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개그맨 박수홍 씨 가족들 간 횡령 사건, 축구선수 황의조 형수의 불법 촬영물 유포 및 협박 사건 재판이 진행되고 있지요. 특히 황의조 선수 형수 사건은 황의조가 형과 형수의 뒷바라지를 거절하자 화가 나 이런 사건을 저질렀다고 자백해 충격을 줬습니다.
두 사건의 공통점이 무엇일까요?
가족 간의 매니지먼트, 즉 가족 간의 비즈니스 관계라는 것입니다. 어쩐지 약간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지요. ‘가족’은 돈으로 맺어진 관계가 아닌데 ‘비즈니스’라면 돈이 전제가 되는 관계이니까요.
연예인이나 스포츠인들은 가족이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면서 수입과 지출을 관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누구나 처음부터 유명한 연예인이거나 스포츠 스타인 경우는 없지요. 길든 짧든 무명 시절이 있습니다. 알려지지 않은 때에 ‘우리는 가족이니까’ 혹은 ‘순수하게 도움을 주려는 마음으로’ 비즈니스 관계를 시작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월이 자연스레 흐르며 유명해지고 스타가 되어 수입이 상당한 규모가 되어도 그런 관계가 지속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가족이 매니지먼트를 하는 경우 장점이 많습니다. 선수가 가지고 있는 결점이나 외부에 노출될 경우 약점이 될 수 있는 지극히 내밀한 비밀이나 사생활에 관한 사항이 더 철저히 관리될 수 있습니다. 더불어 경제적인 이익이 제3자가 아닌 가족들 만을 통해 유통되므로 가족의 부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피겨스케이팅으로 세계적인 선수가 된 김연아 선수도 어머니가 관리했고, 프로골퍼 박인비 선수도 남편이 코치인 것으로 유명합니다. 잘 관리되면 정신적인 안정감을 강하게 주어 그 선수나 연예인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단점도 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너무 믿게 됩니다. 매니지먼트하는 가족이 전문성이 떨어져도 의심하지 못합니다. 연예활동이나 선수 생활 관련된 본연의 업무 외에 콘텐츠, 광고 등 각종 부수적 계약에는 전문성을 요합니다. 재정이나 회계 관리, 회사 직원의 노무 관리 등 상당한 전문성이 필요하지요.
게다가 재정이나 회계를 통으로 전부 맡기게 되고 제대로 감독할 사람이 없게 됩니다. 횡령이나 배임 범죄가 흔하게 일어납니다. 처음부터 횡령하려던 것이 아니라 가족 명목으로 사용하면 어디부터 어디가 횡령인지 명확히 선을 긋기 어려운 경우도 흔합니다. 매니지먼트 하는 사람이 급여로 얼마를 가지고 가는지, 가족의 주거지를 사거나 생활비로 얼마를 사용하는지 정작 본인은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아예 생각하기 싫다는 이유로 전권을 위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에도 항상 사람의 본성을 잊으면 안 됩니다. 기업 소송을 주로 하다 보면 생각보다 가족 간 분쟁이 많다는 것에 놀라게 됩니다. 가족 간에 더 돈독하게 합심해서 사업을 잘 꾸려 나가리라는 일반적인 생각과 반대의 결과이지요. 어떤 사람이 특히 나빠서라기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더 크게 생각하는 게 원래 사람입니다. 내 배우자, 내 자식이 생기면 특히 형제는 약간 멀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매니지먼트라는 사업 분야 자체가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일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일의 흥망이 낙차가 크고, 수입이 들쭉날쭉한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분쟁이 생길 여지도 많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계약서입니다. 어느 정도 규모가 된 뒤에는, 특히 가족일수록 더욱 계약서를 써야 합니다. 업무 범위, 각자에게 가는 비용과 지출을 되도록 명확하게 적어서 서로 합의해야 합니다. 애매한 경우에 계약서대로 하자고 생각하고, 어느 한쪽 감정이 상해 소송 등 분쟁으로 만들려고 해도 계약서가 명확하면 중재하는 선에서 일이 마무리될 수 있습니다. 유명인의 경우 소송으로 공식 분쟁화되는 것은 언론 보도나 본업에 미치는 영향 등 생각하면 좋을 것이 없지요.
계약서를 작성하고 서로를 중재해 줄 변호사를 상시 고용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작은 일이라도 변호사와 상의해서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변호사와 월자문 계약을 소액으로라도 체결해두고 지속적으로 상의하는 것이 좋습니다)
가족 간의 분쟁은 남과 사업을 하다 분쟁이 생긴 경우보다 그 결과가 더 참혹합니다. 남남이면 분쟁 후 안 봐도 그만이지만, 부모형제 가족이면 천륜을 끊고 살기가 정말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배신감이 상당히 큽니다. 가족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거지요. 가족 간 또는 친한 사람 사이 비즈니스 관계에서 계약서 작성이 훨씬 더 필요합니다.
계약서를 작성할 때는 가족이나 친한 사람 사이에 뭐 이럴 필요 있나? 라고 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만, 분쟁이 생겨 보면 잘 쓴 계약서가 오히려 관계를 지키는 힘이라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관계를 설정하는 계약서가 명확히 작성되어 있으면, 감정적인 판단이나 각자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주장을 조심하고 알아서 억제하게 됩니다.
최근 손흥민 선수와의 축구 국가대표님 내 갈등이 있었다던 이강인 선수도 부모님과 누나가 매니지먼트 및 재산 관리를 한다고 하던데, 계약서를 제대로 작성했을까 궁금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