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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연 Feb 01. 2023

Crying in H Mart - Michelle

엄마와 한식, 그리움

Crying in H Mart

Michell Zauner


재작년에 산 <Crying in H Mart>를 묵혀두다가 2023년 1월이 되어서야 펼쳐 읽기 시작했다. 첫째로 '원서'라는 점에서 읽기의 장벽을 느꼈기 때문에 읽는 속도가 좀처럼 나지 않았다. 하루에 한 챕터씩 읽기도 하고 또 하루이틀 내팽개쳐 두기도 했다가, 지난 주말에 마음먹고 남은 세 챕터를 후루룩 읽어내렸다. 그리고 한 달여 만에 드디어 2023년의 첫 원서 완독을 해냈다.


엄마를 그리워하는 이야기

저자는 갑작스럽게 암에 걸린 엄마를 곁에서 지켜보며 떠내보내는 이야기를 한다. 자꾸만 한국에 있는 엄마를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셸의 엄마에게서 우리 엄마와 닮은 점을 찾기도 하고 다른 점을 발견하기도 하며 나도 어느 새 엄마를 그리워하고 있었다.

한국어로 읽었다면 분명 감정이 더 짙었을지도 모르겠다. 암과 싸우며 힘겹게 지내는 엄마의 모습을 묘사하는 장면이 나의 감성을 자극할만한 촉촉한 한글이었다면 읽는 내내 눈물을 뚝뚝 흘렸을 것이다.

영어가 제 1언어가 아니기 덕분에 읽으면서 감정을 어느 정도 누르며 읽는 것이 가능했다.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엄마가 마침내 눈을 감는 부분에서는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은 것까지 억누를 수는 없었다.


한식을 요리하는 이야기

미셸은 엄마를 추모하는 방법으로 '요리'를 선택했다. 엄마가 살아있는 동안에 엄마에게 배우지 못했던, 엄마가 했던 요리들을, 유튜버 '망치'의 영상을 보며 스스로 해낸다. 

(유튜버 망치의 홈페이지: https://www.maangchi.com/)

캐나다에 살면서 가장 그리운 것은 늘 '엄마가 해주었던 그 요리'였다. 한국에서 먹던 그 맛을 얼추 내는 한국 식당은 의외로 근처에 많다. 토론토에 사는 덕분에 누릴 수 있는 혜택 아닌 혜택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김장철에 이모들과 모여 앉아서 한나절 꼬박 버무리던 김치와, 내가 하면 그 맛이 안 나는 자글자글한 엄마의 우렁 된장찌개, 그리고 입맛이 없을 때면 소면을 삶고 호박을 무쳐서 함께 버무려 해주었던 호박 국수 같은 것들을 그리워하는 것은 멈출 수가 없다. 아무리 내가 기를 쓰고 흉내낸다고 한들, 엄마가 해주던 그 맛까지 재현할 수는 없으니까.

하지만 확실히 요리를 하는 것에는 치유의 힘이 있다. 똑같을 수는 없어도 엄마의 손길을 한 번 더 떠올리게 하는 것, 엄마의 사랑을 한 번 더 느낄 수 있게 하는 것, 그래서 공들여 한 요리로 내 배를 불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나의 마음은 부드러워지는 것을 안다.


<Crying in H Mart>를 원서로 읽으며, 문장 문장마다 나였다면 어떻게 번역했을지를 골몰하며 읽었다. 이미 번역서가 출간이 되었으니 번역서와 원서를 비교해가며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영어로 음차해서 쓴 한국어 단어들이 흥미로웠는데, 이를 번역서에는 어떻게 차별화를 두었을지가 궁금하다.


이 책을 시작으로 올해는 원서도 꾸준히 읽어보려고 한다. 힘을 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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