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남 커피 냅 로스터스 리뷰
바야흐로 때는 2월 말쯤이다. 내가 커피 냅 로스터스를 찾아가 사진을 찍었을 때다. 맨날 브런치에 글을 올려야지 올려야지 하면서 못 올린 게 벌써 2달이 되어간다. 허허
이 카페는 나의 인생 카페다. 인생 카페 중 하나다가 아니라 인생 카페다. 나는 진짜 특정 카페를 좋아한 적이 없다. 이유는 모든 것에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그 장,단점을 찾느라 즐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편의성 때문에 꾸준히 간 카페는 있었다. 하지만 이 카페는 편의성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는 연남의 기찻길 끝자락에 있다. 그런데도 나는 이 곳을 나의 인생카페고 내가 유일하게 좋아하는 카페라고 설명한다. 나는 이 곳을 주말 아침에 찾아가는 것을 좋아한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카페에 큰 폴딩도어를 열어놓고 한적한 곳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은 나에게 행복감을 안겨준다. (생각만 해도 군침이 돈다.)
내가 홍대입구역에서 기찻길을 따라 약 10분~15분이 되는 길을 쭈욱 걸어, 오른쪽 골목으로 틀면 나의 여정의 끝자락이 보인다. 이 카페는 전부 통유리로 되어있다.
이 카페의 매력 포인트라고 하면 우리가 아는 규격화된 테이블이 없는 것으로 꼽을 수 있다. 이런 인테리어는 미국의 로컬 카페를 연상시키면서 일본적인 느낌도 섞여있다. 사진 앞에 보이는 대나무 같은 나무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평수는 10평 남짓되어 보인다. 작은 카페에 좋은 머신들을 다 넣었다. 슬레이어에 말코닉이라니... 아반떼 한 대 값은 나오겠다. 이런 작은 카페에 저 정도 되는 머신을 넣은 것만 보더라도 '우리는 커피에 엄청 신경 쓰는 곳입니다.'를 온몸으로 표현하는 격이다.
나는 요즘 라떼를 많이 마신다. 이곳에서는 '아이스 라떼에 시럽 좀 만 넣어서 주세요.'라는 말을 잘한다. 그럼 이 곳의 잘생긴 바리스타 분이 커피를 직접 가져다주신다. 그럼 나는 '감사합니다'라며 인사를 꾸벅하고는 커피를 쪽쪽 빨아먹는다. 한적하고 분위기 좋은 카페에서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먹는 커피란, 나에게 크면서도 작은 행복을 주는 요소 중 하나다.
이 날은 왜인지 이유를 모르겠지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먹은 날이다. 왜 였을지 나도 궁금하다. 아마 브런치에 글을 올린다고 제대로 된 커피를 먹어야 된다며 선택한 것 같다. 아마 성격성 뜨아(뜨거운 아메리카노)와 아아(아이스 아메리카노) 중 고민했을 것이다. 뜨아를 먹으려 한 것은 제대로 된 커피 맛은'뜨겁게 먹어야 알 수 있다.'라는 나의 신념 탓이다. 하지만 아아를 선택한 이유는 내가 이 날 아아를 먹고 싶었던 것 같다. 나 나름의 타협점을 본 결과물 같다.
이 때는 내가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여서 그런지 메뉴판도 사진을 찍지 않았다. 내 기억에 아메리카노는 싱글(single origin: 한 국가에서 나온 단일 원두)과 블랜드(bland: 여러 국가의 원두를 섞어 만든 원두) 원두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걸로 알고 있다. 싱글로 할 시 금액이 500원인가 금액이 추가되는 걸로 기억한다.(요즘 바빠서 이 곳에 거의 2달째 못 가고 있다.) 이때 내가 선택한 게 싱글 오리진 에티오피아 코케 허니로 기억한다. 나는 개인적으로 에티오피아 커피를 좋아한다. 가볍고 산뜻하고 발랄한 커피를 선호한다. 물론 이런 커피에 산미는 덤이다. 산미 후 오는 커피의 달달함은 나의 기분을 좋게 해 준다.
개인적으로 너무너무 좋아하는 카페여서 이렇게 나누기는 싫지만, 그래도 이 목적으로 간 날이니 나의 개인적 본분을 다해 본다.
이 카페는 주관적인 견해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왜냐 나의 인생 카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생각하는 객관적으로 나열을 쭉 해보자면, 나는 이 곳에 휴식을 취하러 간다. 가끔 바리스타와 대화하는 것을 즐길 때도 있지만 이 곳에서 만큼은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 커피 냅 로스터스는 바도 낮게 설치되어 있고 평수도 작기 때문에 손님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러면 고객들에게 자신도 모르게 눈이 가기 마련인데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는 것이 나는 마음에 들었다.
내가 메뉴를 시킬 때와 메뉴를 서빙해주실 때는 간결하지만 적당한 만큼의 좋은 서비스를 받는다고 느껴진다. 내가 좋은 서비스라고 느낀 것은 메뉴에 대한 상세한 설명과 함께 앉아있는 고객에게 어떤 서비스를 해줄 때 고객과 눈높이를 맞추려는 자세가 좋다.
5.0중에 4.8을 준 이유는 나는 이 곳의 서비스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그래서 4.8을 줬다. 5.0은 나의 마지막 자존심 같은 거랄까? 나중에 이 보다 더 좋은 서비스가 나타나면... 줄 점수가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4.8을 줬다.
나는 사람이 많은 카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에게 카페는 휴식을 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 카페를 주말 오전에만 간다. 그러면 이 동네와 카페의 여유로움을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다. 테이블이 없고 콘센트가 없어 오로지 커피, 공간, 주변 환경에 집중할 수 있다.
제3의 공간으로서 많은 일과 공부를 할 수 있는 카페 이지만, 이 곳에서 만큼은 오로지 커피에만 집중할 수 있고 나에 대해 집중할 수 있어 좋다.
처음 이 카페에 갔을 때 인테리어가 인상 깊었다. 한국에서 이런 인테리어 카페를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근데 커피가 맛이 없었다면, 다시는 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커피는 나의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에 갔을 때 아이스 라떼를 시켜먹었는데, 커피가 내가 먹은 아이스 라떼 중 가장 맛있었다. 아마 내가 좋아하는 분위기와 함께 커피를 마셨기 때문이다. 음식도 누구와 함께 어디서 먹는 것이 중요하듯 커피 또한 하나의 음식이기에 어디서 누구와 마시느냐에 따라 맛이 다르다.
이 곳의 시그니쳐 메뉴도 먹어봤는데, 여성분들이 좋아할 것 같았다. 나는 이 카페가 가장 맛있는 메뉴는 라떼였다. 우유와 커피가 궁합을 너무 잘 이룬다. 라떼에서 단 맛이 느껴질 정도니 말 다했다.
나는 이 카페가 너무 좋다. (단 내가 좋아하는 시간은 주말 오전이다. 아무도 없는 한적한 분위기와 날씨는 적당히 선선하고 햇빛이 있어야 한다.) 이 카페에 가면 커피와 함께 오로지 나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이 펼쳐진다. 향긋한 커피 향과 함께 이 곳에 있으면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다.
나는 여유로운 카페를 좋아하기 때문에 사장님께는 죄송하지만, 이 카페가 많이 안 알려지길 바란다. 그리고 오래오래 이 자리 그대로 머물러줬으면 하는 카페다.
이번 주 일요일은 정말 오랜만에 나에게 여유가 주어지는 날이다. 오전에 커피 냅 로스터스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며 나에게 집중하는 시간을 갖고 하루를 시작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