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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그리엄마 Aug 21. 2020

엄마 과학자 생존기 - 26  

26.  일가정 양립은 가능한가?

26. 일가정 양립은 가능한가?



유치원이 방학을 했었다.

글이 뜸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가 방학이었다.....

자그마치 2주의 지옥같은 방학이 진행되었다.


사실 방학은 당연한 아이의 일정 중 하나다. 매일 유치원에 가야 한다는 일상의 파괴를 선물하는 방학!

공식적으로 유치원에 가지 않아도 된다는 방학!

얼마나 아이가 좋아하겠는가....


유치원의 방학은 순식간에 정해지지 않는다. 방학기간에 대해 부모에게 설문조사를 받는 시기는 대략 방학하기 두어달 전이다.

과거와 달리 양육자들의 직업군이 원체 다양하고, 또 아이가 놓인 환경이 다양해지면서, 유치원에서는 돌봄 수요라는 것을 조사하기 위해 두어달 전 설문을 통해 돌봄이 필요한가를 묻곤 한다.

만약, 나의 사정이 과거처럼 직장에 다니고 있었다고 한다면 그 설문조사는 공포의 시간이었을 것이다.

보통 이런 2주의 방학기간, 유치원이 완전히 문을 닫는 기간이 1주일, 그리고 아이가 등원할 수 있는 기간이 1주로 편성되어 있다. 문제는 그 유치원이 완벽하게 클로징 되는 일주일이다.

아이가 갈 곳이 없어진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연 2회 벌어지는 이 이벤트에 일하는 연구직 양육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음과 같다.

아이의 일주일 스케쥴에 맞춰 휴가를 내거나 (사실 불가능하다...)

돈을 왕창 들여서 일주일 단기 베이비시터를 구하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이 단기 베이비시터를 정부 아이돌봄 서비스로 이용하기 위해서는 약 한달 전에 신청을 해야 그나마 매칭이 가능하다.

물론 다른 이들 중에서는 가족들의 돌봄 찬스를 사용할 수도 있을 테지만, 우리의 경우 타지역에 계시기 때문에 불가능했다.


문제는 이번 방학이 코로나 펜데믹에서 벌어진 사태라는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를 맞이하여,

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위해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상시 소독을 하며,

타 지역이나 해외로 나가는 것을 격하게 자제하고 있는 시국이라는 

매우 빡신 현실 속에 있다는 것이다.


하여, 매번 적절한 선택지로 활용하였던,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지 못했다.

아니 신청할 수가 없었다.

아이가 만나는 사람들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지금과 같은 시국에서는 동선을 최소화 하고 만남 역시 최소화를 해야 한다.

그런데 돌봄 서비스를 신청하게 되면, 우리는 기존에 알지 못하는 만남을 일주일간 지속해야 한다는 변수가 발생한다.

특히 아이는 하루종일 만나야 하는 사람이 추가가 되는 것이므로 이 변수는 위험하다 판단하였다.

그렇다고 하여 아이를 케어하기 위해 우리가 휴가를 낼 순 없었다.

나는 이제 막 창업한지 한달 밖에 되지 않아 업무가 있었고,

아이와 둘이 집에 있는 상황에서 재택은......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이미 아이는 내가 재택으로 화상 회의를 할때마다 난입을 했었기 때문이다;;;

신랑 역시 휴가를 낼 수 없었다. 배우자의 회사는 여름 정기 휴가가 정해져 있었고,

재수가 없을라니 그 휴가 기간은 아이의 2주 방학중 돌봄이 가능한 시절이었다.


그래서 별수 없이 이번에 처음으로 우리는 그냥 방학을 풀로 신청했다.

정확히 돌봄 가능한 날짜와 돌봄이 안되는 날짜, 그리고 우리의 휴가 및 출장 계획이 전혀 맞지 않았을 뿐이다.

원래 사람이 안될라고 하면 뭐든 안된다고 하지 않던가.

딱 그 꼴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내가 창업한지 얼마 되지 않아, 동료와 둘이 사무실에서 대부분 서류작업을 하는 것들이어서 아이를 데리고 출근하기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동료 역시 아이 엄마인 덕에, 나는 아이를 케어하기가 훨씬 수월했다.

아이가 나에게 말을 거는 대신 이모를 엄청 찾아준 덕분이었다. (이대표님, 감사하다며...ㅠㅠ)


아이는 일주일간 즐거웠다고 했다.

엄마 회사에 자기도 출근을 했고, 명함 파달라는 헛소리도 했고 (꿈도 야무져라..^-^ 절대로 안댄다 이눔)

우리 사무실이 오피스텔이라 신발 벗고 놀수도 있었고,

이래저래 아이는 즐거웠다 했다.

엄마 회사에서 자유롭게 놀고, 먹고, 유튜브 실컷 보고 등등 할 수 있었던 것이 아이에겐 정말 큰 메리트였을 것이다.

유치원에 있다가 태권도를 배우러 가지 않아도 되고, 엄마와 이모와 하루종일 있는 것에 아이는 행복해했다.

물론 땡그리의 일주일 회사 출근 덕에 우리는 아이의 컨디션에 맞춰 움직이느라 그렇게 많은 업무를 진행하지는 못했다.

우리가 천천히 일을 한 만큼, 아이는 즐거웠으니 사실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겠는가.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여 많은 아이들이 기관에 가지 못했다.

기관에 거의 나간적이 없는데 방학을 했고, 방학 덕에 많은 부모들은 또 재택근무를 하거나 긴급 돌봄을 이용하거나....

초기에 그랬던 것처럼 여전히 발을 동동 굴리고 있다. 물론 초기처럼 아예 멘탈이 날라가지는 않아서 다들 방법은 강구했을 것이다.


어떤 연구에선 이런 언급이 있었다.

재택근무를 할때 아이는 부모를 대략 15분 마다 방해하였고, 아이들이 가장 조용히 있었던 시간은 밥을 먹는 두시간이었다는 웃지 못할 연구 결과였다.

재택근무는 아니었고 아이와 함께 출근을 해본 입장에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아이는 10분에서 15분 간격으로 "엄마 이거 알아요?" 내지는 "이모 이거 알아요?" 를 외쳤고, 우리는 거기에 대꾸를 해줘야 했다.

일의 집중이 흐트러질 수 밖에 없는 환경인 것은 부정할 수가 없다.

엄마 따라 출근한 아들



그나마 이 시국에 내가 직접 아이를 케어할 수 있다는 사실 하나에 위안을 삼고 버티는 중이다.

다행히 사무실이 있고, 임대료를 낼 수 있는 상황이며, 일단 짤릴 위험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란 말인가.....ㅠㅠ

이렇게 버틸 수 있는 환경에 놓인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 생각하고 있다. 다만, 이번 사태로 인해 원래도 부족했던 공적 시스템이 얼마나 허술한지 온몸으로 체감하게 된것은 큰 깨달음으로 다가왔다.

의료진들의 헌신이 없었다면 금방 무너졌을 감염병 시대의 의료현장이며

돌봄이 멈추자 노동이 멈춘 현실이며....

결국 공적 시스템이 부족했던 의료계며 돌봄영역이며 모두 개인들의 헌신과 봉사정신으로 현재를 버텨야 한다는 사실이 그저 씁쓸하다.

과연 우리는 이 시국이 지난 후에도 공적돌봄, 위기상황에서 발생해야 하는 노동의 유연성, 심각하게 부족했던 공공 의료 시스템의 뚫린 구멍을 어떻게 막아야 할지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도 감염병은 계속될 것이고,

언제까지 이놈의 존버를 개개인의 능력으로 버티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암튼 개학해서 참 좋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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