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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ee Mar 20. 2020

3월 19일의 K에게

나는 신분당선 전철 안이야. 이제 집 까지는 30분이 남았어. 제안을 연속으로 두개나 들어가게 되면서 도무지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야근도 아마 내일이(적어도 한동안은!) 마지막이겠지. 지난 주까지만 해도 퇴근 후에 내 시간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마냥 짜증나고 힘들기만 했는데- 왜인지는 몰라도 이번주부터는 어차피 해야할 일이라면 나까지 내 감정을 괴롭히지는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야근이라던가 프로젝트라던가 광고주가 나를 힘들게 해도 지나갈 일인 거 잖아. 그러면 그냥 마음 비우고 하고, 그 속에서 배울 거 배워야겠다 싶었어. 그러다보니까 제안서 쓸 때의 플로우라던가 문서를 정리하는 형식, 또는 디자인으로 ‘엣지’있게 전달하는 법 등등 배워나가는 게 흥미롭더라고. 알아두면 언젠가는 쓰겠지. 그치? 맞아 방금은 답정너였어.


우리는 언제 보려나. 야근도, 코로나도 얼른 끝이 나야할 텐데. 그래도 내가 회사생활 시작하면서 너랑 대화할 주제들이 풍성해진 게 좋아. 회사에서 너랑 짬짬이 나누는 메세지가 하루 중의 커다란 힘이라고. 나의 수줍고도 뜬금없는 고백이야. 내가 일하면서 힘들어할 때 웃긴 동영상(칭칭 칭칭 그건 적어도 상반기 베스트 동영상이 될거야)을 보내준다던가, 차마 나는 하지 못하는 회사 욕을 속시원하게 해줘서 고마운 중이야. 내가 퇴사하는 그날까지 앞으로도 계속 부탁할게.


씻고 나왔다며. 얼른 자. 나도 다음 다음 역이면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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