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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작가 May 16. 2017

여름

부디 짧기를


  점점 코 끝에 여름 냄새가 짙어짐을 느낀다. 따듯한 햇살 아래 짙어지는 녹음과 얇아진 사람들의 옷감, 벌레들의 울음소리, 김준현의 냉면 광고, 씨스타의 컴백 소식이 여름이 다가왔음을 말해준다. 단순히 더워진 날씨를 넘어서 여름에는 특유의 감성이 있고, 사람들은 벌써부터 설레는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여름을 싫어한다. 온몸을 찝찝하게 만드는 땀도 싫고 사람을 나른하게 만드는 더위도 싫다. 밤만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 모기와 날벌레도 싫고 얼굴이 타는 것도 싫다. 그러나 무엇보다 가장 싫은 건 재킷을 입을 수 없다는 것이다. 타고나기를 마른 체형으로 태어났으며, 이를 코트와 재킷으로 보완하는 필자는 여름만 되면 앙상하고 볼품없는 어좁남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초여름의 끝까지 반바지는 입어도 재킷은 벗지 않는 고집을 부리며, 더위에 버티다 못해 재킷을 벗어야 할라치면 집에서 칩거 생활에 돌입하곤 한다. 
 
  물론 한 여름밤의 선선한 날씨와 잘 어울리는 소맥 한 잔은 인생에서 사랑하는 것들 중 하나다. 하지만 그래도 여름은 너무 잔인할 정도로 덥다. 나를 헐벗기고 발가벗긴다. 오늘도 나는 여름이 다가옴에 긴장하며 옷장에서 사파리 재킷을 꺼내본다. 한 달은 더 입을 수 있다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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