가식적인 품앗이 댓글을 달아줘? 그게 무슨 의미야?"
"하트가 많고, 댓글이 많으면 기분이 좋잖아."
"그게 무슨 의미야. 내용이 중요하지. 겉으로 보이는 댓글 수에 연연해 하지 마"



3.


한참 댓글놀이에 재미 들인 가보리다로서는 만족스러운 대화가 아니었어요.
그래서, 구독자 2000명의 브런치 작가인 남편 누릉지조아씨에게 물어봤지요.
첫째 딸과 둘째 딸에게서 보다 더 단호한 반응이 돌아왔습니다.
"취향이 맞지 않은 글에 꼭 댓글을 달아 해? 나는 쳐다도 안 봐. 그냥 무시해"
누릉지조아씨는 평소에도 대쪽 같은 틀딱력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한 귀로 듣고 흘리는 신념의 소유자입니다.


인생은 원래 심심한 것이며,
목적 달성이 아니라 과정 그 자체에서 의미를 찾아야지,
남들에게 보이는 겉모습을 신경 쓰는 이들은 머저리라고 믿거든요.
덕분에 십수 년째 같은 양복만 챙겨주거나, 저녁 반찬에 김치만 올려줘도 아무렇지 않아 합니다.(마누라 입장에서 상당히 훌륭한 남편의 덕목이지요.)



4.


검소하게 인생을 사는 그의 철학은 존중하지만, 종종 그의 '나는 아쉬울 것이 없다'라는 대쪽 같은 신념이 답답할 때가 많았어요. 그래서 반박했지요.


"나는 당신의 인생 철학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게 아니야. 내가 좋아하는 글만 찾아서 읽고 하트를 누른다면, 내 주위엔 점점 나와 같은 사람들만 모일 거고, 내 취향은 더 단단해지겠지.
당신이 좋아하는 색깔이 10개가 있다고 쳐. 그런데 당신이 애정하는 구독자 중에 한 명이 그 10개의 색이 아닌 97번째 색을 당신에게 권한다면, 그것을 어떤 자세로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하는 거야.
내가 좋아하는 색들에만 관심을 가진다면, 알고리즘은 당신을 10가지 색만 있는 세상으로 인도할 거야.사실 세상에는 수백, 수천수만 개의 색이 있을지라도"


조금 더 열린 자세로, 타인의 '다른 취향'에도 관심을 가져보라고 권했습니다.
그러나 통하지 않았어요.



5.


설득의 전략을 바꿨습니다.
브런치 작가인 누룽지조아님도 구독자 수 늘리려고 의미 없는 노 룩 하트 누르고 다니지 않느냐, 하트 누르는 것보다 약간의 성의를 더 보이는 것인데, 이해가 안 가느냐,
또, 당신에게 친분을 표시하는 구독자라면 약간의 애정을 더 표현할 수 있지 않느냐라고요.


통하지 않았습니다.
아무리 친분이 있는 구독자라 할지라도 내키지 않으면 댓글을 달지 않는 갈릴레이 같은 신념의 사나이였거든요.



6.


결국, 이 아저씨의 한결 같음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다만, 나는 다양한 취향을 탐색하는 자이며, 그로 인해 얻는 것도 많음을 설명했지요.
"난 이 이야기, 저 이야기, 다양한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걸 좋아해.
그래서 어떤 생각을 받아들일 때, 전혀 생뚱맞은 분야의 이야기도 끌어와서 비유하고 접목시킬 수가 있지.
내 글을 사람들이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비결은, 내가 다양한 이야기들을 읽으며 열린 태도를 취하고 있어서야."


누룽지조아님도 이 의견에는 동의하였습니다.
고백하자면, 이 아저씨는 가끔 저보다 더 저의 글을 좋아합니다. 정확하게는 제 글에 달린 댓글들을 좋아하지요.
그의 브런치 구독자 수는 저보다 많지만, 댓글 수는 제가 압도적으로 많거든요.
그가 중요시하는 내실 있는 이웃의 측면에서 보면, 저는 감히 제가 이겼다고 자신합니다.



7.


브런치 인기 작가 누룽지조아님의 최근 발행 목록은 '예똥이의 일기'입니다.


아빠를 닮아 대쪽 같은 취향의 소유자인 둘째 딸 예똥양의 초등학교 1학년부터 3학년까지의 일기를 올리고 있어요.


'아이의 일기를 그대로 올리는 게 무슨 의미야?'
라고 수차례 물었습니다.


그때마다,
"예똥이를 이해하고 싶어서!"
라는 답이 돌아왔어요..


현재 중학교 3학년에 올라가는 예똥양은, 예전보다 훨씬 더 말 수가 적어지고, 더 엄빠 보기를 돌 같이 하고 있습니다.
예똥이의 일기를 발행하는 것은, 사춘기 딸과 친해지려는 아빠의 노력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얼마 전 주말 아침에 본 예똥고사 약 20개가량의 예똥관련 OX 퀴즈에서 1문제만 맞춰 낙제점수를 받았다는 것이에요.
현재 예똥이의 학년 반도 모르며,
사과를 더 좋아하는지 복숭아를 더 좋아하는지라든가, 학원 요일이나 귀가 시간 어느 하나 맞는 답이 없었거든요.
단 하나 맞춘 문제는, 아이가 학교에서 어느 동아리에 들어있는가였는데, 아이가 동아리 활동을 상당히 열심히 하며 티를 팍팍 내고 다녔다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쉬운 문제였지요.
조만간 예똥이의 일기가 완결될 것이라며, 예똥이 이후에 브런치에 연재할 글 거리에 대하여 고민하더니,
'가보리다의 일기' 를 연재하겠다고 선포하셨습니다.
가보리다 쿨하게 그러라고 했지요.

사실, 이 글쓰기 프로젝트 목차를 잘 정리하고, 블로그에 올린 글만 첨부하면, 저도 이번엔 브런치 작가로 데뷔가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버뜨!
나의 목표는 이미 달성했어요.
내 글을 안정적으로 올릴 플랫폼과 그 글을 읽어주는 이를 찾았거든요.
현재, 가보리다는 네이버 블로거로서 만족합니다.


8.


문뜩 깨달습니다.
제 글도 어떤 글은 높은 하트와 댓글이 달리고, 어떤 글은 저조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 나는 이웃분들을 원망하는가?
나의 글 실력을 반성하는가?
이웃과 취향이 다름을 안타까워하는가?


누릉지조아씨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어렴풋이 알 것 같아요.
이웃들의 반응은 사실 그다지 중요하지 않아요.
저는 제가 좋아서 글을 쓰는 중이며, 설사 반응이 안 좋다 하더라도 그 글이 제 진심을 담고 있다면, 인기가 없어도 쉽게 수긍합니다.


제가 신경 쓰는 것은,
저의 뜻이 그 글에 온전히 담겨있는가의 여부이지, 타인의 반응인 적이 한순간도 없었거든요.


그렇다 하더라도,
가보리다는 이웃의 낯선 글과 취향에도 댓글을 달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가보리다는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많고 수다 떨길 좋아하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이웃분들, 널리 가보리다를 어여삐여기시길..)

그림 예똥이 (예똥아, 엄마도 INTP야. )

2026년 2월12일 빨간펜

브런치작가 누룽지조아님은 예똥이의 일기를 마지막으로 브런치활동을 멈추셨다. 가보리다의 일기를 연재하겠다던 그의 공수표를 기다리다가. 가보리다 본인이 브런치에 등판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고는 있지만 다른 작가님들을 팔로우한다던가 라이킷하는 활동은 안하는 중이다. 그래서 여기에 글을 올리는게 의미가 있는 것인지 회의도 든다. 비록 읽는 이 한명 없는 글이라도 매일 글을 이쪽으로 옮기는 중이다. 먼 훗날, 편집해서 나올 나의 책을 위하여.
월, 화, 수, 목, 금,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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