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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명 Oct 09. 2020

Z와 X의 멘토링 메일_3편

단단하고 차분한 긴 호흡 가지기

200927_Z의 두 번째 메일에 대한 회신


Z님 안녕하세요~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무더운 여름은 어느새 흔적 없이 사라지고, 아침저녁으로 싸늘해진 계절이 왔습니다. Z님은 아마도 코로나로 화상수업을 듣고 있겠지요? 지금 쯤이면 중간고사를 치나요? 대학생활 일정에 대한 기억이 전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졸업한 지 오랜 시간이 지났군요 ^^


언제나 진실하고 소중한 답변 메일에 감사드립니다. 저번에 제가 드린 질문은 '자아실현/소명', '전문성', '안정적 직장' 세 가지의 우선순위를 세워보는 것이었는데요.


이 주제를 가지고, 산학협동 연구원으로 대학 때부터 일치감치 진로를 정하고 취업한 직장동료와 점심 산책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고, 어제는 대기업에 근무, 웹툰 스타트업 이직, 지금은 스마트스토어를 운영하고 있는 동네 친구와도 서로의 직업 가치관을 돌아보며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아내와 대학시절의 우리는 어떤 진로를 꿈꾸고 있었는지 추억해 보기도 하였습니다. 시작은 Z님을 향한 질문이었지만, 주변 사람들과 풍성하고 의미 있는 시간은 저에게도 허락되었네요. 덕분입니다. 감사합니다.^^


저번 주 질문에 대한 Z님의  대답은 1번 '자아실현, 소명' 이였는데요, 중요한 가치관 중 하나는 ‘내 이름이 어떻게 기억될지 생각해보라’라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타인의 기준과 기대에 근거하는 '전문성'과 '안정된 직장'보다 자기 스스로의 기대와 가치를 향에 살아가고 싶다는 의견에 진심으로 공감하며 응원드립니다.


제가 '나를 의미 있고 행복하게 하며, 자아실현할 수 있게 하는 일'이라고 자체 정의한 '자아실현과 소명'을 찾아가는 일은 사실 긴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쉽게 정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평생 찾아가야 하는 숙제 일 수 도 있습니다. '전문성'과 '안정된 직장'보다는 훨씬 안정된 심호흡으로 달려야 하는 마라톤과 같습니다.


"개인과 조직의 발전에 함께 기여하는 최고의 HR전문가"

제가 대학교 때 정한 진로였습니다. 저의 적성을 살려 자아실현을 하고,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최적의 진로라고 생각했지요. 힘든 기계과 전공 공부보다 재미있었고, 사람을 세우는데 의미를 느껴서 'HR전문가'로 진로를 세웠습니다. 20페이지에 달하는 비전과 미션, 사명선언문, 자기 분석, 실행전략과 계획을 구체적으로 세웠습니다. (20년이 지난 빛바랜 '자기계발 계획서'를 다음에 만나면 보여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HR전문가는커녕 인사/교육팀 근처도 가지 못했습니다.


미래를 향한 막막하고 두려운 마음에, 짧은 경험과 미미한 생각으로 대기업 교육팀이나 인사팀을 꿈꾸며 20페이지의 자기계발 계획서를 세운 건 아닌지, 부질없는 짓이라 생각한 적도 있습니다. 기계과 전공으로는 인사/교육 분야에 취직하지 못했고, 한 회사에 구매로 입사해서 영업, 재경을 거처 지금은 상품기획일을 하게 되었으니까요. 하지만 고민의 결과물인 '자기계발 계획서'가 요즘은 참 가치 있게 느껴집니다. 그때 계획했던 그대로 인생이 흘러가지는 못했지만, 그때 꿈꾸었던 많은 것들이, 은연중에 이루어져 있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사람을 세우는 일로 월급을 받지는 못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진로 고민을 듣고 함께 응원하며 삶을 배워나가는 게 저에게는 참 의미 있는 소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Z님과의 관계도 저에게 참 소중합니다.


자아실현을 위한 진로와 소명을 찾는 일은 인생을 시간을 재료로 설계하는 일이라 단기간에 이루어 지기 힘들고 완성되었다고 해도 설계변경이 참 많습니다. 그렇다면 단기간에 급하게 준비하기보다는, 길게 바라보고 찬찬히 준비하는 것이 지혜로운 일이라 생각됩니다. 제가 Z님의 상황을 균형 있고 통찰력 있게 보지는 못하지만, 드리고 싶은 말씀은 Z님에게는 단단하고 차분한 호흡이 필요해 보입니다. 말씀하신 영업, 마케팅, 재무, 회계란 작은 카테고리에 Z님이란 큰 그릇을 담기 힘들 수도 있고요. 현실적으로도 직무를 선택하고 입사해도 회사의 필요에 따라 여러 다른 분야에 근무할 수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니 하나의 명확한 진로를 정하고, 그에 정확히 부합하는 경험들로 채워가려고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도전하셨던 많은 경험들 속에서 즐겁고 잘할 수 있는 직무를 찾지 못했다고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단언컨대, 앞으로 ZZ님이 어떤 진로들을 선택하더라도 경험했던 공모전 동아리, 투자연합동아리, 스마트스토어팜 론칭, 캣타워 제작 판매 등이 모두 소중한 자산으로 이용될 것입니다. 여유 있는 마음으로 다양한 경험들을 즐기며, 실패와 성공의 경험을 가지고 인생의 스토리로 엮어가는 방법을 배워가면 좋을 것 같습니다. ('스토리 엮기'에 대해서는 추후에 다시 이야기하기로 하지요)


#요약 ^^

1. 단단하고 차분한 긴 호흡 가지기

2. 여유 있는 마음으로 다양한 경험들을 즐기기


그리고 추가로 저의 주변 사람들이 해준 조언을 전해드립니다.


- 산학 협동 연구원 출신 직장동료 : "전문성이 있는 것이 도움이 될 때도 있지만, 안 좋을 때도 있습니다. 전 석사 때부터 디젤엔진 관련 일을 했는데요, 요즘은 전기차가 대세지만, 디젤 엔진 관련 일만 해야 하는 게 다소 아쉽습니다. 비슷한 케이스로 중국어 잘하는 동기가 있는데요. 중국법인 관련 일만 해서 아쉬워하더라고요, 세무사 자격증 있는 동료는 다른 분야로 업무를 확장하고 싶지만 기회가 주어지지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 대기업 출신 스마트스토어 운영 동네친구 : "혹시 재미있는 게 할 수 있는 일이 자아실현 분야라고 착각하지 않나요? 일반적인 의견이 중요한 마케팅 동호회는 누구나 재미있고, 숫자와 전문지식이 필요한 투자 동호회는 누구나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돈'받고 일하게 되면 재미없게 되더라고요. 용기 있게 대기업에서 엔지니어 일을 그만두고, 내가 바라던 웹툰 스타트업에서 일하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재미가 아닌 다른 기준으로 자아실현/소명의 직업분야를 찾기 바랍니다."


제 주변의 사람들이 분석이 날카롭지요? 여러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들을 수 있어 저도 좋았습니다.

다음 주는 추석입니다. 저는 가족들과 함께 지방에 다녀올 계획입니다. Z님은 어떻게 보내실지 궁금하군요. 다음 주 질문은 추석에 알맞은 내용으로 드리겠습니다.


1. 초등학교 때 잘해서 칭찬받았거나 뿌듯한 경험.

2. 조부모님(부모님)의 직업, 부모님 여렸을 때의 꿈.


자아실현의 직업, 소명은 자신의 재능과 관련이 많은데요. 이는 가계를 통해 물려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재능/성격/가치 등이 조화를 이루어 소명과 연결되니까요. 그래서 추석을 통해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신의 어릴 적 경험과, 부모/조부모님의 직업과 꿈에 대해서 여쭤보시기를 제안합니다. 1~2번에 정확한 답을 적을 필요는 없고요, ZZ님에게 있는 재능과 가치 등을 주관적으로 이야기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추석 잘 보내시고, 회신 기다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002_Z의 세 번째 메일


멘토님, 추석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좋은 점심이네요! 멘토님의 메일을 받을 때마다 어떤 내용이 있을지 굉장히 기대하며 열어봅니다. 일정 메모에 적어 두고 항상 생각하려고 노력합니다. 멘토님의 따뜻하면서도 확실한 메시지가 있는 메일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코로나로 인해 전 강의 화상수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중간고사는 10월 말에 봅니다! 지금은 과제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쓰고 있네요…

  

“개인과 조직의 발전에 함께 기여하는 최고의 HR전문가” 대학생 때 명사 “HR전문가”가 아닌 동사가 들어간 문장으로 진로를 정하셨다는 글에 “역시 멘토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제 진로를 정할 때 멘토님과 같이 문장으로 정하고 싶네요. 또한 비전, 미션, 사명선언, 자기 분석, 실행 전략과 계획을 20 페이지 가깝게 쓰셨다는 글을 보며 많은 고민, 인사이트가 느껴졌습니다. 만나서 멘토님의 ‘자기계발 계획서’를 꼭 보고 싶네요.

 

멘토님의 글을 보며, 오늘도 많은 생각이 드네요. 그렇게 꿈꾸었던 진로가 계획대로 이루어지진 않았지만 은연중에 많이 이루어져 있다는 글, 설계변경이 참 많다는 글, 단단하고 차분한 호흡이 필요해 보인다는 글, 현실적으로 입사해도 회사에 필요에 따라 여러 다른 분야에 근무할 수 있는 것이 현실이라는 글이 특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제가 목표로 한 ‘자아실현, 소명’이 말씀하신 것처럼 평생 찾아가야 하는 숙제일 수 있는데 지금 답을 찾으려고 하는 건 아닌지, 어쩌면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이, 어떠한 끝으로 갈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이 순간들로 이미 이루어지면서 사는 건 아닌지… 많은 생각이 드네요. 멘토님의 글은 많은 생각과 질문을 하게 만드네요.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멘토님의 ‘긴 호흡, 여유 있는 마음’이라는 글을 보며 제 글에서 멘토님께서 느끼신 감정들을 생각해 볼 수 있었고, “왜 그럴까?” 스스로 생각했습니다. 지금 나이가 26살이며, 같은 나이인 친구들 대부분은 졸업, 인턴생활, 취업을 했습니다. “음… 남과의 비교보다는 어제의 나보다 오늘 더 나아가자”라고 항상 생각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네요.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소식들로 인해 저도 모르게 급해지고, 당장 무엇이라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준비하지 않으면 뒤쳐져 아무것도 안 될 수 있다는 리스크를 없애고 싶었습니다. 좋은 열등감으로, 동기부여할 수 있도록 짚어 주셨네요.

 

‘단단하고 차분한 긴 호흡 가지기’, ‘여유 있는 마음으로 다양한 경험들을 즐기기’ 감사합니다.

  

전문성이 안 좋을 때도 있는지 몰랐습니다. 항상 좋다고 생각했는데…. 지인들의 경험들을 들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러한 경험들을 읽으며 “개인의 욕구 충족, 만족하는 일이 있을까?”에 대한 질문이 떠오르네요. 동시에 ‘인적자원 개발론’에서 들었던 강의 내용들도 생각났습니다. 감사합니다.

 

스마트스토어 운영하시는 친구분의 질문에 대한 답을 많이 생각했습니다. 먼저 마케팅 동호회 활동은 오히려 재미있지 않았습니다. 주어진 과제를 위해 인사이트를 내야 했고, 팀원들과 끝없는 회의, 끝에 가서 기획서 논리가 안 맞으면 엎고 다시 처음부터 시작… 이러한 활동들로 인해 지쳐서 울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시장 조사를 하기 위해 나가 영업직원들에게 질문도 해보고, 친구들과 서로 토의하는 시간들은 즐거웠습니다. 제가 마케팅을 하면서 즐거웠던 경험은 친구와 스마트스토어 론칭한 경험입니다. 친구 아버지 사업이기 때문에, 친구에게 모든 걸 맡기셨고 친구와 제가 처음부터 끝까지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 친구와 함께 얘기하고, 일하는 경험들이 즐거웠습니다. 왜 이렇게 다른지 두 경험의 차이를 생각해보았습니다.

 

1. 많은 책임이 있었습니다. 이 론칭으로 인해 혹시나 사업에 피해 [EX)- 법적인 문제(저작권, 스마트스토어 규정 등), 소비자들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가? (즉, 오히려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주어 사업 이익을 감소시킬 수 있지 않을까?)] 가 갈 수 있어서 많은 부담감으로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오히려 이러한 부담감이 더 좋았습니다. 많은 권한도 생겨 그 친구에게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냈고 그 친구와 함께 토의를 하는 과정들이 너무나 좋았습니다.


2. 그 친구와 함께 일하는 것이 즐거웠습니다. 일할 때만큼은 주장에 대한 근거가 확실해야 이야기할 수 있었습니다. 생각이 다른 적도 많았지만 서로 타협하거나, 서로의 생각이 더 좋다며 선택해 추진했습니다. 이러한 과정들이 동아리 할 때도 있었지만 이 친구와 느꼈던 만큼은 아니었습니다.

 

쓰고 보니 일보다 어떤 사람과 일하는지에 따라 그 일을 좋아하게 될 수도 안 좋아하게 될 수도 있네요.... 또한 책임감 있는 일을 좋아하는 '나'를 볼 수 있었습니다. 전 운영진을 할 만큼 투자동아리를 더 좋아했습니다. 정말 대단한 사람들을 많이 만났고, 동기부여가 되었습니다.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 즐겁다 보니 동아리 활동도 재밌었습니다. 그 친구들과 만나면 투자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하며, 같이 공부도 했습니다.

 

아무리 재미있는 일이라도 ‘돈’ 받고 일하게 되면 재미없게 된다는 말, 재미가 아닌 다른 기준으로 자아실현/소명의 직업분야를 찾아가라는 말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앞으로 진로에 대해 생각할 때 꼭 다시 생각하겠습니다.

 

멘토님께서 질문해주신 내용에 대해 답을 해볼게요~~

 

1. 초등학교 때 잘해서 칭찬받았거나 뿌듯한 경험

-- 대체로 글쓰기와 관련된 상을 많이 받았지만(중학생 이후에는 거의 없습니다.) 뿌듯한 경험은 아니었습니다. 초등 고학년 때, 반 대표인지 학교 대표인지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수학 경시대회? 와 같은 대회를 나갔습니다. 다 풀진 못했지만 정말 최선을 다해 풀었습니다. 답안지를 제출할 때 선생님께서 “너 정말 열심히, 집중해서 풀었구나 얼굴이 다 빨갛게 올라왔네. 고생했어.”라는 말을 해 주셨을 때 정말 뿌듯했습니다. 처음 나가 긴장도 엄청 많이 하고 다 풀지 못해 스스로 너무나 아쉬워했는데 선생님의 그 말 덕분에 아쉬움보다는 스스로 만족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2. 부모님의 직업, 부모님의 어렸을 때의 꿈.

먼저 아버지는 플랜트 사업에서 일하고 계십니다. 건설 현장을 몇 번 가본 적 있는데 굉장히 컸습니다. 어렸을 때 꿈은 ‘농사를 안 짓는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농사일로 굉장히 힘드셔서 저런 꿈을 가지셨고, 그 뒤에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직업을 선택했다고 하셨습니다. 어머니는 유치원 선생님 이시고,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 시인, 수필가, 선교사가 꿈이셨네요. 지금도 시를 가끔 쓰시고 블로그에 올리십니다. 선교사라는 꿈은 자녀가 생기면서 포기했다고 하시네요. 교회에서 정말 다양한 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부모님의 꿈을 적으면서 저 때문에 희생하신 삶들을 보게 되네요. 그러면서 후회는 한 적 없고 지금이 좋다고 말하시는 부모님을 보며 감사했습니다. 글이 굉장히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네요…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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