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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차의 구수한 온기

어릴 적 추억에서 가족의 따뜻함으로 이어지는 작은 사랑

by 쏭저르

어릴 적, 어머니는 늘 집에서 보리차를 끓여주셨다. 그 시절에는 생수가 흔하지 않았고, 정수기는 부유한 집에서나 볼 수 있는 귀한 가전제품이었다. 커다란 주전자에 물을 끓이고 보리팩을 넣어 10분 정도 우려내면 구수한 보리차가 완성됐다. 가끔 보리팩을 오래 담가두면 맛이 너무 진해져서 마시기 어려운 적도 있었지만, 그 시절 우리 집 식수는 늘 보리차였다.


아이가 생기고 나서, 내가 다시 보리차를 끓이기 시작했다. 아이가 감기에 걸릴 때면 생보리를 사서 1리터 남짓 끓여준다. 요즘은 유명 캐릭터 브랜드에서 보리차를 출시한 덕분에, 아이도 보리차에 대한 호감이 크다. 따뜻한 보리차를 마시며 약을 먹고 나면 아이의 감기가 금세 나아지는 듯하다.


보리차를 끓이는 동안 집안 가득 퍼지는 구수한 향은 공간을 포근하게 감싸준다. 그 향은 배려처럼 느껴지고, 함께 마시며 서로의 건강을 챙기는 순간은 소소한 감사로 이어진다. 이렇게 매일 반복되는 작은 행동 속에서 우리는 가족의 사랑을 확인한다.


보리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그것은 사랑의 되물림이다. 비록 보리차가 감기를 직접적으로 낫게 하진 않더라도, 그 과정에서 아이와 나누는 따뜻함과 소통은 진짜 회복의 원천이 된다.


겨울, 따뜻한 보리차를 끓이며 몸도 마음도 따뜻하게 채운다. 우리 모두가 이런 마음으로 삶을 견디고 서로를 보듬을 수 있기를 바란다. 보리차의 구수한 향처럼, 우리의 배려와 사랑이 이 겨울을 따뜻하게 만들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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