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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전달자 정경수 Jun 04. 2020

분명히 읽었는데 왜 기억나지 않을까?

이해하지 못하면 기억하지 못한다. 완전히 이해하면 기억할 필요가 없다.

원고를 쓰고 강의를 하는 일이 주요 업무인 저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번갈아 봅니다. 주로 읽는 책은 기획력 향상에 관한 책, 미술사, 사진을 주제로 쓴 책 등입니다. 경제·경영 분야는 관심 있는 테마를 골라서 일주일 동안에 대여섯 권을 읽으려고 합니다. 

이번 주는 일주일 안에 성과를 내는 마케팅, 나쁜 습관과 좋은 습관을 설명한 책, 관리자가 알아야 하는 직원 사기 진작 비결, 조직 활성화, 생산성 혁신에 관한 책, 시험을 준비하는 공부법, 핵심을 필기하는 노트 정리 방법을 설명한 실용서를 읽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 읽는 책 제목을 보니 잡식성 동물이 먹이를 가리지 않고 먹듯이 여러 분야의 책을 기분에 따라, 손에 잡히는 대로 읽고 있네요.

한참 전에 있었던 일입니다. 콘텐츠 수출에 관한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우연히 아는 사람을 세미나에서 만났습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지금 무슨 책을 읽고 있냐고 묻더군요. 그때 읽고 있던 책이 해마다 출간되는 젊은 작가상 수상작 모음집이었는데 여기서 읽은 작품을 기억나는 대로 얘기했습니다. 

그는 책을 즐겨 읽는 사람에게 지금 읽고 있는 책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하면, 대부분 읽은 책 제목을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대답하더라도 읽은 내용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도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을 만나면 읽고 있는 책에 관해서 물어봅니다. 세미나에서 만났던 사람 말대로, 어떤 책을 읽었고 이런 내용이라고 바로 말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갑자기 물어봐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책을 가까이한다면 지금 읽고 있는 책 내용 정도는 대강 말해줄 수 있어야 하는데, 분명히 읽었는데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디지털 치매일까요?  




공부하는 학생들도 분명히 공부했는데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교과서와 참고서를 여러 번 반복해서 읽고 문제도 풀었는데 무엇을 공부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이런 학생이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을 리 없다.


글자를 읽어도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증상을 ‘ 난독증’이라고 한다. 난독증은 글자를 알지만 읽지는 못하는 것이다. 실제로 난독증을 가졌던 여배우 수잔 햄프셔는 자서전 《Susan’s Story》에서 아이들의 12.5퍼센트가 넓은 의미의 난독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때때로 읽기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까지 12.5퍼센트에 포함된다. 난독증이 심하면 ‘saw ’를 ‘was’로, ‘no’를 ‘on’으로, ‘ dog’를 ‘god ’로 쓰고 읽는다. 

Joan Freeman, 이경화 지음, 《우리 아이 영재로 기르기》, (학지사, 2007), 226쪽


우리말도 이와 비슷하다. 글자를 읽지 못하거나 읽어도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난독증이다. 난독증은 정도에 따라서 ‘읽기 곤란 ’, ‘읽기 장애 ’ 등으로 분류한다. 단지 읽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은 난독증이 아니다.


그렇다면, 책을 읽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인간이 망각의 동물이기 때문에 기억나지 않는 건 자연의 섭리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출판평론가 김성신이 제시한 답이 조금 더 구체적이다. 그는 두 가지 답을 제시했다. 


“이해하지 못한 책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리고 완전히 이해한 책은 기억할 필요가 없다.” - 김성신(출판평론가)


“이해하지 못한 책은 기억에 남지 않는다. 그리고 완전히 이해한 책은 기억할 필요가 없다.”

첫째, 책을 읽으면서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면 기억에 남지 않는다. 이해하지 못한 글은 ‘읽었었다’라고만 기억해도 다행이다. 둘째,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해서 삶의 일부가 되면 더 기억할 필요가 없다. 글을 읽고 얻은 지식, 교훈이 생활 속으로 들어오면 굳이 내용을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



공부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면, 단원 별로 훑어보면서 필요한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 찾은 다음 필요한 부분만 집중적으로 반복해서 읽는다. 완전히 이해하면 그 내용은 기억에 남는다.


훑어보면서 필요한 정보, 즉 핵심 문장, 키워드를 찾는다. 그런 다음 필요한 정보에 집중해서 배경지식, 경험과 연결해서 이해하면서 읽는다. 이렇게 읽으면 자기에게 필요한 내용은 기억에 남는다. 공부하기 위해서 책을 읽는다면, 단원 별로 훑어보면서 필요한 내용이 어디에 있는지 찾은 다음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반복해서 읽는다. 필요한 정보를 완전히 이해하면 그 내용은 기억에 남는다. 이런 읽기 방법은 매우 효율적이다.



기억은 이해에서 비롯된다.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은 장기 기억에 저장되지 않는다. 내용 전체를 완벽하게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전체를 이해하더라도 모든 걸 기억할 수는 없다. 지금 읽고 이해한 내용도 시간이 지나면 잊게 마련이다.

학습을 목적으로 하는 읽기에서 반복해서 읽기를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기억에 오래 남기는 방법은 단순하다. 읽으면서 핵심을 이해하고, 반복해서 읽으면 더 오래, 뚜렷하게 기억에 남는다.



출처 

정경수 지음, 《핵심 읽기 최소원칙》, (큰그림, 2019), 40~44쪽


참고문헌

Joan Freeman, 이경화 지음, 《우리 아이 영재로 기르기》, (학지사, 2007), 22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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