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강,당근,콩 그리고 낫또와 아무 상관 없는 이야기 (

2025. 1. 14. 10:10

by 가보리다
그림 예똥이
생강,당근,콩 그리고 아직도 가까이 하지 못하는 낫또에 관하여 대신에 쓰는 글쓰기 프로젝트입니다.



1.


생강을 싫어합니다.
당근도 싫어하구요.
콩도 싫어했습니다.
특히 일본식 발효콩인 낫또는 아직도 적응하기 힘듭니다.


2.


그런데 신기하게도 나이가 50살 가까이 다가가면서 입맛이 바뀌더군요.
건강을 위해서라도 챙겨 먹어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겨서기도 하지만,
이 정도 살다보니 음식에게도 조금 너그러워 진 덕도 있습니다.


3.


생강은 시어머님이 좋아하십니다.
언젠가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나는 먹다가 생강이 하나씩 씹히는 게 그렇게 좋더라"
그 때, 호기심이 생겼어요.
'아! 생강을 좋아하면 저렇게 너그럽고 건강하게 나이 들 수 있나봐'
그 날이후 음식에 생강가루를 자주 사용합니다. (생강편이나 생강채를 사용하진 못하겠어요. 아직까지도 제겐 너무 강한 생강이거든요.)


4.


당근에는 트라우마가 있습니다.
오빠둘의 막내딸로 예쁨만 받고 자랄만 했던 가보리다는, 의외로 외모 컴플렉스가 있었습니다.
친정어머니가 상당히 미인이셨어요.
친정어머니 손을 잡고 다닐 때마다 사람들이 말했죠.
"어머! 애가 참...아빠 닮았나봐요!"
친정어머니는 특단의 조취를 취하셨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당근을 꽃모양으로 찍어 주며 이렇게 말씀하셨죠.
"꽃당근 먹으면 예뻐져. 우리딸 예뻐지자!"
순진한 가보리다는 한동안 꽃당근만 골라먹었다고 합니다.

이 에피소드는 훗날 가보리다의 본가 친정가족들 사이에서 두고 두고 회자됩니다.
아니..나이 50넘은 아저씨들이 아직까지도 막내 여동생의 아픈 상처를 가지고 즐거워해도 되는 겁니까?
저는 당근이 아직도 싫습니다.


5.


하지만 이 글은 제가 싫어하는 음식에 대한 글이 아닙니다.
제 둘째딸, 김예똥양에 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하거든요.
김예똥양도 편식대왕입니다.
이 녀석은, 저보다 훨씬 업그레이드 된 편식력을 가지고 있어서 엄마인 제가 고역입니다.


6.


둘째딸의 편식력은 모든 채소를 거부하는 데에서부터 비롯됩니다.
이 녀석에게 식이섬유라는 것을 먹이기 위해서 저는 많은 고민을 했지요.
달래 된장국에 수제비를 넣어보셨습니까?
달래의 향긋함을 아이가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 손수 치댄 밀가루 반죽을 달래된장국에도 넣었습니다. (둘째가 제 수제비를 좋아했거든요.
저 날 이후, 둘째는 이제 제 수제비도 의심하기 시작했습니다.(된장국에 손도 안댔던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7.


사실 이 글은, 아이의 편식력에 대한 글도 아닙니다.
그냥 둘째 예똥이에 대한 글을 쓰고 싶었습니다.
지난, 지구가 네모라고 주장하는 방법에 대한 글을 쓸 때, 저는 예똥이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때다! 싶게 엄마의 논리적 헛점을 공격하더니, 4컷만화까지 스스로 그려다 줬지요.


저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바로 가보리다블로그 운영에 동참할 것을 제안했지요. 그 결과, 저는 전용 일러리스트를 채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굉장한 사건이었습니다.
엄마의 이야기가 궁금한 큰딸과 달리, 둘째 예똥이는 늘 시큰둥해 했거든요.
아빠인 누룽지조아님은 브런치 데뷔할때 부터, 둘째에게 자신의 브런치에 간단한 삽화를 그려달라고 부탁했었지요.
그렇지만 둘째는 쿨하게 무시했습니다.
자신이 재미있다고 하는 일이 아니면 굳이 에너지를 쏟지 않는 대쪽 같은 신념은, 지 아빠를 똑 닮았습니다.
그런 둘째가 스스로 저에게 그림을 그려주고, 내킨 김에 4컷만화를 연재하겠다고 하는 승낙은
엄청난 일이었던 거죠.
특히, 한때 딸을 이해해 보려고 함께 심리상담센터를 3달간 다녔던 엄마라면요.(작년초까지 둘째의 휴대폰 중독문제로 심리상담을 받았습니다.)


매일 휴대폰과 태블릿만 봐서 팝콘 두뇌가 된 줄 알았던 둘째였는데, 나름대로 열심히 자라고 있다는 것을, 그 지구 네모설을 이야기하던 날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둘째와 같은 편에 서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녀의 그림을 응원 해 주고, 그녀의 이야기를 더 들어주는 것으로요.



8.


제목에서 밝혔다시피, 이번 이야기는 생강이나 낫또와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뭐, 언제는 제목 연계성이 투철했던 것 마냥)
큰딸이 중3 올라가는 방학때엔, 이미 고등학교 2학년 수학까지 선행을 마치고, 계속 복습을 시켰던 것 같아요. 그 때와 비교하면, 둘째는 아주 날라리 중학생이죠.
그래도 좋습니다.


50년정도 살다보니,
어떤 기억은 평생을 살아가게 하는 기둥으로 남더군요.
이번 방학동안 둘째와 나눌 이 시간이, 둘째에게 그런 믿음으로 남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엄마는 나를 사랑했다고.
나는 엄마와 즐거웠다고.

급식김은 얇아서 김가루로 만들어 밥 위에 뿌려드신다는 먹잘알 김예똥님



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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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가보리입니다.'라는 의미의 가보리다에서 어디든 가 보는 사람이 된 블로거 가보리다의 일기: '재미없음'에 알러지 반응이 있는 흔치않은 50대 아줌마 대문자P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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