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과 유대감을 측정하는 테스트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원형 척도(Circles measure, 타인과 나의 심리적 거리를 측정하는 방법-옮긴이)를 사용해 두뇌의 관점에서는 타인과 크게 다를 바 없는 미래의 자아에 대한 유대감을 측정해 보기로 했다.
소규모로 실험을 시작했다.
실험 참가자에게 미래의 자아가 자신과 얼마나 ‘비슷한지’ 보여주는 원형을 고르게 했다.
각 사람의 차이를 확실히 보기 위해 10년 후의 자아를 생각하게 했다. 한 달 후의 자아를 생각해 보라고 하면 응답자 대다수가 현재의 자아와 비슷하다고 느낄 것 같았다.
또 40년 후의 자아처럼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하면 다들 현재의 모습과 비슷한 점이 없다고 대답할 것 같았다.
명확한 질문을 제시한 후에 비슷한 점만 조사했다. 낯선 사람이라도 자신과 비슷한 점이 많을수록 점차 호감을 느끼고 마음의 문을 열기가 쉽기 때문이다. 미래의 자아에 관해서도 비슷한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험 참가자를 대상으로 또 다른 실험도 진행했다.
당장 소액의 돈을 받거나(오늘 밤에 16달러를 받는 것) 나중에 더 많은 금액을 받을 수 있다(35일 후에 30달러를 받는 것). 둘 중 어느 쪽을 택할지 물어보았다.
미래 자아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면, 달리 말해 미래 자아에게 유대감을 느낀 결과 퇴직 이후를 대비하기 위해 돈을 모은다면, 원형 척도가 자산 관리에 대한 질문의 결과와도 어느 정도 일치해야 한다.
사회적 친밀감은 다른 결정에도 유의미한 영향을 미친다. 많은 사람이 정서적으로 가깝다고 느끼는 상대를 위해서라면 자기 자신을 위해 돈을 쓰지 않고 상대에게 기꺼이 주려는 태도를 보인다.
사라 몰 루키와 댄 바텔스는 사람들이 미래의 자아와 유대감을 느끼게 만드는 요수가 무엇인지 생각할 때 자연스럽게 자기 개선(Self-Improvement)을 떠올린다고 했다.
미래의 자아에 대한 유대감을 느끼는 사람은 시간이 지나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된다고 믿는 것이다.
성인이라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찍은 증명사진을 펼쳐놓고 생각해 보면 ‘자아’의 개념을 좀 더 뚜렷하게 인식할 수 있다.
학생증부터 사원증을 시간 순으로 늘어놓고 중고등학교 시절의 나, 신입사원 시절의 나, 현재의 나, 미래에 중견 간부 혹은 경영자 혹은 내가 원하는 모습이 된 나를 상상한다.
학교 다닐 때의 나, 직장에 갓 입사했을 나, 지금의 나,
5년 또는 10년 후의 나는 같은 자아를 가진 존재일까?
같은 자아일 수도 있고 다른 자아 일 수도 있다.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정답은 없다.
단,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 그리고 미래의 나는 ‘자아’의 관점에서 보면 대체로 다른 사람이다.
과거에 나의 자아를 형성하는 생각, 행동, 말투는 이러이러했다.
신입사원 시절, 사회생활을 시작한 직후에 생각, 행동, 말투는 과거의 나와 꽤 많은 부분에서 달라졌다.
조금은 비슷한 면도 있을 것이다.
만약, 30대 혹은 40대라면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 생각과 행동, 말투 등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과 내면에 학교에 다닐 때, 사회생활을 시작했을 때와 다를 것이다.
물론, 정도의 차이는 있다.
5년 또는 10년 전보다 많이 달라진 사람도 있고 생각보다 많이 달라지지 않은 사람도 있다.
분명한 것은 자아가 전혀 달라지지 않은 사람은 없다.
《미래의 나를 만난 후 오늘이 달라졌다》에 소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미래의 나와 현재의 나를 친밀하게 느끼는 사람, 즉 심리적 거리가 가까운 사람은 미래의 나를 위해서 헌신하는 태도를 보인다.
먼 미래의 자아가 지금의 나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사람은 돈 문제에서 더 참을성을 보인다. 즉, 지금 적은 돈을 받기보다는 조금 더 기다렸다가 많은 돈을 받는 쪽을 택한다. 미래의 나를 위해서 그렇게 한다.
하지만 미래의 나와 지금의 나를 가까운 사이로 느끼지 않으면 미래의 자아와 유대감을 느낀다. 유대감을 덜 느낀다는 뜻은 미래의 자아를 현재의 나와 다른 사람으로 인식한다.
현재의 나와 미래의 나 사이에 심리적 거리를 측정한 원형 척도 결과와 돈을 아끼거나 모으려는 의지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
미래의 자아와 현재의 자아가 비슷하다고 느낄수록 더 큰 보상을 얻기 위해서 기꺼이 기다리는 태도를 보인다.
당장 소액의 돈을 받을지, 5주 뒤에 더 많은 돈을 받을지 선택하는 실험에서도 미래 자아와 유대감을 형성하는 사람의 두뇌 활동은 미래 자아와 유대감이 덜한 사람과 다르게 나타난다. 가상의 선택이 아니라 즉시 돈을 줄 때도 마찬가지였다. 미래의 자아를 내가 아니라 타인으로 느끼는 사람들은 돈과 관련한 결정에서 조급한 태도를 보인다.
미래의 자아가 현재의 내 모습과 다르다고 느끼는 사람, 즉 미래의 자아를 ‘남’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나중에 더 많은 돈을 받는 것보다 지금 적은 돈을 받는 쪽을 선택했다.
미래의 내 모습과 현재의 내 모습을 같은 사람 혹은 다른 사람으로 생각하는 관계는 돈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미래 자아와 현재 자아를 같은 사람으로 생각하는 유대감이 클수록 선택의 기로에서 윤리적인 결정을 할 가능성이 높았다.
선택의 기로에서 윤리적이지 않은, 당장의 이익과 편안함을 선택하는 사람은 현재의 나만 생각한다. 미래의 자아와 연결하지 않는다.
만약 지금의 선택이 잘못되면 미래의 자아는 ‘잘못된 결정’을 한 현재의 자아에게 책임을 추궁하지만 둘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아무런 상관이 없다고 느끼는 것이다.
지금 운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도 미래의 자아와 유대감이 강하게 나타났다. 현재와 미래의 자아를 동일시하면 다음과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
저축을 더 많이 한다.
운동을 더 자주 한다
도덕적으로 바르게 살려는 의지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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