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옵니다
연필아, 안녕?
오늘은 네가 어린이집에 바나나 한 덩어리를 가져가겠다고 했어.
"친구들이랑 나눠 먹고 싶어요."라고 했지만,
어린이집 친구들의 수에 비해 바나나의 수가 턱없이 모자랐어.
아빠는 바나나 한 개만 너의 손에 쥐어주었다.
모두가 하나씩 가지지 못하는 거라면, 하나를 나누어 먹는 게 낫지 않을까 아빠는 생각했어.
무엇이 조금 더 공평한 것인지는 나중에 토론하자.
맛있는 건 혼자 먹고 싶다는 너에게 다른 사람들과 나누어 먹는 것을 알려주고 있어.
언젠가 네가 '왜 굳이 나눠야 해요?'라고 물으면,
"좋은 것을 나누면 2배가 되고, 나중에 힘들고 슬픈 것을 나누면 절반이 된다."라고 답할 생각이야.
그래서 사람을 한자로 적으면 서로 기대는 모습인 걸까?
혹시 네가 힘들고 슬픈 일이 없으면 되지 않냐고 반문을 한다면, 잠시 침묵을 할지 모르겠구나.
날씨가 여름을 시샘하나봐.
어제 내린 비로 공기가 다시 차가워졌어.
다행인 건 오늘 하늘은 유난히 쾌청했다는 사실이야.
"해님이 오고 있어."
어린이집에 가는 길에 하늘을 보며 네가 말했어.
틈틈이 드리워진 구름을 보며 너는 '후-'하고 입김을 내뱉었다.
마치 어제 저녁을 먹고 돌아오던 길에 피었던 민들레홀씨에게 했던 것처럼 말이야.
민들레는 바람에 흔들리며 번식하는 생물이라고 해.
살다 보면, 지내다 보면 가끔은 몸을 가눌 수 없는 바람이 몰아칠 때가 있어.
그럴 때는 흔들리기만 하자.
부러지지 않는다면 언제든 새로운 꽃을 피워낼 수 있을 테니까.
해님은 다시 돌아올 거야, 그때 다시 반갑게 인사하면 돼.
연필이 네가 매일 변하는 날씨와 기온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욕심이 생겨.
요즘 네가 자주 부르는 노랫말로 너에게 보내는 편지를 갈음할게.
거미가 줄을 타고 올라갑니다.
비가 오면 끊어집니다.
해님이 방긋 솟아오르면
거미가 줄을 타고 내려옵니다.