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식전달자 정경수 Apr 17. 2020

맥락을 읽는 방법(2)

맥락을 모른 채 읽는 것은 영화 예고편을 보고 작품성을 말하는 것과 같다

초중고 학생들이 온라인 개학을 했습니다.

한쪽에선 접속 장애가 생긴다고 하고 또 한쪽에선 원활하게 수업한다는 이야기가 동시에 들립니다.

저희 집에도 중학생 고등학생이 있어서 요즘은 집에서 공부하는 모습을  봅니다.

전에는 학교나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집에 와서는 잠만 잤는데 말입니다.

저희 아이 말고도 요즘 학생들이 공부하는 모습을 도서관에서 보면,  

손으로 쓰면서 공부하는 모습은 보기 어렵습니다. 

'나 때는 말이야'로 시작하면 귀담아듣는 사람이 없는데 그래도 이 말은 해야겠습니다. 

제가 학교 다닐 때와 공부하는 모습이 다릅니다.

제가 중고등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뭐든지 연습장에 쓰면서 외웠는데요. 물론 다 그런 건 아니겠지만요. 

지금은 아이들이 똑똑해서 그런지 책을 눈으로만 읽거나 모니터로 인강을 보기만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중요한 키워드를 노트에 손으로 쓰면서 공부하면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고 공부한 내용이 기억에 오래 남습니다.



글을 읽을 때는 맥락을 알아야 쉽게 이해하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생 중에는 국어를 암기과목이라고 생각하는 학생이 적지 않다. 맥락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단지 문제를 풀기 위해서 지문을 분석하는 데 집중하기 때문이다. 교사와 학생, 전문가, 사교육 관계자와 심층 인터뷰한 동아일보 기사에서 모국어를 ‘모르는 국어’라고 표현했다. 

맥락을 파악하지 않고 글을 읽는 것은 10분으로 압축한 영화 소개 영상을 보고 작품성을 논하는 것과 같다. 빨리 읽든 천천히 읽든, 읽는 속도와 관계없이 맥락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맥락을 파악하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의미 지도 그리기’가 있다. 개념과 개념 사이의 관계를 키워드를 중심으로 화살표 또는 선으로 연결해서 지도처럼 그린다. 지도에서 지역과 지역을 도로가 연결하는 것처럼 키워드를 선으로 연결하면 여러 가지 개념 사이의 관계를 파악하기 쉽다.


글을 읽으면서 기억에 남기는 방법은 세 가지다.
비슷한 내용끼리 묶기(Chunking) 
이미지를 이용해서 연결하기(indexing) 
연상하기(elaboration)
의미 지도 그리기는 이미지를 이용해서 연결하기에 해당한다. 여기서 이미지는 직접 종이에 그리는 이미지와 머릿속으로 그리는 이미지를 뜻한다. 의미 지도 그리기는 새로운 정보를 기억하는 동시에 이해를 돕는다. 연관된 단어를 이용해서 ‘머리카락(Hair)’에 관한 의미 지도 그리기를 보면 어떤 내용인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레베카 L. 옥스퍼드 지음, 박경자 옮김, 《영어 학습 전략》, (교보문고, 2003), 87~88쪽


이런 식으로 키워드를 시각적으로 분류하고 묶어서 의미 지도를 그리면 개념을 파악하고 동시에 맥락을 이해하기 때문에 읽은 내용을 장기 기억에 저장할 수 있다.


머리카락과 관련된 키워드를 연결해서 키워드 사이의 관계를 분명하게 파악하도록 도와준다. 의미 지도는 글, 그림, 도표, 인터넷 강의를 들을 때 모두 적용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키워드를 시각적으로 분류하고 묶어서 의미 지도를 그리면 개념을 파악하고 동시에 맥락을 이해하기 때문에 읽은 내용을 장기 기억에 저장할 수 있다. 또 한 단어를 떠올리면 연쇄적으로 머리에 떠올라서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독일의 철학자 발터 벤야민은 하나의 주제에 대해서 머릿속에 파편적인 기억을 메모지에 옮겼다.
몇 개의 단어와 짧은 구절을 선으로 연결하거나 특정한 위치에 배치한다. 키워드를 이미지 맵으로 그리는 방식은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도식화, 목록화하는 기존의 일반적인 연구 방식과 다르지만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효과적이다.

권용선 지음, 《발터 벤야민의 공부법》, (역사비평사, 2014), 134~135쪽

키워드를 이미지 맵으로 그리는 방식은 체계적으로 생각하고 도식화, 목록화하는 기존의 일반적인 연구 방식과 다르지만 맥락을 이해하는 데는 효과가 있다.


키워드를 적고 관련 있는 내용을 선으로 연결하는 의미 지도 그리기는 다 그려놓으면 마인드맵과 비슷하다. 차이가 있다면, 마인드맵은 발상·생각정리 방법이고 의미 지도 그리기는 메모를 좀 더 체계적으로 하는 것이다. 글을 읽으면서 기억해야 하는 내용을 선형적으로 나열하기보다 키워드를 적고 선으로 이어서 관계를 정리하면 빨리 이해할 수 있고 동시에 오랫동안 기억할 수 있다.



출처

정경수 지음, 《핵심 읽기 최소원칙》, (큰그림, 2019), 31~33쪽

참고문헌

레베카 L. 옥스퍼드 지음, 박경자 옮김, 《영어 학습 전략》, (교보문고, 2003), 87~88쪽

권용선 지음, 《발터 벤야민의 공부법》, (역사비평사, 2014), 134~135쪽

이전 09화 맥락을 읽는 방법(1)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