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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지 Dec 19. 2017

<강철비> 이토록 명확하고 자신 있는 영화라니

명대사로 본 <강철비>

역시 양우석 감독이다. 관점과 메시지가 명료하고 그 메시지에 대한 확고한 자신감이 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위해 영화를 뚝심 있게 나간다. 두 남성의 버디 서사를 기본으로 하는 지난 남북 소재의 영화 <의형제> <공조> 등과 일면 유사한 구도를 띄고 있음에도 <강철비>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영화를 풀어간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확고하기에, 훨씬 더 정치 자체에 대한 이야기를 밀도 있게 이어가고(두 남자의 찐한 우정에 집중하고 주제 자체의 비중도 거기에 있는 앞선 두 영화에 비해선 더더욱), 감독의 시각 속에서 영화적 메시지를 명료하게 제시한다. <강철비>가 영화 초반에 벌려 놓은 거대한 설정 (북한 쿠데타와 북한 1호의 남하)이 마지막까지 끈끈하게 전개되는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대한민국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국가란 국민입니다." 헌법 제1조 2항으로 자신의 생각과 관점을 명료하고 명백히 밝혔던 <변호인> 속 양우석의 특색이 <강철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그는 힘을 실은 대사를 통해 그의 관점을 직접 발화하여 전달한다.

이미 영화는 할 이야기를 모두 전했다. 내가 더 이상 무언가를 덧붙이기 보다 영화 속 작가적 메시지가 드러난 중요한 대사들을 적어보는 것이 영화에 대한 가장 정확한 소개일듯 하다. 영화 속 명대사와 이에 대한 아주 간략한 단상들을 적어보도록 하겠다.


원래 하나였던 것은 다시 하나가 되어야 한다.
by 김경영

- 차기 대통령 김경영(이경영)이 읽고 있던 책의 이름이자, 그가 연설 속에서 직접 한 이야기. 통일에 관한 감독의 굳은 믿음이자 확고한 의견.


동포? 언제부터 한국이 동포를 신경 썼네? 잘 살면 교포고 못 살면 외국인 아니야!
by 리 선생

-곽철우에게 정보를 제공하던 리 선생이 인정에 호소하는 곽철우에게 던진 말. 대한민국 사회에서 조선족의 입지에 대해 감독이 극 중 인물의 입을 빌려 던진 일침. 늘 도시 어두운 곳에서 '범죄자'로 묘사되는 조선족이 이번엔 정치인들의 중요한 정보 줄이 되는 역할로 나오니 이토록 반가울 수가.


나를 동포로 생각한다니 동포로서 한마디 하겠소. 막소, 이 전쟁.
by 리 선생

-또 한 번, 곽철우에게. 한국 사회를 냉소적으로 고발했던 조선족 리 선생이 딱 한번 한국에 관해 던진 따뜻한 걱정. 이 사회가 조선족에게 가한 폭력을 생각한다면 과분한 대사겠지만, 그래서 판타지처럼 느껴졌던 대사였지만, 그래도 내 마음 한편이 뭉클해졌다.  


지켜 달라고 징징 거리지 좀 말고 우방국들 입장도 생각해서 참을 땐 참으시오.
by 미 국무장관 마이클 돕스

- 뼈아픈 일침이자, 대북문제에 대한 한-미 관계에 있어 감독의 시각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리고 미래 어느 순간에 우리가 정말 들을 수도 있는 발언. 미국과 한국은 전략적 동맹을 취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미국은 끊임없이 득과 실을 계산하고 있다. 한-미 동맹에서 결코 유리한 쪽에 있지 않은 한국은 그걸 간과해서도 안될뿐더러, 미국보다 한발 더 앞선 계산이 필요하다.


반포동에 모여 살자, 가끔 소주도 한잔 하고.
by 곽철우

- 자신이 살이 너무 많이 쪘다는 곽철우가 너무 마른 엄철우에게 한 말(조금 덜 포동포동한 동네여서 반포동이다). 재화의 풍요 속에서 통통하게 살이 찐 곽철우로부터 '맥도날드'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의 냄새가 난다. 그것을 부정하지 않고 자성적으로 바라보는 곽철우가 나는 좋다. 또, 남한 사람이 북한 사람에게 '우린 너희보다 풍요롭게 살고 있다'는 우월감을 비추지 않는 것이 좋다. 한편 북한 사회는 오직 김정은만을 통통하게 살 찌우고, 수많은 철우는 깡마르게 만든다. 한국전쟁 이후, 한반도는 어쩐지 양쪽 다 비극이었라는 생각도 든다. 이 땅 모두가 '반포동'에 모여 살 수 있는 날이 올까? 통일이란 것이 이뤄진다고 하여도, 다 함께 '반포동'에 살 수 있도록 하는 사회는 과연 올까?


당신이 쏜 로켓에 얼마나 많은 인민이 죽은 지 아오? 인민을 지킨다는 인민군대가 인민의 주인인가?
by 엄철우

- 엄철우가 북한 실세를 장악한 정찰총국장 리태한에게. 국가의 존속과 이념의 수호라는 그 '위대한' 가치는 항상 수많은 희생을 필요로 했다. 본래 그 '위대한' 가치는 인간을 위함이었을 텐데, 어느새 이룩하기 위할 가치만 있고 그 속에 인간은 없다. 이와 같은 모순이 인류의 역사 속에서 얼마나 많이 반복되었던가. 그럼에도 여전히 세상 곳곳에 이러한 폭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밖에서는 이렇게 난리인데 커피 한 잔의 여유라.. 우리나라 대단하죠?
by 곽철우

-곽철우가, 미국 CIA 한국지부장에게. 언젠가 한번, LA타임즈에서 전쟁에 대한 한국인의 생각이 궁금하다는 기사를 썼었다. 일본은 지진, 플로리다는 태풍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어 이와 같은 재난 관련 사안에 예민하고 철저히 대처하는데, 우리나라는 이와 달리 전쟁에 매우 불감증적이라는 주장. 북한에서 쿠데타가 일어나도, 우린 이 평화가 너무 당연해서 스타벅스 커피를 마시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국인의 그런 반응이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분단국가 국민들은 분단 그 자체보다 분단을 정치적 이득을 위해 이용하는 자들에 의하여 더 고통받는다.
by 김경영

-<변호인>에서 헌법 1조 2항처럼, 감독이 가장 힘을 주고 썼을 대사. 그리고 감독이 이 영화를 통해 하고 싶은 강력한 메시지 중 하나. 우리가 통일을 할 수 없는 이유는 남북 양측의 지배층이 통일을 원하지 않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본 글은 브런치 무비 패스를 통해 관람 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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