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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멧북 Dec 01. 2023

변신, 시골의사 - 프란츠 카프카

돌연하게 출발할 수 있기를.

# 작은 우화.

처음에는 너무 넓어서 겁이 나던 쥐는 그저 달리기 시작한다. 정신없이 달리자 마침내 좌, 우에 벽이 보이기 시작한다. 드디어 아늑해지며 행복을 느낀다. 하지만 결국 쥐는 더 이상 길이 없는 곳에 도달한다. 그곳에는 자신의 목숨을 끊을 '덫'이 기다리고 있는데 말이다. 결국 쥐는 그곳에서 느긋하게 기다리던 고양이에게 잡아먹힌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지나치게 겁을 먹고 안정적이고 익숙한 기존 삶의 방식에 따라 열심히 살아간다. 이 길이 내 삶의 전부이고 옳다는 듯이 말이다. 그러다 보면 삶의 가이드라인이 생긴 것 같아 행복함을 느낀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불확실하고 불안함이 자신을 집어삼키기 시작한다. 사실 알고 있던 것이다. 삶은 숨이 멎는 순간까지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말이다. 결국 "이제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라며 '덫'으로 뛰어 들어간다.

쥐가 되지 않으려면 삶을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노력과 언제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생각하지 않는 노력의 끝은 실패와 비참한 삶뿐이다."

# 법 앞에서

시골 사람 하나가 문지기에게 와서 부탁한다. '법'으로 들여보내 달라고. 하지만 '법' 앞의 문지기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시골 사람을 들여보내주지 않는다. 시골 사람은 억울해 하기도 하고 "법이란 누구에게든 언제나 개방되어 있어야 하거늘"이라 말하며 투덜 거리지만 결국 문지기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문지기는 시골 사람의 선물을 받아먹기만 할 뿐 들여보내주지 않는다.

시골 사람은 처음 몇 년 동안은 큰소리로 저주했지만 후에 나이가 들어서는 혼자 속으로 투덜거릴 뿐이다. 결국 시골 사람은 임종을 앞두고 문지기와 대화를 나눈다. 마지막에 문지기는 말한다.

"여기서는 다른 그 누구도 입장 허가를 받을 수 없었어, 이 입구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것이었으니까. 나는 이제 가서 문을 닫겠소."(p.12)

이 이야기에서 시골 사람이 알고 싶어 했던 법은 무엇이었을까?

['법' : 국가 권력에 의하여 강제되는 사회규범(두산백과 두피디아)]

앞의 몇 문장을 읽었을 때는 단순히 시골 사람이 모종의 이유로 사법 기관을 찾아갔다가 부당하게 거부 당하는 이야기. 즉 잘못된 사회 규범을 비판하는 글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마지막 문장을 읽고 생각이 달라졌다.

문지기는 말한다. "이 입구는 오직 당신만을 위한 것이었으니까." 그러면서 이제 문을 닫겠다고 말한다. 결국 시골 사람이 들어가고 싶던 '법'은 자신만의 규칙, 규범. 결국 자신 삶의 '법'을 말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사람들은 사회 규범과 다른 자신만의 '법' 그러니까 자신 삶을 만들고 변화시킬 수 있는 힘. 권력을 이용하여 강제되는 삶의 규범을 만들 수 있다. 혹시 시골 사람은 자신만의 새로운 '법'을 만들고 싶었던 것 아닐까?

자신만의 새로운 '법'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기존의 '법'을 지키려는, 자신이 만들어낸 저항. 벽(문지기)에 막혀 결국 실패한 것 아닐까?

짧지만 많은 생각을 안겨준 훌륭한 글이다.

(TMI. 내가 시골 사람이었으면 문지기가 이상한 말을 할 때 이미 "아. 네." 하고 다음 문으로 향했을 것이다. 그러면 문지기가 당황하겠지! 낄낄! 나의 승리다! 문지기! 잘 있으라고!)

# 변신

가족을 위해 헌신하는 그레고르는 어느 날 갑자기 해충으로 변해버린다. 처음에 가족들은 그의 변신을 인정하지 못하고 힘들어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해충인 그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신들의 삶이 힘들어지자 그를 잊거나 죽이려고 한다.

그는 아버지 가게의 파산으로 인해 가족에게 드리운 불운을 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그가 해충이 되는 순간 그의 노력은 잊혔다. 자신을 이해하고 구해줄 것이라 끝까지 믿었던 누이동생은 자신의 삶이 힘들어지자 그 해충은 오빠가 아니라며 버리자고 말한다. 더 이상 쓸모가 없어지고 자신들에게 피해를 주는 존재가 되어버린 그는 예전의 사랑받고 자랑스러운 그가 아니었다.

결국 그는 고독과 불안을 이겨내지 못하고 아무에게도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다. 그의 죽음을 확인한 가족은 처음부터 그가 없었다는 듯이 각자의 직장에 결근계를 작성하고 교외로 여행을 떠난다. 여행을 떠나며 현재 자신들의 직장과 삶이 그렇게 나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새로운 삶에 대한 꿈을 꾸며 이야기는 마무리된다.

처음에는 그를 죽인 가족들에게 분노했다. 그는 아버지가 파산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다. 하지만 그들은 그가 더 이상 본인들에게 평온과 행복을 가져다주지 못하자 냉정하게 버린다. 잔뜩 고생만 하고 버려진 것이다. 어떻게 사람들이 그럴 수 있는 것일까? 아니. 원래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서 그런 것일까? 점점 나락으로 떨어지는 그들의 입장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 노력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 못된 것들.

한편으로는 그레고리가 자초한 결과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가 가족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훌륭한 삶이었지만 조금만 더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일방적인 도움이 아닌 가족이 자신에게만 의지하지 않고 각자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왔더라면 어땠을까? 이런저런 생각이 떠올랐다.

더하여 개인의 고독과 불안 그리고 삭막하고 비인간적인 세상에 대한 생각도 떠올랐다.

하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그의 고된 삶에 대한 슬픔만 느껴졌다.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살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우선 되어야 되는 것은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분명히 그가 조금만 더 자신의 삶을 아꼈더라면 자신은 물론 가족들도 다른 삶을 살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2023.11.22)

# 시골의사

그는 자신의 하녀도 지키지 못했고 자신이 담당한 환자도 책임감 있게 치료하지 못했다. 그는 자신과 가까운 존재도 지키지 못했고 자신의 직업과 관련된 일도 마무리하지 하지 못한 채 방화한다.

그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끼면서도 어딘가 불안정한 그의 모습에 공감했다. 마지막에는 삶을 방황하고 절망하는 그의 모습에 슬픔을 느꼈다. 아마도 누구나 그와 같이 어느 한곳에 정착하거나 속하지 못한 시기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책에서는 이후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 알려주지 않지만 마지막만큼은 평온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짧은 글이지만 쉽게 읽히지 않았다. 그렇기에 해설을 읽어본 뒤 다시 읽어보려고 한다. (2023.11.23)

# 옆 마을

"우리 할아버지께서는 늘 이렇게 말씀하셨다.

인생이란 놀랍게도 짧구나. 지금 돌이켜 생각해 보니 이렇게 한마디로 말할 수 있겠는걸."(p.101) (2023.11.23)

# 돌연한 출발

카프카가 말했 듯이 나도 떠난다. 목적지는 모르겠지만 불안보다는 평온하고 우울하기보다는 기쁘다. 망할 것 같으면서도 잘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것이 나의 목적지이다.

"실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야말로 다시없는 정말 굉장한 여행이란 것이다."(p.103) (2023.11.23)

# 집으로 가는 길

"나의 방으로 들어설 때면 생각에 좀 잠기게 된다. (중략) 창문을 활짝 열어젖혀도 어느 정원에서인가 아직도 음악이 연주되고 있어도 내게는 별 도움이 되질 않는다."(p106)

나의 방까지 오는 길은 항상 잡념에 사로잡혀있다. 하지만 집에 도착해 내 방의 책상 앞 의자에 앉는 순간 생각에 잠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온전히 나에 대해서 생각하는 그 짧은 시간. 그 순간의 생각이 밤 시간의 감정에 영향을 끼친다.

카프카가 말했듯이 창문을 열어젖혀도 어느 정원에서인가 음악이 연주되고 있어도 내게 별 도움도, 영향도 미치지 못할 때 온전히 '나'만이 느껴지는 그 기분에 휩싸일 때. 독서도 글쓰기도 모든 것들이 잘 풀린다. (2023.11.25)

# 학술원에의 보고

"아닙니다. 자유는 원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하나의 출구를 원했죠. (중략) 계속 나아가자, 계속 나아가자! 계속 나아가자! (중략) 오늘 저는 똑똑히 알고 있습니다. 지극히 큰 내면의 평정이 없었더라면 제가 결코 벗어 날 수 없으리라는걸요."(p.143- 144)

"오늘날로부터 보건대 저는 최소한 살고자 한다면 출구를 찾아야 한다는 것, 그러나 이 출구는 도망쳐서는 얻어질 수 없다는 것을 예감하기라도 했던 것 같습니다. (중략) 머리를 밖으로 내밀자마자 사람들은 저를 다시 사로잡아 더욱 고약한 우리에 가두었을 테죠 (중략) 구렁이들한테로 나 도망칠 수 있었을 테고 (중략) 둘둘 감겨 숨을 거두었을 테지요. (중략) 절망의 행위들이지요."(p.145)

인간이 되고 싶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오직 탈출구를 찾고 싶었을 뿐이다. 기존의 자신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자신이 되려면 끝없는 공부와 올바른 방향 그리고 많은 스승이 필요하다. (2023.11.25)

# 굴

"그러나 내 굴의 멋진 점은 뭐니 뭐니 해도 정적이다. 물론 그 정적은 믿을 수 없다. 그건 한순간에 갑자기 깨어져 버릴 수 있고 그러면 모든 것이 끝장난다. 그러나 잠정적으로 아직은 정적이 있고 고요하다."(p.156)

자신만의 정적. 정적은 금방 깨지지만 짧은 순간이라도 많은 것을 얻는다. 정적은 진정한 자신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해준다. 정적을 두려워하는 순간, 자신을 잊어버리니 때로는 정적을 즐기자.

나만의 정적이 흐르는 공간과 시간이 있다는 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다. (2023.11.28)




이 책은 카프카의 여러 단편을 한 권으로 묶은 책이다. 많은 이야기들 중 나는 <변신> <시골의사> <돌연한 출발>이 기억에 남았다.

가족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했지만 필요가 없어지자 버려진 그레고르의 이야기 <변신> 보다 삶의 주인공이 되지 못하고 방황하다 결국 어느 것 하나 얻지 못한 채 글이 끝나는 <시골의사>가 더 마음에 와닿았고 앞의 두 이야기 보다 더 짧은 글인 <돌연한 출발>이 나에게는 최고였다.

인간의 삶은 확실한 길이 있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지만 사실 불확실한 것이 삶이다.

"삶은 불확실하다."

그래서 무섭고 두렵지만 한편으로는 흥분되고 즐겁기도 한 것이다. 인간 중에 자신의 계획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만약 "아닌데요. 저는 계획대로 살고 있는데요?"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은 채 쳇바퀴 안의 다람쥐 마냥 살아가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나는 그런 삶이 진정한 삶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삶을 찾아 나설 때 주변의 소중한 사람들은 걱정해 주며 목적지를 묻는다. 하지만 그 질문에 명확하게 답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그런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설명해 봤자 돌아오는 것은 걱정과 한숨 그리고 재수 없으면 조롱일 뿐이다.

아무리 소중한 사람들의 걱정 어린 질문이라도 구체적으로 답변하지 않아도 괜찮다. 돌연하게 출발하여 나만이 알고 있는 목적지를 향해 여행하는 것. 그것이 내가 진정으로 꿈꾸는 삶이다.

"실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야말로 다시없는 정말 굉장한 여행이란 것이다."(p.103)

단편이지만 그의 글은 쉽게 읽히지 않았다. 오히려 읽으면서 불안, 초조 등을 느꼈고 간혹 글 속에서 방황도 했다. 그럼에도 완독을 할 수 있던 이유는 그의 글을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독특한 매력의 단편을 읽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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