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프팅을 하면서 배운 "꾸준함"
축구에는 리프팅이라는 기술이 있다.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연속해서 차올리는 기술인데, 볼 저글링이라고 한다.
실제 경기에서 사용할 일은 거의 없지만 공에 대한 감각을 기르는데 가장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연습 방법이고, 혼자서도 어디서든 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축구선수들이 유소년 시절부터 리프팅을 연습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나처럼 축구를 좋아하는 일반인(축구를 전문적으로 배워본 적 없는 사람) 중에서 리프팅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축구를 즐기고 있는 나 역시도 리프팅을 꾸준히 연습하기 전까지는 10개를 넘기기가 어려울 정도였으니 말이다. (아마추어들이 기본기 연습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보통 축구경기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실력이 늘 뿐... 선수생활을 했던 사람들은 꾸준히 훈련을 했었기 때문에 확실히 기본기가 좋고, 경기력에서 아마추어들과는 큰 차이를 보여준다.)
축구경기만 해봤지 기본기 연습을 해본 적이 없던 나는 당시 필요했던 생활체육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리프팅 연습을 해야만 했다.
나는 리프팅 연습을 하기 전까지 어떤 목표를 정해 꾸준히 노력해 본 경험이 없었다. 정확히 말하면 목표라는 것을 제대로 세워 본 경험이 없어서 꾸준한 노력도 해 본 적이 없었다.(물 흘러가듯이 살았던 것 같다... ) 그래서였는지 나는 속성으로 리프팅 실력을 향상 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다녔다. 마치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은 없으면서 좋은 성적을 받고 싶은 마음에 쪽집게 과외 선생님을 찾아다니는 학생처럼 말이다.
당연한 결과였지만 나는 이렇다 할 요령을 찾을 수가 없었다.(리프팅을 잘 하는 방법에 대해서 다양한 정보들을 얻긴 했지만 공통된 의견은 꾸준한 연습만이 답이라는 것뿐...)
목표를 이뤄보겠다는 일념으로 두 달 정도의 시간을 매일 같이 운동장에 나갔다. 한 달쯤 지나서였을까? 어느 순간 축구공이 수박처럼 크게 보였고, 리프팅을 하는 순간이 슬로모션이 된 것 마냥 느리게 느껴졌다. 발등에 탁구공이 떨어져도 쉬지 않고 차 올릴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때부터 나의 리프팅 기록은 놀랍게 성장했다.
5개에서 20개를 만드는 데 한 달이 넘게 걸렸는데 100개에서 500개를 만드는 데는 10일도 채 걸리지 않았다. 느낌을 알고 나니 그제야 요령도 생겼고 결과적으로 자격증도 한 번에 따게 되었다.
리프팅 연습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내게는 "꾸준함"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첫 번째로 떠오르는 기억이다.
"꾸준함"을 경험하고 난 후 무심코 지나쳤던 자연의 모습들이 경이롭게 다가왔다. 파도에 깎이는 절벽의 모습이나 몇천 년 동안 한 방울씩 쌓여 만들어진 종유석의 모습이... 생뚱맞지만 꾸준함이 이뤄낸 멋진 결과물들이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자격증을 따고 싶어서 시작했던 리프팅 연습이 내게 "꾸준함"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꾸준함이 없었던 내 삶에도 변화가 찾아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