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팝송 추천합니다 ~
[ 멜론으로 플레이리스트 듣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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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내가 처한 상황과 그때그때의 기분에 맞는 노래를 찾아 듣는 게 습관이 됐고, 그렇게 만들게 된 나만의 플레이리스트가 열 개도 넘는다. 새벽에 또는 비가 와서 한껏 감성에 젖고 싶을 때, 하이틴 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하루를 시작하고 싶을 때, 좌절해서 위로가 필요할 때, 스트레스 받아서 욕하고 싶을 때, 마음의 평안이 필요할 때, 언젠가 운전을 배워서 드라이브하게 되면 듣고 싶은 플레이리스트 등등... 이렇게 내 기분에 맞는 노래를 듣고 있으면 영화 속의 한 장면에 들어와 있는 느낌이 든다. 내 인생이라는 영화 속의 OST는 이런 노래들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노래를 듣고, 그러다 보면 OST가 영화의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처럼 내 인생의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듯한 느낌이다.
음악을 설명하는 글은 영화를 설명하는 글보다도 힘든 것 같다. 물론 음악도 스토리가 있지만 굉장히 함축적이고, 시각적인 장면 없이 청각적인 멜로디와 박자에서 만들어지는 그 묘한 느낌을 글로 표현하는 게 정말 어렵다. 또 음악은 듣는 사람마다 취향이 천차만별이니 좋은 음악은 백 마디 말보다 직접 들어보는 게 나은 것 같다. 그럼에도 이 글을 통해 나의 추억이 담겨있고 애정을 쏟아 듣곤 했던 노래들에 대해 말해보고 싶다. 나는 주로 가사에 집중해서 노래를 듣는 편인데,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않는 성격 탓인지 내 마음을 대신 외쳐주는 노래 가사가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단 3분 남짓하는 시간만으로 내 마음을 울렸던 마법의 힘을 가진 음악 몇 곡을 소개해본다.
“간절히 원했지만 안 되는 애증의 관계, 이제 그만”
< Jess Glynne - Hate/Love >
… Gave my all to be the best
But you let me go to waste …
불행에 맞닥뜨린 순간, 침대에 털썩 누워서 듣고 싶은 노래다. 무언가를 간절히 원했는데, 정말 열심히 했는데 뜻대로 되지 않아서 떠나보내야 할 때 들으면 위로가 되면서 동시에 마음도 단단해지는 느낌이다. 목소리에 따뜻한 위로와 함께 강인함이 깃들어 있어서, 힘들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극복하고 싶을 때 들으면 좋다. 이 아티스트의 다른 곡 'Don't Be So Hard On Yourself'에 보면 마음을 돌처럼 단단하게 만든다는 가사가 있는데, 그런 느낌이다.
“멈추지 않는 이 눈물이 다 무슨 소용일까”
< LANY - Thru These Tears >
… In the end I'm gonna be alright
But it might take a hundred sleepless nights
To make the memories of you disappear
But right now I can't see nothing through these tears …
결국 우리는 이 힘든 순간을 극복하고 괜찮아질 거란 걸 알고 또 여태껏 그렇게 살아왔지만, 지금 당장은 너무 힘들 때가 있다. 눈물로 보내는 힘든 시간들도 다 의미가 있을 거라는 위로가 와닿지 않을 때, 이 눈물의 의미가 도대체 무언지 지금은 잘 모르겠고 알고 싶지도 않을 정도로 힘들 때 무한 반복으로 들으면 위로가 된다. 지금 당장은 극복 같은 건 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한 편으로는 슬픔의 무한 굴레에 갇혀버릴 수도 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도 있는 거잖아, 그치?”
< HONNE - lines on our faces >
… Some days don't go quite the way you planned them
Things can get fucked up and get real bad
Whatever happens, know it gets better
You can be happy not sad
It's the lines on our faces that show us the map where we've been …
이 노래의 제목을 보고 처음에는 얼굴에 줄이 그려진 원주민 같은 걸 상상했다. 가사를 듣고 나서는 눈물이 흐르는 얼굴을 말하는 건가 싶었다.(바로 내가 울면서 들었기 때문에…) 몇 번을 듣고 나니 우리 얼굴의 주름을 말하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나이 들어가지만 그만큼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삶의 지도가 그려진다는 의미. 가사 하나하나가 주옥같이 위로되면서 멜로디도 목소리도 발음마저도 따뜻하다. '많이 힘들었지?'라는 한 마디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은 느낌이라 힘들 때 들으면 없던 눈물도 주룩주룩 나오게 하는 마법의 곡이다.
“나를 몇 번이고 부정하며 상처 주는 당신들에게”
< Keala Settle, The Greatest Showman Ensemble - This Is Me >
… ‘Hide away’, they say
'Cause we don't want your broken parts
I've learned to be ashamed of all my scars
‘Run away’, they say
No one will love you as you are
But I won't let them break me down to dust
I know that there's a place for us
I make no apologies, This is me …
자존감 바닥이던 취준생 시절, 특히 면접 시즌에 많이 들었던 곡이다. 유튜브에 ‘this is me fox’라고 검색하면 소름 돋는 합주 연습 영상을 볼 수 있는데, 언제나 몇 번이고 봐도 울컥하게 된다. 중간에 휴 잭맨이 이건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허탈한 웃음소리를 내는데, 영상으로 봐도 감동인데 실제 눈앞에서 보면 내가 지금 무엇을 보고 듣고 있는 건가 싶을 정도로 얼마나 어이없고 멋졌을까. 제목 'This Is Me'에 이 노래가 말하는, 내가 세상에 외치고 싶었던 모든 말이 함축되어 담겨있다.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이 볼품없게 느껴질 때, 아니라고, 있는 그대로의 나는 멋진 사람이니까 상처 주는 말에 휘둘릴 필요 없다고 말해준다. 이게 바로 나야. 나에게 얼마나 날카로운 말로 상처를 주더라도, 몇 번이고 나를 부정하더라도, 나는 사랑받을 가치가 있는 멋진 사람이야.
“우리가 다르게 만났다면 잘 되지 않았을까”
< Lauv - Sims >
… I wish that you and I lived in The Sims
We could build a house and plant some flowers
and have kids
But we're both out at some trashy Halloween party downtown
And I'll probably never see you again …
일어나지 않은 일을 후회할 때가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어나지 않은 일을 아쉬워하고 내가 했던 말과 행동을 후회하는 마음이다. 이 노래의 첫 구절 '너랑 내가 심즈에 살았으면 좋았을 텐데' 이 짧은 한 마디에 그런 아쉬움이 모두 담겨있다. 우리가 다른 상황에서 만났더라면 더 잘 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한 곡이 있을까 싶다. 사랑의 본질은 좋아하는 마음인데, 좋아하는 마음만으로 사랑이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게 참 모순이라는 생각이 든다.
“널 이렇게나 원하는데, 넌 내 것이 아니네“
< Red Hearse - Everybody Wants You >
… And each day's the same, I call your name in the pourin' rain
I'll wait outside even if it takes all night
What can I do It's love and I got the proof
But baby, what's the use
'Cause everybody wants you …
안타까운 마음을 담은 곡들이 사랑을 더 잘 표현하는 것 같다. 좋아서 설렐 때보다, 사랑이 잘 되지 않을 때 더 사랑하는 것 같은 마음이 든다. 사실 나는 이 노래를 취준생 때 많이 들었다. 면접 준비를 할 때, 나는 이렇게 열심히 너(기업)한테 다가가려고 하는데 너를 원하는 사람은 너무 많아서 힘든 간절한 마음을 아주 잘 대변해 주는 곡이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간절함이 배가 되어서 꼭 붙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 같은 느낌으로 많이 들었다.
“난 네게 빠져있어, 이제 네 마음을 알려줘“
< Q - Take Me Where Your Heart Is >
… I'm so into you
but I don't know where I've been
I just want you to
to take me where your heart is …
드럼이 곡 분위기를 리드하는 느낌인데, 드럼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 나중에 이 곡은 꼭 한 번 연주해보고 싶다. 작년 말에 나온 곡인데 이렇게 마음을 울리는 노래는 참 오랜만이었다. 간단하지만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가사 때문인 듯싶다. 'I'm so into you / but I don't know where I've been / I just want you to take me where your heart is' 이 가사가 노래의 8할을 차지하고 있고 구체적인 스토리를 담은 가사가 아니어서 무언가 영적인,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감상하는 느낌이 든다.
요즘도 나는 매일 나를 기다리는 좋은 신곡들을 찾아 나선다. 멜론에 업데이트되는 신곡들을 30초에서 1분 정도 잠깐 들어보고 마음에 들면 이번 달 플레이리스트에 넣는다. 그래서 그런지 가끔은 음악을 너무 소비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언젠가 학교에서 지나가다 이런 대화를 들었는데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는다. "좋은 노래는 시작하자마자 몇 초만 들어도 딱 느낌이 오지 않냐?" 당시에는 너무 공감되는 말이어서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고 맞장구치고 싶었다. 그런데 1분 넘게 지나야 나오는 후렴구가 좋은 곡도 있고, 처음엔 별로였는데 몇 번 듣다 보니까 좋아진 곡도 있다. 오랜만에 들어보면 의미가 새롭게 다가오는 곡도 있다. 그런 신기한 음악을 인생의 BGM으로 채워갈 앞으로의 삶도 기대가 되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