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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장면이 바꾼 인생

작은 순간들의 축적이 우리의 이야기를 완성한다

by 쏭저르

배우 김남희 씨가 한 예능 방송에서 무명 시절의 이야기를 들려준 적이 있다. 드라마 도깨비에서 과로로 죽어 귀신이 되는 의사 역할을 맡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그는 그 한 장면에 몰입하기 위해 며칠 동안 씻지도 않고 면도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자연스러운 몰골로 연기한 그의 모습에 현장에 있던 감독은 깊은 인상을 받았고, 이후 중요한 배역에 그를 캐스팅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과연 한 장면으로 인생이 달라질까 생각했지만, 정말로 그 한 장면이 제 인생을 바꿔놨다.”


살다 보면 대충 넘어가고 싶을 때가 있다. 작은 실수는 괜찮다며, 이 정도는 적당히 해도 될 것 같다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 작은 디테일 하나, 그 순간의 태도가 우리가 예상치 못한 변화를 만들어낼지도 모른다. 그렇게 소중한 장면 하나하나가 쌓여 우리의 인생이라는 영화나 시리즈를 완성해 간다.


모든 것이 시스템으로 돌아가는 것 같아 보여도, 결국엔 감정과 열정, 그리고 마음이 담긴 노력으로 달라질 수 있다. 그 작은 노력이, 사소한 정성이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인생을 돌아보면, 결국 내가 나의 영화 속 모든 장면의 주인이다. 내가 감독이고, 주연이고, 조연이고, 때로는 단역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마지막 장면마저도 온전히 나의 것이다. 작은 순간을 소중히 여길 때, 우리는 우리의 이야기를 스스로 빚어갈 수 있다. 한 장면, 한 순간, 한 번의 선택이 인생을 바꿀 수 있음을 믿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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