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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소다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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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 Jan 26. 2019

[소다일기14] 돌아온 탕묘

2019년 1월 25일(금요일) / 요즘 계속 맑은 날씨    

  

 집을 나간 소다는 3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다. 발정이 나서 이젠 완전히 집을 떠나 버린 줄 알았다. 아이들이 수시로 문을 열고 소다를 불러보았지만 소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어제는 아내가 초등학교 근처에서 소다와 비슷한 고양이를 보았다고 한다. 다리를 우아하게 꼬며 걷는 모습이 영락없이 소다였지만 약속이 있어 제대로 못 봤단다. 아이들도 학교 근처에서 소다를 유혹한 노란 치즈놈과 고등어짜식을 보았다고 한다. 마음 같아선 두 냥놈들의 멱살을 붙잡고 소다 어딨냐고 흔들고 싶은 심정이다.


 오늘 아침에도 습관처럼 커튼을 젖혀 봤지만 여전히 소다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커튼을 닫으려고 하는 순간 갑자기 소다가 순식간에 달려오는 게 아닌가!  “냐아아아옹~” 소리를 길게 내며 배고프다고 운다. 가족들은 모두 “소다가 왔다”는 소리에 눈을 비비며 안방으로 달려왔다. 소다의 모습은 완전 꼬질꼬질했다. 귀와 이마, 목에는 까만 검댕이들이 잔뜩 묻어 있고, 하얗던 털들은 윤기 없는 누런 색이다. 밥그릇에 사료를 듬뿍 담아 주었더니 허겁지겁 먹는 모습이 안타깝기도 하고 안심이 되기도 한다.  


꼬질꼬질해진 소다의 모습


 소다는 발정이 난 게 확실하다. 밖에서 햇볕을 쬐며 누워 있다가도 수컷들의 구애 소리가 어디선가 들려오면 아기 울음 같은 소리를 내며 바닥에 배를 뒤집고 누워 온몸을 비빈다. 복식 호흡하듯 배 아래에서부터 힘을 주어 온몸을 쥐어짜듯 울음 우는 모습이 안쓰럽고 낯설다. 그러곤 곧 자석에 이끌린 것처럼 수컷을 찾아 소리를 내며 숲을 서성인다. 그나마 다행힌 건 저녁이 되자 집으로 돌아왔다는 것!  


 안쓰러워 낮에는 소다를 집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발정 냄새가 풍기면 수컷 고양이들이 몰려올 게 뻔하니 실내에 잠시 들여놓고, 밤에는 다시 자기 집으로 돌려보내고 있다. 예전과는 달리 소다는 먹이를 달라고 의자와 식탁까지 올라온다. 훨씬 더 본능에 충실해진 야성의 모습을 보인다. 햇볕이 잘 드는 식탁 밑에 꼬질꼬질한 모습으로 엎드려 잠을 자고  있는 소다가 왠지 측은하다. 본능은 정녕 이토록 무서운 것인가?


거실 테이블 아래서 잠을 자고 있는 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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