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보지 않으려는 시기가 왔을때 대처하는 자세
그림책을 잘 보던 아이가 갑자기 보지 않을 때가 있다. 책 육아를 하는 엄마들 사이에서 이러한 시기를 ‘책 태기’라고 하는데 말 그대로 책을 보지 않고 책과 멀어지는 시기이다. 책을 잘 보다가 어느 순간 책을 밀어나고 “아니야”, “안 봐”등의 말을 한다면 부모는 깜짝 놀라고 ‘앞으로 책을 보지 않으면 어쩌지?’, ‘내가 무얼 잘못했나?’, ‘책을 왜 싫어할까?’ 등등 고민이 앞서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시기는 우리 아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고 자연스러운 성장 과정 중 하나이다.
성인인 우리에게도 삶이 권태로울 수 있는 인태기의 시기가 있고, 관계 사이에 권태기도 있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들과 노력도 함께 존재한다.
책 태기도 마찬가지이다. 이를 현명하게 잘 보낼 수 있는 방법들이 있다.
책을 보고 싶지 않아 하는 아이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책을 재미있게 보여주고, 새로운 책들을 준비해준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공감’이 없다면, 아이의 책 태기는 완전히 극복되지 않는다.
“오늘은 oo이가 책을 보고 싶지 않았구나”
“oo이가 책 보는 것 말고 블록 놀이를 하고 싶었구나”
“책 보는 게 재미있었는데, 오늘은 재미가 없어? 그럴 수도 있지~”
“책보다는 다른 걸 많이 하고 싶은 날이구나! 그럼 엄마랑 뭘 해볼까?”
하며 책을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아이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어야 한다.
자신의 마음이 수용된 경험을 한 아이는 자신이 현재 느끼는 감정, 느낌을 보다 잘 알게 되고 이를 해소하기도 보다 쉬워진다.
성인이 해주는 공감의 말을 통해 ‘책이 재미없는 날 이구나’ ,’ 책을 보고 싶지 않구나’, ‘다른 놀이를 하면 되겠다’, ‘그럴 수도 있지’의 마음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런 편안한 생각을 가지게 되면, 불편했던 마음을 극복하는 것도 보다 수월해진다.
갑자기 책을 보지 않는 아이. 평소와 다르게 책을 보지 않는다면 무언가 원하는 것이 있는 것은 아닌지,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책을 보다가 뛰어가고, 책을 금세 덮어버리거나 책을 보다 벌러덩 누워버린다. 이런 행동은 몸을 움직이고 싶다는 아이의 신호이다.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이 부족해 함께 놀자는 표현일 수도, 충분한 신체 놀이 및 야외활동의 양이 부족해서 일 수도 있다. 이때 아이와 함께 놀이터로 나가 놀거나 집에서 신나게 놀이해주어라.
“몸이 근질근질~~ 뭐하고 놀고 싶어? 엄마, 아빠랑 놀이터에서 놀까?”
“우리 oo이 잡으러 가야겠다! 어디 어디 숨었나”
책장 근처에 가지 않고 책에 관심을 주지 않는다. 유아의 경우는 아이의 행동에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직접 물어보자.
“오늘은 책이 보고 싶지 않았구나. 혹시 다른 하고 싶은 게 있니?”
“무슨 고민거리가 있니?”
책을 다 보았지만 “재미없어”, “이거 말고” 한다. 책을 빠르게 넘겨본다. 책들을 뒤적거리기만 한다. 아이에게 새로운 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아이에게 보고 싶은 그림책이 있는지 물어보고 함께 그림책을 찾아볼 수 있다.
“다른 책이 보고 싶니?”
“이 책을 많이 봐서 이제 재미가 없어졌구나! 다른 책도 보고 싶어?”
“어떤 책을 보러 가 볼까?”
많은 양의 책 읽기, 오랜 시간 책 보기에 목적을 둔 책 육아는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책은 ‘즐겁고 유익한 것’이 아니라 책을 ‘보아야 하는 하나의 숙제’처럼 느끼게 할 수 있다. (아이 스스로가 책을 선택해 많이 보는 아이가 아니라면 말이다.)
부모 자신도 모르게 한 권의 책을 본 다음 다른 책을 먼저 내밀지는 않았는가?
한 권의 책을 반복해 읽어 달라는 아이에게 “이거 많이 봤으니까 이제 다른 거 볼까?”하며 다른 책을 권하지는 않았는가?
책을 보다가 그만 보려는 아이에게 “이거 다 보고 가야지~”히며 아이를 다시 앉히지는 않았는가?
“와 오늘은 이만큼이나 봤네! 엄청 많이 봤다” 하며 책을 본 수량에 초점을 둔 칭찬을 하지는 않았는가?
부모의 책 육아 태도를 점검해보고 아이에게 책 보기가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하자.
그림책을 보는 주요 공간에 책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있지는 않은지 살펴본다. 책을 볼 수 있는 환경 점검은 아래를 참고해 볼 수 있다
책을 보는 공간이 너무 어둡지는 않은가? 책을 보는 공간은 창이 있어 채광이 좋아야한다. 그렇지 않다면 조명을 통해 밝기를 조절해준다.
책장 주변으로 놀잇감이 널려져 있지는 않은가? 그림책과 놀잇감은 공감을 분리해준다.
책장 안에 책들이 계속 한 위치에만 고정되어 있지는 않은가? 책장의 디자인이나 크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이의 월령에 따라 손에 잘 닿는 칸의 위치가 있다. (아이가 섰을 때 손을 뻗어 책을 꺼낼 수 있는 위치, 아이가 앉아 있을 때 바로 손에 닿는 위치) 바로 이 위치 칸의 책들을 주기적으로 교체해준다. 전면 책장의 경우 책들을 바꿔 전시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새로움을 줄 수 있다.
그림책이 아이의 생활환경 곳곳에 노출되어 있는가? 복도 벽면, 욕실 앞, 소파 위, 현관 앞 등 아이가 다니는 집안 곳곳에 그림책을 놓아두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책에 관심을 가지고 한번 더 보게 하는 힘을 준다.
아이의 흥미와 발달단계를 고려하지 않은 그림책들은 책에 대한 아이의 흥미를 자연스럽게 떨어뜨릴 수밖에 없다. 아이가 책을 잘 보지 않는 순간이 왔을 때 우리 집에 있는 그림책들은 무엇이 있는지 점검해보는 시간을 갖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빼지는 않았는가? 아이가 좋아하며 자주 보는 그림책을 ‘이 책만 많이 본다’는 이유로 빼지는 않았는가? 아이가 선호하고 좋아하던 그림책이 갑자기 없어지면 그림책에 대한 흥미도 줄어들 수 있다.
아이의 발달 수준을 고려한 그림책들이 있는가? 책을 통해 아이에게 더 많은 지식을 심어주고자 지금 내 아이가 이해하기 힘든 수준의 내용과 많은 양의 글밥이 있는 책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본다. 아이의 수준에 맞거나 조금 더 쉬운 책들이 아이의 책 보기에 대한 흥미를 보다 끌어올린다.
내 아이의 취향에 따른 그림책이 충분한가? 엄마의 입장에서 고른 그림책들만 가득한 것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의 책,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체의 책, 아이가 좋아하는 주인공이 나오는 책 등 아이의 취향이 반영된 그림책들이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책 태기가 다소 길어진다고 느껴진다면, 아이와 함께 서점에서 원하는 그림책을 직접 골라보도록 해보자.
책을 보고 싶지 않아 할 때, 어떻게든 재미있게 읽어주면서 책을 끝까지 다 보는 것에 초점을 두지 말자.
책으로 할 수 있는 놀이 (이전에 작성한 ‘그림책으로 할 수 있는 놀이 1, 2 ‘참고) 들을 함께 하며 책을 즐거운 놀이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책 겉표지만 보거나 책의 한 페이지만 보며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책을 즐겁게 보았던 경험을 이야기 나누어 본다. 책을 보고 있는 아이의 모습 사진을 인쇄해 사진첩에 넣어두고 사진 속 책을 보았던 경험, 어떤 책을 보았었는지, 느낌은 어땠는지 등을 이야기해볼 수 있다.
좋아하는 그림책 한 권만 반복해 보아도 좋다. 자신의 좋아하는 책만 보려고 한다면, 한권 두권이라도 원하는 만큼 반복해 보여준다. 원하는 것을 원하는 만큼 하게 되었을 때 아이는 만족감을 느끼고 이는 긍정적인 인식으로 연결된다.
아이가 좋아하는 주제의 책들을 연계해 보여준다. 예를 들어, 아이가 색깔 주제의 그림책을 좋아한다. 이때 다양한 색깔 주제의 그림책 -> 색깔이 많은 무지개 -> 색깔이 단색인 그림자 등 주제를 확장해 그림책을 보여줄 수도 있고, 일반 스토리 북을 보면서 ‘색깔 찾기’ 놀이를 해볼 수도 있다. “이 책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색만 한번 찾아볼까? 엄마는 노란색만 찾을 거야~ 아 oo 이는 파란색만 찾아볼 거야? 좋아! 우리 색깔 찾기 시~작!”
일상생활 중에 그림책을 자연스럽게 노출시키는 방법들이 있다.
책에서 보았던 사물들을 실제 보았을 때, 보았던 책과 내용을 간략히 언급한다. 예를 들어, 줄자를 보았다. “꽥구리네 옷가게 책에서 꽥구리도 긴 줄자를 썼었지”, 간식으로 사과를 준비했다. 사과를 보여주면서 “사과가 쿵! 이준이 앞에 나타났네! <사과가 쿵!> 그림책 속 사과 같아~”, 길을 걸어가다가 버스를 함께 보았다. “와 버스다! (버스 그림책 관련 노래를 부른다) the wheel on the bus go round and round~”
그림책 속 한 장면을 컬러 인쇄해 집안 곳곳에 붙여준다. 예를 들어 욕실 앞에는 목욕 주제의 그림책 장면 일부를, 침대 옆에는 잠자리 주제의 그림책 장면의 일부를, 식탁 옆에는 음식 먹는 장면의 일부를 인쇄해 마치 포스터처럼 붙여두고 아이가 관심을 보이면 그 그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우리도 뽀글뽀글 목욕하러 갈 건데~ 그림 속 형도 아빠랑 목욕을 하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