흰머리 소년과 함께할 시간.
일요일은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살았다.
누군가를 만나거나 서점을 가기도 하고,
때로는 도서관을 찾기도 했다.
일주일에 하루 휴일이므로 무엇이든
날 위한 시간으로 할애하고 싶었다.
이상하게 어제는 새벽 글을 쓴 후
간단하게 식사를 마치고 나니
온몸에 힘이 없다. 이틀째다.
잠시 누웠는데 정신을 차려 보니 정오다.
눈을 뜨며 생각했다.
'이렇게 쉬어가는 날도 있구나'
거실로 나오시던 흰머리 소년이 묻는다.
"오후에 어디 가냐?"
이렇게 물으시는 건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거다.
"뭐 특별한 건 없고, 사무실 잠깐 나갔다 오면 돼요"
"그럼 잘 됐다. 예전 살던 집 앞 방앗간하고
미용실을 좀 가야겠다"
"미용실은 집 앞에도 단골집이 있으시잖아요?"
"거기가 오 천원 더 싸다."
모처럼 모시고 나와서 예전 살던 집 앞으로 향했다.
옷도 챙겨 입고 모자도 쓰고 나오신다.
해맑은 표정이다.
차에 타시곤 말씀이 많아지신다.
"거기 미용실 남편이 나랑 동갑이다.
내가 한동안 안 오니까 걱정했던 모양이다.
한 번 오라고 전화가 왔더라.
방앗간에는 들기름, 참기름을 사야 해.
집에 다 떨어졌어"
"하하하. 아버지, 신나셨네요"
신난 어린아이처럼 말씀하신다. 그리고 웃는다.
나는 그 모양새를 사진에 담았다.
미용실 앞에 모셔드리고 난 사무실 일을 했다.
다시 모시고 온 건 그 후로 한참 시간이 지나 서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늘 채워온 휴일이다.
친구 하나, 의지할 사람 하나 없이
아들놈이 데려다주지 않으면 어디도 가기 힘든,
그런 분이 늘 내 눈치를 보며 산 건 아닐까.
퇴근해서는 매일 모니터 앞에 앉아
책을 잔뜩 쌓아놓고 있으니
어디 좀 가자 소리도 하기 어려우셨을게다.
흰머리 소년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면서
글을 쓴 거나 마찬가지인데
읽고 쓰는 일에 밀려 흰머리 소년과
함께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다.
이런 걸 주객전도라고 하겠지.
휴일은 '나만을 위한 시간'으로 여겨온 걸 반성한다.
흰머리 소년과 함께 한 잠깐의 시간,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제 좀 더 다정한 아들놈이 돼야겠다.
반성과 깨달음으로 오늘을 시작합니다.
모두, 행복한 월요일 만드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