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를 키우면 생기는 일 02
아이는 하나 둘째는 고양이
회사 밖에서 프리하게 사는
우리 가족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Ep 04.
등교 없는 월요일 아침 7시, 실내 자전거 페달을 돌리고 있는 내 뒤로 아이의 목소리가 들린다.
“엄마? 엄마 어디 있어? 일로 좀 와봐~”
“하윤이 일어났어? 엄마 지금 자전거 타는 중인데~ 왜에? 일어날 거야?”
가타부타 대꾸가 없는 아이 반응에 나는 다시 자전거 페달을 돌린다. 그렇게 40분 아침 운동을 마치고 일어나 스-을쩍 침실을 들여다본 나는 황급히 충전기에 꽂아둔 휴대폰을 가지러 몸을 옮긴다.
살금살금 발소리를 죽이면서도 행동은 신속하고 절도 있게. 쿨쿨 다시 잠이 든 아이 곁에는 크림이가 있고, 나는 그 모습을 사진으로 남긴다. 자다 깨면 최소 30분은 아기띠로 안아 주어야 했던 영유아기를 지나 우리만의 기상 의식, 잠이 덜 깬 아이 옆에 누워 뒹굴뒹굴 사랑을 속삭이던 시기가 이렇게 간다. 자다 깬 아이의 목소리에 바로 달려가는 건 나보다 크림이고, 잠이 덜 깬 아이의 곁은 고양이가 차지한다.
EBS 방송을 보며 온라인 학습을 하는 아이 옆을 지키고 있는 것도 크림이,
"나 오늘은 내 방에서 혼자 잘래!"
2년 만에 다시 도전한 잠자리 독립의 기상 친구도 크림이다.
자다 깬 아이는 엄마를 찾지 않는다.
아이는 이제 이틀 뒤면 10살, 십 대로 진입하고 나는 알고 있다. 우리 앞에 또 다른 시기가 펼쳐질 거란 것을. 아니 벌써 그 시기가 시작되었다는 것을.
오늘도 아이는 쑥쑥 자라고 우리의 사랑은 철철 깊어만 간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어떻게 그럴 수가 있니 크림아! 응? 어떻게 내 마음을 그렇게 뺏어갈 수가 있어.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차지할 수가 있어? 내가 너한테 반해버렸잖아~ 응? 완전히 반해버렸다구~”
아이는 오늘도 사랑을 속삭인다. 비몽사몽 잠이 덜 깬 모습 그대로. 제 품으로 제일 먼저 달려오는 따스함을 안고서.
고양이가 가르쳐 준 일상의 진실
1 더하기 1은 2 아닌 무한대
존재의 가치는 수식을 초월한다.
중력을 거슬러 뛰어오르는 고양이처럼.
아이는 하나 둘째는 고양이, 회사 밖에서 프리하게 사는 우리 가족의 이야기는 매주 수요일, 주 1회 연재됩니다. 지난 글이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확인해 주세요 :)
Ep 01. 족욕기 보고 울어봤니? 고양이를 키우면 생기는 일
Ep 02. 바닥난 통장과 코로나 블루,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Ep 03. 퇴사 후 편의점, 둘째는 고양이. 적자를 내며 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