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와 논리는 반대 선상에 있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발함은 언제나 치밀하게 짜인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
[A - b - c - d - e - f - G]라는 논리 구조가 있다고 하자. A는 생각의 단초이고 G는 창의적인 결과물이다. 보통 사람들은 과정을 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에 중간을 생략하고 [A는 G]라는 결과물만 보게 되는 경우가 많다. 오 뭐야 창의적이네!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갑자기 퍼뜩 떠오른 것이 논리 없이 창의적인 결과물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대부분의 경우는 논리 과정을 건너뛴 것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이 순서대로 가지 않은 것이다. 우리의 생각은 무조건 a - b 다음 c - d를 차례로 도출하지 않는다. A b c까지 생각했지만 d는 생각나지 않고 바로 뒤에 e f만 생각난 경우, 퍼뜩 d가 떠오르면 갑자기 G라는 결과가 완성된다. 이럴 경우 순간의 기지로 창의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중간 다리를 많이 확보해놓은 상태에서 빠져있는 퍼즐이 떠오른 것뿐이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로 예시를 들어보자. 생각의 흐름은 "원숭이 엉덩이 - 빨갛다 - 사과 - 맛있어 - 바나나 - 길어 - 기차 - 빨라 - 비행기 - 높아 - 백두산"으로 이어진다. "원숭이 엉덩이"에서 "빨갛다" 순서로 연상할 수도 있지만 "바나나"와 "기차"를 떠올린 후 "길어"가 중간에 끼어들 수도 있다.
여기에 수직적 사고가 더해져 깊이의 차이를 만들기도 한다. 빨갛다는 속성은 사과, 체리, 자두, 홍시 색처럼 얕아지고 깊어질 수 있으며 바나나도 긴 바나나, 하얀 바나나, 껍질이 변색된 바나나 등등으로 다양하게 변주해서 볼 수 있다. 이러한 수직적 발상의 확장도 마찬가지로 생각의 순서가 순행과 역행을 오간다. 수직적이고 수평적인 발상을 순행과 역행으로 조합하면서 치밀하게 논리를 직조하다 보면, 떨어진 사과가 중력이 되고 욕조에서 넘친 물이 유레카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순행적 사고와 역행적 사고를 동시에 한다. 그래서 생각의 총량이 많고 확보해 놓은 레퍼런스가 많을수록 (중간 다리를 미리 많이 확보해 놓을수록) 역행적 사고의 속도를 높여 순행적인 논리구조를 빠르고 탄탄하게 완성할 수 있다. 쉽게 말해 평소에 많이 봐서 쟁여놓고 회의 준비를 오래 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참 쉽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