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2월 첫째주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꽤 굵직한 뉴스들이 있었습니다.
특히나 미술계에도 존재하는 '대기업'들이 더욱 몸집을 불려나가는 내용의 소식이 있어 화제를 모았습니다.
한편 코로나19로 예정보다 1년 미뤄졌던 베니스 비엔날레가 드디어 올해 4월 개막하는데요, 아티스트 라인업이 공개되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 비엔날레 총감독을 맡은 세실리아 알레마니의 인터뷰(ARTnews) 기사도 재미있게 봤어요. 이례적으로 2년의 준비 기간이 있었던 만큼 더욱 탄탄하고 흥미로울 이번 비엔날레가 무척 기대됩니다.
페이스 갤러리 LA 입성
페이스 갤러리(Pace Gallery)가 로스앤젤레스로 확장합니다.
이미 뉴욕, 런던, 홍콩, 서울, 제네바, 팔로 알토에 지점을 가지고 있는 '메가 갤러리' 페이스는 며칠 전 로스앤젤레스의 케인 그리핀(Kayne Griffin) 갤러리의 (사실상) 인수를 발표했습니다. 프리즈 LA 아트페어 개최(2월 17-20일) 2주 전 발표된 소식입니다. 로스앤젤레스카운티뮤지엄(LACMA)를 포함해 미술관이 몰려있는 미드윌셔(Mid-Wilshire) 지구에 위치한 케인 그리핀 갤러리는 이제 페이스 갤러리 LA 지점이 되고, 케인 그리핀의 설립자 빌 그리핀과 매기 케인은 이 지점의 매니징 파트너가 됩니다. 이곳은 캘리포니아 팔로 알토에 있는 페이스 갤러리 지점과 함께 미국 서부로 향하는 페이스의 교두보가 될 예정입니다.
Image: Installation view, James Turrell at Frieze Los Angeles, Presented by Pace Gallery and Kayne Griffin Corcoran, February 14 – 16, 2020, Paramount Pictures Studios, Los Angeles © James Turrell
케인 그리핀과 페이스는 지난 몇 년간 협업을 이어온 바 있습니다. 수년간 이 두 갤러리는 빛과공간의 세 주요 아티스트 제임스 터렐, 메리 코어스, 로버트 어윈을 함께 소개했습니다. 2020년 프리즈 LA에서는 두 갤러리가 공동으로 터렐의 작품을 소개하기도 하였고, 작년에는 케인 그리핀에서 페이스의 오랜 소속작가인 루이스 네벨슨의 후기작을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케인 그리핀에서 소개하는 사라 크라우너, 미카 타지마, 행크 윌리스 토마스 등을 포함한 16명의 아티스트들은 부분적으로 페이스 갤러리에 소속될 예정입니다.
아트 바젤 파리 에디션
지난 주 발표된 소식 중 아트 바젤(Art Basel)이 올 10월에 파리 그랑팔레에서 아트페어를 개최한다는 소식이 큰 화제였습니다. 명실공히 가장 강력한 아트 페어인 아트 바젤의 바젤, 홍콩, 마이애미에 이은 네번째 에디션인데다 그랑팔레에서 기존에 열리던 페어인 피악(FIAC)을 대체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12월 그랑팔레의 주인인 프랑스국립박물관연합(RMN)은 피악의 자리를 공매에 부쳤는데, 피악의 모기업인 RX 프랑스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리는 MCH 그룹(아트 바젤 모기업)에 돌아갔습니다. (아트 바젤의 글로벌 디렉터 마크 스피글러(Marc Spiegler)에 따르면 계약 기간 7년을 위해 총 1200만 달러를 지불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2021년 10월 그랑팔레에서 열린 피악(FIAC) 부스 전경. Photo by Christophe Archambault/AFP via Getty Images. 사진 출처 artnet news.
이에 대한 프랑스 미술 관계자들의 반응은 비관적입니다. "슬프고 폭력적이다(sad and violent)"라는 표현까지 나왔는데요. 대형 아트 페어의 독점 현상을 거부하는 반응입니다. RX 프랑스 측은 “미래에 프랑스 로컬 갤러리를 위한 자리가 남아있을지 의문이 든다”며 우려를 표했습니다. 1974년에 시작된 피악은 파리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아트페어로 자리잡았는데요, 최근 들어 코로나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운영 실정이 악화되었고 실적도 부진했다고 합니다. 아트 바젤이 파리에 들어오면 높은 페어 참가 비용을 부담하기 어려운 파리의 중소형 갤러리들이 갈 곳을 잃어버리는 것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큽니다. 심지어는 MCH 그룹이 프랑스의 대기업인 LVMH(루이비통모에헤네시) 그룹에 인수되어 프랑스 기업이 될 것이라는 소문까지 도는 모양입니다. (LVMH에서 부인하긴 했습니다) 한편 강력한 브랜드를 가진 페어가 들어와 유럽 미술 중심지로서 파리의 위상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도 공존합니다.
아무튼 현재 공사 중인 그랑팔레의 임시 공간인 그랑팔레 에페메레 (Grand Palais Éphémère)에서 올 10월에 열릴 아트 바젤 파리(공식 명칭은 아직 정해지지 않음)는 같은 시기에 개최되는 프리즈 런던과 경쟁하며 유럽 시장을 뜨겁게 양분할 것으로 보입니다. 프리즈(Frieze) 역시 런던을 시작으로 뉴욕, LA, 그리고 올해 처음 개최될 서울까지 여러 도시로 뻗어나가고 있죠. 미술계의 1년을 이 두 페어가 다 집어삼킬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과장은 아닌 것 같네요.
베니스 비엔날레 메인 전시 아티스트 라인업 발표
제59회 베니스 비엔날레 총감독 세실리아 알레마니. 사진 출처 Art Basel.
올해 4월 개막을 앞두고 있는 59회 베니스 비엔날레(4월 23일-11월 27일)의 메인 전시 참가 아티스트 라인업이 발표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인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 세실리아 알레마니(Cecilia Alemani)가 이끄는 이번 비엔날레는 “The Milk of Dreams”라는 제목으로 58개국 213인의 아티스트가 참여합니다. 역대 가장 다양한 국가의 아티스트가 포함되었습니다.
세실리아의 인터뷰를 읽고 뽑아본 이번 비엔날레의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여성, 초현실주의, 캐비닛입니다.
이례적으로 많은 수의 여성 및 젠더 불분명 작가가 포함되었습니다. 세실리아는 예상보다 길어진 준비 기간에 작가들을 리서치하고 섭외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고 이야기합니다.
또한 “The Milk of Dreams”라는 타이틀이 초현실주의 아티스트 레오노라 캐링턴(Leonora Carrington, 1917-2011)의 동명의 책에서 딴 것인 만큼, 자유로운 상상력을 표현하는 작품들이 전시를 채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전시의 특이한 점은 동시대뿐 아니라 역사적인 작가들의 작품이 주요하게 소개된다는 것입니다. 19세기 화가 조지아나 휴튼(Georgiana Houghton)을 포함해, 150여년을 아우르는 작품들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세실리아는 작품처럼 보이지 않는 오브제들도 곳곳에 배치되어 마치 호기심의 캐비닛* 같은 전시가 될 것이라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호기심의 캐비넷(Wunderkammer/Cabinet of curiosities)이란 15-17세기 유럽에 유행한 아주 진기하거나 주목할 만한 물건, 오브제들을 수집한 한 개인의 수장고를 가리킵니다.
Ithell Colquhoun, The Pine Family, 1940. Photo © The Israel Museum Jerusalem. The Vera and Arturo Schwarz Collection of Dada and Surrealist Art in the Israel Museum. © SIAE
한편, 이번 비엔날레 본전시에 참여하는 한국 작가는 정금형, 이미래 작가이며, 이와 별개로 한국관 전시는 이영철 교수가 예술감독으로서 총괄하며 김윤철 작가가 참여합니다. (베니스 비엔날레는 총감독이 큐레이팅하는 본전시와, 참여 국가가 각자 독자적으로 운영하는 국가관 전시로 나뉩니다.)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 참여작가 213인 전체 리스트는 이 기사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참고 기사
https://www.artnews.com/art-news/news/pace-gallery-los-angeles-kayne-griffin-1234617790/
https://news.artnet.com/news-pro/art-basel-fiac-grand-palais-rx-france-2065197
https://news.artnet.com/art-world/venice-biennale-challenge-white-men-2067142
뉴스 번역 및 컨텐츠 작성/ Emily 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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