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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쏭쏭작가 May 01. 2023

혼자 산을 올라가는 이유

매주 오로시 나와 자연과 함께 하는 시간이 주는 선물을 받습니다. 

저는 주말에 혼자 산을 올라갑니다. 연초 친구들과 함께 오른 산에서 저의 저질 체력에 충격을 받고 매주 산을 올라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 등산 6주 차 등린이가 되었습니다. 6년도 아니고 6개월도 아닌 6주뿐이지만, 지금의 감정도 시간이 지나면 변할거 같아 붙잡고자 노트북을 켰습니다.


흔히 산은 친구와 연인과 가족과 같이 올라가곤 합니다. 아마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장감 있는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인 거 같습니다. 저도 등산 모임을 들까 생각했지만 귀찮니즘으로 혼자 가보자고 생각했던 것이 이렇게 혼자 등산(혼등?)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주말 6시 30분 집 근처의 관악산을 오를 준비를 합니다. 집 근처이기도 하고, 잘 보일 사람도 없어, 말 그대로 옷만 갈아입고 얼굴에 선크림만 바르고 모자를 쓰고 갑니다. 물 2병만 가방에 넣고 등산화 신고, 준비시간은 30분, 아니 20분도 채 걸리지 않습니다. 혹시 회사 사람이라도 나의 이런 몰골을 보면 어쩌나 하는 노파심이 생긴 적도 있지만, 이런 몰골이면 못 알아보겠네 하고 안심하고 나갑니다. 


관악산 공원 입구 근처. 이른 시간에는 아무도 없다.

사실 관악산은 젊은 이들에게 그리 인기 있는 산이 아닌 듯합니다. 조금 힘든 산이기도 하고 또 결정적으로 등산하고 내려오면 2차를 즐길 수 있는 곳도 마땋지 않기 때문이죠. 어쨋든 이런저런 이유 때문인지 사람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서 감사하게 오로지 산과 나 둘만의 공간이 됩니다. 


조용하고 고요한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 언제부턴가 사람들도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합니다. 자신의 키보다 더 큰 음료수 박스를 옮기는, 정상에서 음료수 파는 아저씨도 만나고, 저처럼 혼자 등산을 오르거나 또는 부모와 자녀끼리, 부부끼리 오르는 분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이때는 같이 올라가는 사람이 있더라도 다들 아무 말 안 하고 등산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렇게 오르기 시작하면 여러 생각들이 같이 떠오릅니다. 지난주에 주로 무슨 생각했는지, 내가 잘못한 것은 없는지, 부모님께 전화를 더 자주 해야겠다. 등의 생각들 입니다. 즉 나는 지번주에 잘 살았는가를 생각하게 됩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많이 흔들리고 집중이 쉽게 흐트러지는 사람이라 그런지, 남들과 함께 있을 때는 생각지 못하는 것들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런 생각들은 혼자 집에서 하게 되는 망상이나 부정적인 생각들이 아니라, 뭔가 긍정적이고 건설적인 것들입니다. 


자연이 주는 상쾌함과 경건한 에너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바람으로 나뭇잎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녹색으로 가득 찬 공간에서 부정적인 생각은 어울리지 않다고 말하는 듯, 이 공간에서는 내 안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것 같습니다.  


한 주 동안 현실의 두려움과 걱정으로 한쪽으로 기울어져 있던 생각과 행동의 추가 이 시간을 통해 다시 중간으로 맞춰지는 느낌입니다. 


그러다가 어느덧 쨍하게 빛나는 해에 마음이 뺏기면 뺏기는 데로 그 아름다운 모습을 감탄하며 다시 산을 오릅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또 숨이 턱까지 차서 힘든 순간이 오면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산에 오르는 것만 집중하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어느덧 정상이 됩니다. 



관악산 정상


정상에 오르면 그것만으로 "아, 나는 이번주에 뭔가를 또 성취했구나. 나와의 약속을 지켰구나."라는 생각으로 기분이 좋아지게 되고 그리고 감사한 마음도 생깁니다. "이번주에 비가 오지 않아 이런 광경을 보게 되어 감사하다. 계획한 대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무탈한 지난주를 보내게 되어 너무 감사하다. 소중한 가족이 든든하게 있어 감사하다." 라며 성취감과 함께 치솟는 엔도르핀이 가져다주는 희열과, 그리고 나는 잘하고 있다는 단단하고 고요한 믿음이 생깁니다.  


그렇게 좋은 기분을 느끼고 산을 내려가면, 가는 동안 다음 주를 위한 일종의 기도를 하게 됩니다. 다음 주도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한 주가 되게 해달라고, 나에게 자연에게 그리고 그 누구에게 부탁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으로 한주를 시작합니다. 




혼자 산에 오르는 것은 저에게 일종의 명상입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오로시 내 몸과 내 삶에만 집중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내가 원하는 인생의 길을 잘 가고 있는지를 확인하며 인생의 추를 맞춰가는 시간이 됩니다. 주변의 사람들이 있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생각이고, 그 시간이 자연의 에너지와 함께 더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느껴지고 심지어 경건해지기도 합니다. 


자연을 보고 있으면 뭔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 보여줘야 할 모습을 매년 변함없이, 어김없이 보여줍니다. 그 모습이 매우 위대해서 제 마음속에 거짓도, 숨기고 있었던 나쁜 시기심과 질투도 다 작아집니다. 


그래서 산을 오르면 오직 당당하고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은 생각만 들고 자연과 더 많이 시간을 보내면 제가 저를 더 좋아할 수 있을거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주말에 혼자 산을 올라갑니다.      

관악산 오르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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