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7일(월요일) / 요즘 계속 맑은 날씨
소다가 살고 있는 안방 툇마루는 벽면이 모두 나무로 마감되어 있다. 난 고양이의 발톱이 이 정도로 날카로운지 여태 몰랐다. 잠을 깬 소다가 잠시 벽면에 기대어 그저 요가 스트레칭 한 번 했을 뿐인데 나무에 찌이이익~ 그어진 발톱 자국이 선명하다. 가끔 벽을 긁고 있는 소다를 뜯어 말리기도 했다. 이를 본 아내가 곧바로 시정 명령을 내렸다.
언젠가 고양이를 키우는 집을 방문했을 때 큰 나무기둥에 로프를 둘둘 말아놓은 걸 본 적 있다. 새로 지은 집에 어울리지 않은 장식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고양이가 발톱을 긁을 곳이라는 걸 이제야 깨닫게 된다. 어쨌든 툇마루 나무벽을 다 망치게 하지 않으려면 소다가 손톱을 긁을 무언가가 필요하다.
인터넷을 검색해 스크래처 만드는 법을 알아보았다. 로프를 기둥이나 캣타워에 묶어 두는 방법과 두꺼운 종이 상자를 잘라서 스크래치판을 만드는 방법이 나와 있다. 이리저리 검색하며 고민하는 모습을 본 우리 아이들이 소다가 텃밭 주위에 버려진 삼나무 둥치에 스크래치를 한다고 가르쳐 줬다. 역시 아이들의 관찰력이 더 좋다. 관심이 더 많다고 해야 되나?
텃밭에 가보니 과연 손톱자국이 나 있는 오래된 삼나무 둥치가 있다. 그걸 주워와 톱으로 조금 다듬어서 평소 소다가 벽을 긁는 곳에 비스듬히 세워두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긁는 시늉을 했더니 똑똑한 소다 녀석이 금방 이해한다. 다가와서 손톱을 세워 긁기 시작한다. "티리리릭~틱~틱" 소리와 함께 나뭇조각들이 시원스레 바닥으로 떨어진다. 마치 손이 닿지 않은 등 뒤를 누군가 긁어주는 것 같다. 소다! 잘했어 ~ 올 롸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