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업공방 디렉터 Nov 21. 2023

경남대학교 특강을 다녀와서

작업치료의 미래들이여 질문하라


새벽 6시 50분에 집을 나섰는데 저녁에 집에 도착하니 9시 10분이었어요. 1시간 30분 강의를 위해 약 14시간을 사용한 건데요. 아침에는 산뜻한 마음으로 기차에서 책도 보고 일도 하면서 내려갔는데 올라올 때 몸이 너무 처지더라고요. 집에 도착하면서 든 생각은 다음에 강의 요청을 또 받게 된다면 전날 내려가더라도 오전부터 강의 두 꼭지를 요청해 달라고 역제안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물론 가능하다면요. 


대학강의는 임상에서 경험한 것들과 퇴사 후에는 의료기관 밖에서 하고 있는 경험들을 작업치료 미래인 학생들과 나눌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 로 큰 보람을 느끼게 해요. 수도권이 아닌 지방의 경우 교육이 거리 때문에 제한을 받기도 하니까 작업치료 생태계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임상 선배들이 더 움직여주는 게 공공의 의미로도 더 의미 있다고 생각하고요. 다음에 요청이 오면 또 갈거니까 꼭 불러주세요. �


강의 다녀온 후기를 간단히 남기자면 요즘 임상가가 특강 하러 가면 학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게 '작업치료사 연봉'이라고 하더라고요. 저도 이날 질문을 받았었고요. '먹고 사니즘'과 직결되는 연봉의 팩트폭격으로 가치 있는 직업에 대한 꿈도 꾸기 전에, 일에 대한 보람도 느껴보기 전에 등 돌리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일방적인 전달식 강의가 아니라 워크숍처럼 학생들 이야기를 들으면서 소통하며 강의를 하고 싶었는데 정해진 시간 안에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니 쉽지가 않더라고요. 

강의의 목적은 답을 주기보다는 스스로 자신의 질문을 시작하도록 촉구하는 거였어요. '연봉'에 대한 질문도 '나는 얼마를 벌어야 만족하는 사람'인지 생각해 보라고 역질문했고요. 막연히 많은 연봉은 어찌 보면 '돈'에 대한 나만의 정의와 가치정립도 없이 평생 막연히 높은 연봉에 갈증을 느끼는 삶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남의 질문이 내 삶의 중요한 진로를 결정하게 내버려 두지 말라는 의도도 있었던 것 같아요. 


성인 사람은 유전적인 기질, 자라오면 한 경험과 사람 환경을 통해 나름의 가치관(인생, 사람, 돈, 직업 등)이 형성되어 있을 거예요. 작업치료를 선택한 학생들도 마찬가지겠죠. 사람을 작업적인 존재라고 이야기할 때에도 개개인마다의 작업, 또는 같은 작업이라도 저마다의 의미를 다르게 갖는다는 건 그 사람만의 고유한 색깔을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요. 질문의 다름이 저마다의 삶의 색깔을 보여주는 거죠. 


세상의 다수가 이야기하는 액면의 가치관이 세대의 공통 생존 질문으로 둔갑하여 '나는 어떤 작업적인 존재'인지 생각해 볼 여유 자체를 갖지 못하게 하는 현실이 안타까운 것 같아요. 자신이 무엇을 할 때 살맛을 느끼는지 생각해 보고 자신만의 질문을 가지고 한 발짝씩 내딛으며 '아 나는 이런 작업들을 이런 방식으로 해나갈 때 행복한 존재구나' 알게 되는 게 자신의 인생을 사는 유일한 비결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왔는데 얼마나 학생들에게 와닿았을지는 모르겠어요. 왕복 14시간에 지쳐 뒤늦은 강의 후기 남겨봅니다. 30여명의 학생들 중에 1명이라도 진짜 자신의 질문을 시작할 수 있기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