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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평범한지혜 Mar 04. 2024

법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은 없다 - 법 인식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행동이 모범적이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사람을 보고 하는 비유적인 말이지요. 아마 범죄에 연루되어 경찰서 드나들만한 일이 생길 일이 없는 사람이라는 의미도 들어 있을 겁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과연 그런지 한 번 볼까요?


친한 친구가 정말 급해서 잠깐만 쓰고 준다고 하여 돈을 빌려 줄 수도 있습니다. 친구와 의기투합하여 동업할 수도 있습니다.


10년이 지나도 돈을 갚지 않고 있는데 어떻게 하나요?

너무 오래되어서 이자를 받아야 될 것 같은데 받을 수 있나요?

빌린 것을 기억 못하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의리로 동업하는 거라 계약서 같은 건 안 썼어요. 제 투자금 회수할 수 있나요?

동업자가 돈을 뒤로 다 챙기는 것 같아요. 동업을 그만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동업계약서를 쓰긴 썼는데 투자라고 적었어요. 사실 빌려준 것인데, 받을 수 있나요?

동업계약서는 보긴 봤는데 내용은 안 읽어보고 대충 도장 찍었어요. 그래도 계약을 체결한 건가요?


실제로 상담을 요청하는 경우 많이들 하는 질문입니다.


이런 질문들을 하시는 분들 대부분, 흔히 말하는 ‘법 없이도 살 사람’처럼 남에게 피해 안주고 살아가는 선량한 분들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달리 말하면, 피해를 당할 수는 있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한편으로는 법에 무지해서 피해를 주는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쉽게 대출 받게 해줄테니 통장을 만들어서 보내라고 하거나, 유심 만들어 주면 20만원 주겠다고 해서 통장이나 유심을 만들어주고 20만원 받습니다. 전자금융거래법위반이나 전기통신사업법위반으로 처벌됩니다. 이런 행위가 보이스피싱의 대포폰, 대포통장에 악용되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법에 위반되는지 몰랐다고 주장합니다. 정말 몰랐을 수 있습니다. 법률의 부지를 용서하지 않습니다. 명확한 법 위반인지는 몰랐어도 불법성은 인식했으리라 보는 것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은 법률관계라고 말해도 될 정도로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행동에는 모두 법이 들어 있습니다.


편의점에서 작은 껌 한 통을 사도 법이 들어 있습니다. 계약관계가 성립됩니다.

슈퍼도 안 가고 산 속에서 혼자 사는 자연인은 법 없이도 살지 않냐고 말할 사람이 있을까요? 글쎄요. 그래도 산에서 뭔가를 채취해서 먹고 산다면, 산지관리법이나 토지 이용이나 산림에 관한 법률의 적용은 받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금전을 대여하거나 동업을 하는 일 뿐만 아닙니다. 대부분의 사람이 회사에 취직을 하거나 자영업을 해서 생계를 유지합니다. 살 곳을 임대하거나 주택을 사고 팔기도 합니다. 고용관계, 임대관계, 매매관계 등 숱한 계약관계가 만들어집니다. 그 과정에서 형사적으로 범죄가 되거나 영업정리, 면허정지 등 행정적으로 처분을 받을만한 일도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법에 온통 둘러쌓여 있음에도 사람들은 법 인식은 부족합니다. 법은 전문가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것입니다. 동업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계약서를 쓰자고 하면 오히려 몰인정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시각도 여전히 있고요.


변호사들의 숫자는 2012년까지는 매년 1000명 배출되던 것이 2012년 로스쿨 졸업생이 나오기 시작하면서 170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법률상담을 받는 것은 과거보다 늘어났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든 일을 변호사에게 상담받을 수는 없습니다. 주변에 아는 변호사 한 명 즈음 없는 사람도 많고요.


모든 사람들이 일단 행동을 하기 전에 법적인 관점에서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이 필요합니다. 의리로 동업을 하기로 의기투합하기 전에 법적으로 필요한 조치가 무엇일지, 나중에 생길 수도 있는 법적인 문제점을 무엇일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통장이나 유심을 만들어 보내기 전에 ‘내 행동이 범죄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법적인 시각과 법적으로 생각하는 습관은 어떻게 생길까요? 쉬운 사례를 읽고 답을 찾아보는 연습을 하면 좋습니다. 내 생각에 이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지만 법적으로 적절한 것은 이렇구나, 라고 하면서 혹시 잘못 되어 있는 내 생각을 교정해나가야 합니다.


이런 관점을 위해서 저희도 되도록 쉽게 법률용어를 설명하고, 정확한 지식을 드리려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쉽고 재미있게 법 인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 책과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고요.


그런 점에서 가치관이 굳어버리는 나이가 들고 나서는 조금 어려운 면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길러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초중고등학교 교육에서부터 과목으로 가르칠 필요가 있습니다. 어렴풋하게만이라도 내가 아는 행동이 어떤 문제가 될 수 있고, 어떤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는지 아는 정도로도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에  충분합니다. 어떤 법에 어떻게 위반되는지 정확히 알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그렇게까지 아는 것은 전문가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우리나라도 법 교육이 빨리 일반화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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