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된 친구에게 학창 시절에 수학이 어땠는지 물었습니다.
“학교 다닐 때 수학 좋아했어?”라고 물으니
“좋아하기는 했는데 중학교 3학년 때 수학 포기했어.”라든가
“난 수학을 싫어해.”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수학을 잘했다는 사람들보다 더 많았습니다.
“왜 수학을 싫어하게 됐어?" 라고 다시 한번 질문을 했더니,
“수학 선생님이 정말 못 가르쳤어. 이해가 안 가는 데 진도 나가기 바빴어.”
“수학 선생님이 너무 무서워서 수학 시간이 싫었어.”
“어릴 때 하던 집에 오는 학습지가 너무 지겨워서 수학에 질렸나 봐.”
그 대답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서 또 한 번 질문을 해봤습니다.
“그럼, 어떻게 배우면 잘했을 거 같아?”
“친절하게 잘 가르쳐 줬으면 좋았을 거 같아.”
“문제를 푸는데, 정답을 다 쓰기 전에는 내가 맞혔는지 틀렸는지 알 수 없잖아. 그럼 불안하다고. 중간에서 내가 잘 풀고 있는지 화내지 않고 친절하게 봐줬으면 좋았을 것 같아.”
그 이야기를 종합해보니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정답으로 가는 불안하고 어려운 이 길을 현명하고 상냥한 스승이 옆에서 함께 걸어가 줬다면 수학을 싫어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럼 꾸준히 열심히 했을 것이고, 그러다 보면 잘했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 공감하는 부모님들이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그럼, 자신에게 다시 질문을 해보세요.
"나는 내 아이에게 어떤 스승일까?"
수학의 개념과 응용은 학교나 사교육을 통해서 배울 수 있지만, 연산의 훈련은 가정에서 부모가 가르쳐 줘야 합니다. 하루에 30분이라도 꾸준하게 연산 훈련을 시키면 손을 쓰지 않고 눈으로 보기만 해도 머릿속으로 정확하게 푸는 것이 가능해집니다. 그런 과정에서 연산력뿐만 아니라 수학적 논리 지능도 발달하게 되지요.
질문 답변 방식으로 하나하나 가르쳐 주세요.
예를 들어 받아올림이 있는 덧셈 7 + 8을 가르친다면
“7 더하기 8은?”이라고 바로 질문을 하면 아이들이 대답하기가 어렵습니다.
한 과정씩 단계별 질문을 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자 8은 3하고 5로 나뉘네, 그럼 7에 더 3을 더하면?”이라고 물으면 아이는 10이라고 대답할 것입니다
“그럼 10에다 5를 더하면?”이라고 물으면 15라고 대답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이후가 더 중요합니다.
“그래 잘했어. 그럼 그런 방식으로 6 더하기 9도 해봐.”라고 하면 어떻게 머리를 써야 하는지 요령을 터득하지 못했기 때문에 아이는 곤혹스럽습니다.
아이가 수월하게 수를 나누고 10을 만들어 남은 수를 더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계속 질문과 답변 방식으로 노트에 수를 적어가며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는 부모의 질문에 답을 맞히고 칭찬받는 과정이 즐겁습니다. 틀린 답을 해도 혼나지 않으면 다시 교정하는 과정을 편안하게 해낼 수 있게 되지요.
초등 과정까지는 '단계별 질문 답변 교육' 방식을 권하고 싶습니다. "엄마가 늘 따라다니면서 물어봐 줄 수 없는데 아이 혼자서 못해내면 어떡하냐"라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아이는 서툴더라도 부모와 같이 문답했던 방식을 머리에 떠올리며 그 과정을 해낼 것입니다.
어른이 되고 나면 내가 어떻게 처음 연산법을 익히게 되었는지는 잊어버리지요. 계산은 빠르고 정확하게 해야 한다는 그 정답 하나만 가지고 아이에게 차분하게 논리를 가르치려 하기보다는 "계속하다 보면 빨라지는 거야"라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그러다 아이가 잘하지 못하면 노력이 부족하다고 화를 내는 경우도 생기겠지요.
수학 문제를 풀어야 하는 사람의 고충만큼, 그걸 옆에서 가이드해 주는 사람도 역시 상당한 인내심과 상냥함이 필요합니다.
가르쳐도 다음날 또 잊으면 화내지 말고 상냥하게 다시 가르쳐주세요. "어제 배운 건데 또 모르니?"라고 비난을 하지 말고 따뜻하게 가르쳐줘야 아이가 수학을 공부하는 시간이 무섭거나 싫지 않고, 수학에 대한 거부감이 생기지 않게 됩니다.
자녀가 수학을 잘하게 하기 위한 부모의 역할은 ‘친절한 스승’입니다
참고 반복해서 따뜻하게 가르치기 위해 노력해 보세요. 부모와 수학을 공부하는 시간을 아이가 좋아하게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잘하지 못하면 부모도 사람인지라 답답하고 힘들 수 있는데 그럴 때는 눈감아 주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하기 싫어서 일부러 그러는 것이 아니라 잘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용서해주세요.
지식 그릇이 커질수록 알게 되는 것이 자연스럽게 많아집니다.
초등학교 때 어렵던 문제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 가서는 쉽게 풀리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것은 내가 그 내용을 배우던 당시보다 수학을 담는 그릇이 커졌기 때문입니다. 수학을 담는 그릇이 커질수록 담기는 내용물도 양이 많아지고,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아집니다.
초등학교 시기에는 그 그릇이 작고, 그릇을 키우는 과정을 하는 것입니다.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풀어내는 스승은 아니더라도, 옆에서 따뜻하게 지켜보고 가이드를 해주는 스승은 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좋은 스승 1호가 부모라면 아이는 앞으로 쭉 가야 할 공부의 길을 용감하게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