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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명의 작가 Feb 16. 2020

나무가 많은 해변

2020. 01. 01

뿌리가 미친듯이 촘촘하거나 파란 줄기 끝으로 흙색의 몸통이 높게 자라나는 야자나무를 보았다 두꺼운 나무의 가지가 길고 굵게 내려 자라면 타잔이나 숲에서 길러진 어린아이만이 탈 법한 무거운 나무 덩굴이 된다는 것도 알았다 물은 모든 것을 반사하지만 어두워진 하늘 아래에선 꼼짝없이 그림자가 된다 나는 넓은 잔디를 별 마음 없이 걷다가 어울러 자라난 나무와 열대식물과 한번도 본 적 없는 목련을 닮은 플러메리아를 줍다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나무의 이름을 붙여 불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 마음을 듣고 쿡쿡 웃지 않는 사람과 흐트러짐 없이 같은 모양으로 휘어질 마음을 먹고 싶다고 잠깐씩 되뇌였다


바람이 잔물결을 밀어내는, 생각보다 더 깊은 바다에서 우리는 서로를 목격했다 공기는 흐르고 나는 시간을 넘나들고 내 발은 다시 익숙한 곳에서 멈출 것이다 괜찮은 여행은 나무나 바람이나 물결 같은 것으로 남는다 내가 지나는 시간은 마음에 보석처럼 남을 것이고 어느 밤 나는 그 반짝임을 주워 쓰다듬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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