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버닝피치 Feb 14. 2024

아무 단어 시리즈1

"연 날려본 적 있어?"

초등학교 즈음인가 미술시간에 만든 연을 들고 무작정 달렸던 기억이 있다. 꽤 매서운 추위에 벼를 베고 남은 메마른 땅을 밟으며 왜 하늘 높이 날지 않냐고 불평했던 그날 이후로 나는 연을 한 번도 잡아본 적이 없다. 그래서 명절날 연을 선물 받았을 때 잘 날 수 있을까 의구심부터 들었다. 나의 생각과 달리 아이는 연을 보며 매우 즐거워했다. 빨주노초파남보 연의 실을 잡고 마구 뛰어다녔다. 


바람이 많이 불진 않았지만 시도는 해볼 만했다. 유년시절을 시골에서 보낸 아빠의 조언대로 넓은 공터부터 찾았다. 다행히도 근처에 개방된 경기장이 있었다. 넓은 들판이라 뛰어다니기 알맞았다. 나는 초등학생이 된 것 마냥 실을 길게 늘어뜨린 후 빠르게 달려보았다. 

'날 수 있을까? '

생각이 드는 순간 연은 땅에서 발을 떼고 날기 시작했다.

 "와. 정말 날았잖아!"

감격스러움은 잠시 하늘에서 연을 날리는 일이 생각보다 기술이 필요하다는 걸 깨닫는 데엔 시간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연이 땅에 떨어지기 일쑤였기 때문이다. 지켜보던 아빠는 경력자답게 이런저런 조언을 해주셨다. "연이 바람에 날기 시작하면 뛰지 말고 제자리에서 실을 톡톡 쳐봐." 

계속 뛰어야지만 날 수 있다고 생각했던 나와 달리 아빠는 제 자리에서 실을 잡으며 연이 바람을 탈 수 있도록 여유롭게 조종하고 있었다. 그리고 적당한 바람을 만났을 때 연은 더 높이 올라갔다. 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가끔 살다 보면 무작정 달릴 때가 있다. 연을 날리는 법을 몰랐을 때처럼 앞만 보고 달릴 때랑 상황은 비슷하다. 그리고 숨이 턱까지 올라 주저앉아 버리곤 한다.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지? 이 길은 내 길이 아닌가 봐.'라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만약 우리가 방법을 알고 있거나, 괜찮은 동료나 선생님을 만났다면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을까? 


얼레에 묶인 실을 당기고 풀어주는 일은 마치 한 마리의 물고기를 잡는 것과 비슷하단 생각이 든다. 낚시에 성공하기 위해선 적당한 기술과 기다림은 필수이기에. 연결된 실을 당기기도 놓아주기도 하며 한참을 씨름해야 원하는 물고기를 손에 넣을 수 있기 때문이다. 커다란 물고기를 잡는 일도, 하늘 높이 연을 날리는 일도 모두 쉽지 않은 일이지만 바람을 타고 높이 나는 연을 바라볼 때의 기쁨은 분명 대단했다. 다시 보고 싶을 정도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