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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그리엄마 Jan 08. 2021

엄마 과학자 생존기 - 31

31. 사랑한다는 그 한마디

31화 사랑한다는 그 한마디


처음 임신을 했던 무렵, 나는 자궁 안에서 열심히

체세포 분열 중이던 아이에게 크게 매력을 느끼지 못했다. 임신 기간 내내 남일 같았다고나 할까.. 스스로 내가 좀 이상한가 싶을 정도로 나는 내 몸 붙어 성장하던 아이를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물론 내 미래가 걸려 있어 신경이 곤두섰을 수도 있고, 임신중독증으로 인해 개고생을 했던 것일 수도 있겠으나, 우리가 흔히 마주하는 컨텐츠에서 보는 임신부처럼 기쁨에 눈물을 흘린다던지, 세포분열로 올챙이정도 크기 정도일 아기에게 들리지 않을 태담을 시도한다던지 그런건 없었다. 그냥 나에겐 신기한 세포였다. 매달 초음파를 통해 안부를 확인하는 세포. 이 세포는 매달 크기와 모양이 달라졌으며, 세포에 아주 애착이 가진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이 더 크게 다가왔었다. 당시 내가 관심있던 세포는 내가 만든 물질을 가지고 테스트를 진행한 EML4-ALK가 마구 성장한 암세포였다. 땡그리는 당시 내 연구보단 우선순위가 좀 낮았다.


그랬던 내가 엄마구나를 깨달았던던 14년 4월이었다. 배가 통채로 가라앉는 뉴스를 보며, 6-7개월 임신부였던 나는 억장이 무너진다는 말을 깨달았다. 그저 배를 끌어안고 울기만 했었다.


이런 일들 겪으며 출산 후 나는 아이가 엄청 사랑스러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아기 동물들이 치명적 귀여움과 연약함을 무기로 삼아 집사들을 호령하듯, 아기 동물의 치명적 귀여움에 사로잡히듯 나도 아기에게 사로잡힐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갓난아이는 치명적 귀여움이 없었다. 니가 내 아이라고? 라는 어색함이 존재했다. 출산 직후 캥거루케어를 위해 아이가 내 품에 안겼을때 그 폭풍 눈물을 흘리던 감정이 어디로 사라진건지, 처음 만난 아기는 약간 어색하지만 아무튼 내가 널 지켜야 한다는 거구나라는 큰 책임감이 떨어졌었다.


모든 양육자들이 겪지만 말이 통하지 않는 생명체와의 공존은 쉽지 않다. 그리고 사람이 잠을 못자면 예민해지기 때문에 더 날카로와진다. 그런 극단적 상황 속에서도 어디서 들은건 있어서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환장한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지점에 도래한다.


이 상황에 닥치면 육아우울증이 온다고 한다. 내 아이지만 빡치게 된다. 그 지점에서 소리를 지르거나 폭행을 하거나 하는 등의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표출하면 아동학대범이 되는 것이고, 이런 감정을 잘 버티고 다른 방향으로 풀어내면 정상적인 양육자의 길로 간다고 한다.


나는 이 포인트에 도래했을때 답장없는 “사랑해”를

남발했다. 아이 기저귀를 갈며 혹은 분유를 먹이며, 아이가 자고 있을때던지 아니면 눈을 뜨고 있을때건 일단 사랑해를 남발했다. 사실 성격상 신랑에게도 잘 안하던 멘트였다. 오직 우리 오빠들 무대를

봐야 꺄악 오빠 멋져요 사랑해요를 하고 혹은 신곡 응원에서나 쓰던 멘트를 마구잡이로 남발했다.


“땡그리 엄만 너를 사랑해, 땡그리 엄만 너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엄만 너를 사랑해”



아이가 성장하는 동안 나는 노래까지 부르며 아이에게 사랑해를 남발했다. 이 사랑해는 내가 순간 아이에게 울컥 화가 치미는 순간에 천장 한번 보고 그

다음 내뱉는 멘트다. 사랑해는 아이에게 직접적인

표현이기도 했고, 내가 나에게 하는 다짐이기도 했다. 그저 책임감만 가득한채 엄마가 되었고, 임신 출산 육아로 인해 과학자란 커리어의 큰 방향을 바꾸었던 내가, 너는 저 아이를 사랑하고 있고, 그로인해

파생되는 모든 일은 괜찮을 것이라고 스스로에게 보내는 위로이기도 했다.


눈이 온 죄로 야밤에 끌려나간 슬픈 현실


말에는 힘이 있다고 했다. 그리고 나는 말의 힘을 믿는 사람이다. 이니 뭐 사람이 내뱉다 보면 그렇게 스스로 목표도 되새길 수 있고, 겸사겸사 목적의식도 분명해지는것 아니겠는가? 처음 유기합성 똥멍청이었던 내가 박사까지 갈 수 있었던 데에는 난 합성쟁이가 되겠다고 부르던 내 노래가 8할은 했다고 본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때 내가 시도때도 없이 아이에게 던지는 사랑해는 어떤 상황에서도 너를 사랑하겠노라고 던지는 양육자로써의 내 각오이기도 하다.


요즘 아들에게 사랑해 던지는 횟수가 무한 증가하고 있다. COVID-19로 인해 아이와 부딪히는 일이 그만큼 많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도 예전에는 답장없는 사랑해였지만 요즘은 답장이 돌아와서 좀 낫긴 하다. 그러나 자꾸 멘트가 남발되는것은 약발이 떨어질 수 있기에, 이 펜데믹 상황이 어여 줄어들길 희망해본다 ㅠㅠ 나가서 커피 마시며 금강 구경이 너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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