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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쓰다 보니 200번째

일상 속에서 계속 써온 시간에 대해

by 쏭저르

하루하루가 정말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모를 만큼 바쁘다. 아이를 키우며 맞벌이를 하는 입장에서, 퇴근 후에는 쉴 틈 없이 움직여야 하루가 마무리된다. 집을 간단히 정리하고, 아이 숙제를 점검하고, 다음 날 먹을 음식을 준비하고, 밀린 빨래를 정리하고, 씻고 잠드는 그 모든 과정까지 매일이 연소하는 삶 같다.


그런 가운데서도 매일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한 편 이상 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귀찮고, 피곤하고, 사실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매일 글을 쓰는 시간은 나를 이해하고, 내가 하는 일과 관심사를 정리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나는 그동안 내가 하는 일을 소개하거나, 내 생각을 글로 남기는 데 게을렀던 것 같다. 문장으로 기록하는 일이 늘 부족하다고 느껴왔다. 그러던 중 브런치스토리의 작가로 선정되었고, 어느덧 200번째 글을 쓰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킥’은 하기 싫은 일을 바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런 일들이 쌓이면 언젠가 나의 브랜드가 되고, 나를 설명해주고, 나를 증명하는 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최근엔 관계사의 담당자로부터 “혹시 이 글, 쓰셨던 거 아니냐”고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그 순간, 무척 보람을 느꼈다. 글쓰기가 나를 드러내는 하나의 방식이 되었구나 싶었다.


200번째 글을 쓰며 바라는 건 단 하나다. 이 글들이 300편, 400편으로 이어져 언젠가는 책으로 묶일 수 있기를. 내 생각과 내가 해온 일들이 또렷이 정리되어, 한 권의 책이 되어 누군가에게 닿기를.


인생은, 어쩌면 하기 싫었던 일이 가장 큰 자랑이 되는 여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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