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천 원에 즐기는 숯불 돼지갈비�
화명동 11층에서 만난 20년 넘은 고깃집
부산 북구 화명동. 2002년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논밭과 간척지였던 이곳은 새롭게 신도시로 재탄생한 곳이다.
지금도 부산에서 손꼽히는 학군지이자 가족 단위 거주지로 자리 잡아,
학령기 자녀를 둔 3~4인 가구가 많다.
자연스럽게, 이곳의 외식 인프라 역시 가족 중심으로 구성되어
큰 상가 1층엔 중대형 고깃집들과 요식업 매장들이 주류를 이룬다.
화명 참숯갈비는 바로 화명동이 개발된 해인
2002년에 문을 연 돼지갈비 전문점이다.
내가 초등학생이던 그 시절, 외식 메뉴는 삼겹살이나 돼지갈비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외식 문화가 다양해졌고, 돼지갈비 전문점들은
점차 설 자리를 잃었다. 많은 동네 갈빗집이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았지만,
화명참숯갈비는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1층마다 중 대형 고깃집들이 즐비한 화명동에서
무려 11층에 위치해 20년 넘게 사랑받아 온 이유가 궁금해졌다.
자리에서 메뉴판을 들여다보니, 돼지갈비와 소갈비 딱 두 가지 메뉴가 있었다.
흔히 보이는 다양한 고기 요리가 아닌, 두 가지 갈비 메뉴에만 집중한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예전 블로그를 찾아보니, 예전에는 여러 메뉴가 있었지만,
세월이 흐르며 지금의 핵심 메뉴로 집중하게 된 거 같다.
종류는 많지 않기에, 중요한 맛만큼은 그대로 유지해 왔지 않을까?
이곳을 오래 찾은 단골들이 다시 찾아오는데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숯불 위에서 지글지글 구워지는 돼지갈비를 한 입 베어 물었다.
은은한 단맛과, 진한 갈비의 풍미, 숯불 향이 어우러져 호불호 없는 맛이다.
돼지갈비와 함께 나온 국내산 물김치와 멸치젓갈은 소박하지만
돼지갈비의 맛을 한층 돋워 주었다.
간단하게 준비된 반찬들이 갈비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요즘 배추값이 비싼데도 국내산 배추로 만든 물김치를 맛볼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식사를 마무리할 즈음, 된장찌개가 나왔다.
미더덕이 들어간 된장찌개는 시원한 맛이 일품이었다.
돼지갈비의 진한 맛을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갈비엔 된장이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하던 손님이 된장찌개를 한 입 먹으며
"이거 참 괜찮네" 하고 혼잣말을 하신다. 그러곤 소주 한 병을 주문하셨다.
한 가지 아쉬운 건 함께 주문한 물비빔냉면은 간이 모자란 탓인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아쉬웠다.
식사가 끝난 후 계산을 하며 문득 나이 지긋한 여사장님께
“왜 11층에서 가게를 시작하셨나요?”라고 물었다. 사장님은
“맛이 좋으면 어디에 있어도 사람들이 찾아올 거라고 생각했지” 라며
미소 지으셨다. 그 말에서 20년 넘게 한자리에서 맛을 지켜온 이곳의 철학이 엿보였다.
내가 궁금한 마음에 몇 가지 더 여쭤보자,
사장님은 “혹시 우리 가게를 인수할 생각 있는 거야?”라며 “
생각 있으면 가게를 인수해”라고 웃으셨다.
농담처럼 건넨 말씀이었지만, 순간 내 마음에 아버지 생각이 스쳤다.
쉬고 싶다고 말씀하시던 아버지의 모습과,
사장님의 미소 너머에 담긴 긴 세월의 무게가 겹쳐졌다.
진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오랜 시간 이곳을 지켜온 분들에게도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 부산에선 20년도 길다~)
이곳은 화려한 인테리어나 고급스럽진 않지만,
20년 동안 맛 하나로 자리를 지켜온 가게다.
넉넉한 양과 합리적인 가격, 널찍한 좌석 덕분에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었고,
맛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다음에도 부담 없이 들러서 먹고 싶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며,
엘리베이터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