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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한)사전의 단편적인 해석에만 의존하면 안 되는 이유

의사소통에서 가장 결정적인 기준은 '문맥'

by means of는 사전상 전치사로 '~의 도움으로, ~을/를 써서(사용해서), ~을/를 통해'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 읽던 논문상 그렇게 해석하면 좀 이상하게 되는 문장을 봐서요.

IOP reduction is currently the mainstay of glaucoma treatment. It has been shown that IOP reduction significantly delays glaucoma progression by means of optic disc damage and visual field loss.

IOP라 함은 안압이라는 이야기이고 녹내장에 관한 논문입니다. 안압을 낮춰야 녹내장 진행을 늦출 수 있는데 밑줄 친 부분을 해석해 보면 녹내장 진행을 늦추는데 시신경 손상과 시야손상을 사용해서??라고 해야 되거든요. 그렇지만 문맥이나 상식상 녹내장 진행을 그런 손상으로 낮출 수는 없잖아요.

제가 생각하는 해석은 시신경 손상이나 시야손상"같은 " 녹내장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즉 by means of를 '~같은'으로 해석해야 할 것 같은데요(such as나 like 같은) 제가 생각하는 게 맞나요? 궁금합니다.
이미지 출처: pixabay.com

이미 문장의 내용과 문맥을 파악하셨는데, by means of 의 의미를 너무 곧이곧대로 외워서 적용하시다 보니 납득이 안되시는 것 같습니다. 문맥이 아닌 암기된 사항이 앞서면 보면서도 보이지 않고, 알면서도 알지 못하지요.


말씀대로 by means of 가 뒤에 오는 명사를 이어주는 '전치사' 개념이신 건 이미 알고 계세요. 그런데 이런 전치사가 끌고 오는 덩어리(전치사구)는 어떻게 앞의 문장에 이어질까요? 쉽게 말하자면, 어떻게 해석할까요?


문법적으로 말하자면, 전치사구는 '형용사'의 역할을 하기도 하고 '부사'의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의사소통에 있어 이걸 판단하는 가장 결정적인 기준은 '문맥'입니다. 예를 들어,


I met James in the art gallery. 나는 갤러리에서 제임스를 만났다.

I liked the picture in the art gallery. 나는 갤러리의 그 그림이 마음에 들었다.


위 두 문장의 in the art gallery 는 수식하는 대상이 다릅니다. 기능이 다르죠. 첫 문장에서는 '부사'로서 met James 를 꾸며줍니다. 하지만, 두 번째 문장에서는 '형용사'로서 the picture 를 꾸며줍니다.


즉, 전치사 in 은 문맥에 따라 '...(안)에서'가 되기도 하고, '...(안)의, ...안에 있는'이란 의미가 되기도 합니다.


by means of 도 마찬가지입니다. 질문하신 문장의 의미 덩어리를 이렇게 잘라 보세요.


IOP reduction is currently the mainstay of glaucoma treatment. It has been shown that IOP reduction significantly delays / glaucoma progression by means of optic disc damage and visual field loss.


그러면 이렇게 해석이 되지요. 밑줄 부분만입니다: IOP reduction(안압 감소)가 optic disc damage and visual field loss (시신경 손상과 시야 손상)에 의한 녹내장 진행을 상당히 지연시킨다.


제가 해당 분야의 지식은 없지만, 충분히 말이 되는 해석이죠?


그런데, by means of 를 '전치사'로 알고 계시지만, 영한사전의 '부사적'인 의미만 적용하시다 보니 동사 delays 와 연결하여 해석이 막히셨어요. 해당 문맥의 지식도 있으시고 논리적으로도 상관관계를 다 아심에도 불구하고, 곧이곧대로 적용된 표현의 한글 해석이 이해를 막은 것이지요. 예문이 좀 전문 분야의 난해한 내용이라 그렇지 실제로 이렇게 알 거 다 알고도 이해/해석이 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예컨대 in 을 무조건 '... 안의'로만 적용한다면, 앞서 제가 들은 2개의 문장에서 첫 번째 문장은 아주 이상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갤러리 안의 제임스 따로 있고, 아닌 제임스가 따로 있을까요? 결국 같은 이야기랍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항상 똑 떨어지는 방식의 해석법을 지향하지 않아요. (입시 영어와 같은) 일부 제한된 범위의 문장에서야 상당히 쏠쏠하지만, 의사소통이라는 영어의 본질이 지배하는 넓디넓은 영어의 바다에서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때가 있으니까요. 규칙보다 중요한 건 문맥입니다. 다른 말로 의사소통에 있어서의 '논리'라고나 할까요? 여러 표현들의 해석 양상은 문맥에 따라 다양하고 유연하게 적용되어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굉장히 어색하거나 소통의 범위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게 되니까요.



네이버 박상효의 영어 카페에 올려졌던 질문/답변 사례를 브런치 매거진으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네이버 박상효의 영어 카페 원문 보기: https://cafe.naver.com/satcafe/1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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